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 논란 진행 중, 가장 안전한 SK머티리얼즈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8.11.05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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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반도체 필수물질 삼불화질소 생산, SK인수 후 제품 다변화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한국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 중 하나는 반도체산업이다. 1980년대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국내 반도체산업은 세계 정상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삼불화질소(NF3)는 반도체산업에서 빠질 수 없는 물질로,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나 LCD 및 태양전지의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물질이 묻어 있는 장비를 세척하는 데 사용하는 '세정가스'다. 이물질에 민감한 반도체류에는 필수적이라 반도체산업 성장과 함께 삼불화질소 수요도 급증했다.

SK머티리얼즈 (402,900원 ▼10,100 -2.45%)는 이 삼불화질소를 생산하는 회사다. 반도체 고점 논란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지금 SK머티리얼즈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SK머티리얼즈가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반도체 관련주라고 밝혔다.



◇1982년 세워진 대백물산, 2015년 하이닉스 인수한 SK품으로=SK머티리얼즈의 모체는 1982년 세워진 대백물산이다. 이 회사는 전자산업 소재의 국산화를 목표로 텔레비전 브라운관 연마제를 생산했던 회사다. 1994년부터는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및 SiC(탄화규소)연마재 개발에 착수했다.

1999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2001년 3월 국내 최초로 삼불화질소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반도체사업이 국내에서 발전을 시작한지 20여년만에 삼불화질소의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그전까지는 삼불화질소를 전부 수입에 의존해왔다.

2010년 이 회사는 OCI그룹에 인수된다. OCI그룹은 태양광 발전사업을 주로 했는데, 삼불화질소는 태양전지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5년 SK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현재의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SK 입장에서 SK머티리얼즈의 인수는 필요한 일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삼불화질소는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특수가스고, 공정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SK머티리얼즈를 통해 안정적으로 삼불화질소를 공급받아 반도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인수 뒤 생산제품 다변화=SK머티리얼즈는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본업과 자회사를 통해 제품 종류를 30여가지로 늘렸다. 대표적인 게 육불화텅스텐(WF6)이다.

육불화텅스텐은 반도체 핵심공정인 ‘금속 배선 공정’에 사용된다. 이 공정은 말 그대로 반도체의 회로 패턴을 따라 전기길, 즉 금속선(Metal Line)을 이어 주는 과정을 말한다. 육불화텅스텐은 최근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인 3차원(3D)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이 늘어나면서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이 외에도 모노실란(SiH4, 반도체 웨이퍼나 LCD 유리기판 위의 실리콘 증착용 가스), 다이실란(반도체 미세화 공정에서 박막 증착용 가스), 디클로로실란(반도체 제조공정시 질화막 증착용 가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일본의 쇼와덴코와 합작회사로 설립한 자회사 SK쇼와덴코는 식각가스(실리콘 웨이퍼상의 필요한 부분만을 남겨놓고 나머지 물질을 제거하는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자회사 SK에어가스는 산업용 산소 등 산업가스를, SK트리켐은 D램과 3D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지르코늄(Zr)계와 실리콘(Si)계 전구체를 생산·판매한다.

이같은 변화는 SK머티리얼즈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롱테일(80%의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 기업의 요건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M&A를 통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고점 논란 한창인데, SK머티리얼즈는?=생산제품을 다변화했다지만 여전히 SK머티리얼즈 매출액의 50% 이상을 삼불화질소가 차지하고 있다. 삼불화질소 세계 시장 점유율도 40%가 넘는다. 이때문에 SK머티리얼즈 실적은 반도체시장 상황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반도체시장은 현재 고점론에 시달리는 중이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정체된 상황에서 PC수요가 기존 기대치를 못 맞추며 올해 3분기를 정점으로 업황이 꺾일 것이라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반도체 새 수요처로 여겨지던 자동차와 산업용 칩 수요 부진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한국 반도체 업체의 주력 상품인 D램,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락세다.

이에 대한 반론도 크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과 현재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PC 중심으로 형성된 IT 시장과 달리 현재는 모바일과 서버 시장이 성장하며 반도체 호황을 이끌고 있어 시장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또 30여년 간의 치열한 치킨게임 이후 10개 기업이 난립했던 D램 시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곳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은 일본 도시바까지 총 4곳으로 압축돼 과거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것도 반론의 근거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이 고점임을 가정하더라도 반도체 관련주에서는 가장 안전하다는 평가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는 불황기에도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재료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자회사들에서 신규 매출 발생이 본격화돼 내년 실적 개선이 확실시된다"며 "반도체 관련주 중 주가가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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