최저임금 '숨은비용' 제각각…내년 미미하나 내후년 '껑충'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8.11.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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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구직급여 예산 증가, 내년엔 하한액 동결로 적어…하한액 다시 오를 내후년은 부담 확대

최저임금 '숨은비용' 제각각…내년 미미하나 내후년 '껑충'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구직급여가 2020년부터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업급여 중 가장 덩치가 큰 구직급여는 실직자를 90~240일 동안 지원하는 제도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자금이 재정이 부담해야 하는 ‘직접 비용’이라면 구직급여는 ‘숨은 비용’이다.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50%이지만 적어도 최저임금의 90%를 보장해준다. 최소 지급액(하한액) 조항 때문에 최저임금이 많이 오를수록 구직급여 지급에 필요한 나랏돈도 늘어난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구직급여 예산안은 올해 대비 1조2493억원 증가한 7조4065억원이다. 야권에선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으로 인한 추가 재정소요가 수천억원이라고 주장한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구직급여 추가 재정소요는 2542억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를 근거 삼았다. 내년 최저임금이 각각 10.9%, 4.2%(명목 임금상승률) 인상한 경우를 비교했다. 구직급여 하한액이 6.7%(10.9%-4.2%) 오른 만큼 추가로 나랏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기재부는 추경호 한국당 의원에게 추가 재정소요가 6720억원이라고 제시했다. 최저임금이 10.9% 오르는 상황만 가정했다. 이 경우 구직급여 1일 하한액(8시간 근무)은 올해 5만4216원에서 내년 6만120원으로 오른다. 최근 3년 구직급여 수급자는 120만명 안팎인데 70%가 하한액을 받고 있다.

두 결과 모두 구직급여 소관부처인 고용노동부 계산과는 다르다. 고용부가 편성한 내년 구직급여 예산은 국회에 계류 중인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반영했다. 개정안 골자는 △구직급여 기간 90~240일→120~270일로 연장 △지급액 기준 평균임금의 50%→60% △하한액 기준 최저임금의 90%→80% 등이다.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설명회장에서 실업급여 신청자가 설명회 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잠정치)가 4조 5147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실업급여 지급액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다. 2018.10.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설명회장에서 실업급여 신청자가 설명회 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잠정치)가 4조 5147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실업급여 지급액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다. 2018.10.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하면 최저임금 인상→구직급여 하한액 조정에 따른 추가 재정소요는 없다. 고용부가 내년에 한해 구직급여 하한액을 올해 수준인 5만4216원으로 유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내년에 구직급여 하한액 수급자가 올해보다 적게 받는 것을 막기 위해 하한액을 그대로 뒀다. 내년 1일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적용하면 올해보다 776원 적은 5만3440원이다. 기재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내년 하한액 기준 변경 시 추가 재정소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내년 구직급여 예산을 올해보다 1조원 더 많이 편성한 이유를 법 개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급기간을 확대하고 지급액수도 늘려 액수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구직급여 최대 지급액(상한액)이 오르면서 더 필요한 돈을 추가 재정소요로 볼 수도 있다. 구직급여 대상자 10명 중 2명은 상한액을 받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크면 하한액에 이어 상한액도 연쇄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상한액은 고임금이었던 실직자를 배려하기 위해 하한액과 일정한 격차를 두고 설정돼서다. 내년 구직급여 상한액은 6만6000원으로 올해보다 10%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 기조가 이어진다면 내년과 달리 2020년부터는 추가 재정소요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내년까지 동결된 구직급여 하한액이 2020년에 다시 오르고 상한액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있다. 올해 구직급여 예산은 제도 변경이 없었음에도 전년보다 9317억원 늘었다. 최저임금이 16.4% 뛰면서 1일 구직급여 하한액과 상한액이 각각 4만6584원→5만4216원, 5만원→6만원으로 올라서다. 반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7.3% 인상한 2017년 구직급여 예산은 전년 대비 1687억원 증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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