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애들은 가라"...색다른 29禁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

머니투데이 이상봉 기자 2018.11.03 06:52

[#터뷰]스탠드업 코미디언 김민수·정재형·박철현씨, "스탠드업은 못 뜬 코미디언이 하는 개그 아냐"

편집자주 | #스탠드업 #코미디 #개그맨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코미디언 박철현(26)씨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대중들에게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코미디언 박철현(26)씨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대중들에게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
"보통 한국에서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서면 '좋은 말을 해주겠지? 들어보자'라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요. 스탠드업 코미디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같이 웃고 이야기하면서 참여하는 코미디입니다."

캄캄한 무대 위. 단 한 명의 코미디언이 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분장이나 연출, 특수효과는 없다. 그냥 평범하다. 오직 마이크 하나로 자신의 입담을 과시한다. 숨죽였던 관객들은 코미디언의 말에 사이다 같은 통쾌함과 공감의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 관점을 이용해 관객을 웃기는 코미디 장르. 바로 '스탠드업 코미디'다.

TV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코미디빅리그', '웃찾사' 등으로 대중들에겐 이미 익숙한 코미디 장르인 콩트. 흥행했던 콩트로는 '야 안돼~', '고뤠?' 등의 유행어를 남긴 개그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 북한 스파이가 남한으로 침입해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을 그린 코미디빅리그의 '남조선인민통계연구소' 등이 있다. 여기 '코미디에는 콩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또 다른 장르의 코미디를 하는 세 명이 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김민수(27), 정재형(30), 박철현씨(26)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미국 등 서구에선 일찌감치 주류 코미디로 자리 잡은 장르다. 대표적인 코미디언으로 미국에 스탠드업을 정착시킨 '로드니 데인저필드', 통쾌한 풍자와 날카로운 화법의 '짐 제프리스' 등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강남과 홍대 일대에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이 열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직 마이크 하나, 입담으로만 사람들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 /사진=이상봉 기자오직 마이크 하나, 입담으로만 사람들을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 /사진=이상봉 기자
지난달 20일 토요일 저녁 7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스탠드업 코미디 전문극장 '코미디헤이븐'을 찾았다. 약 1시간 앞으로 다가온 공연. 세 사람은 각자가 준비한 스탠드업 코미디를 점검하기보단 무대 옆쪽에서 객석의 성별과 분위기를 살폈다. 준비한 개그를 왜 점검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민수씨는 "사전에 준비한 것만 하면 웃음코드나 공감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며 "관객의 연령, 성별에 따라 그날그날 개그는 달라지는 편이다"고 말했다.

공연시간이 되자 약 40개의 좌석들은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김민수, 박철현씨를 포함해 총 6명의 코미디언이 각자의 무대를 가졌다. 저마다 10~15분간 일상 경험담과 사회 현상, 정치 풍자, 성적 농담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로 관객과 소통했다.

이날 관객은 여성이 70%였고, 30대 직장인 비율이 높았다. 무대에 오른 코미디언들은 분위기와 성별에 맞게 '화장', '연애', '결혼' 등의 소재를 택했다. 특히 '아줌마들의 ASMR 화법', '남자들의 조준강박증', '교회를 안 다니는 사람은 모르는 2가지 즐거움' 등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에서 관객들은 더 크게 공감하며 웃었다.

"제가 요즘 공부하고 있는 게 '아줌마 ASMR 화법'이거든요. 보통 동네 찜질방에 가면 쉽게 공부를 할 수 있어요. 어떤 거냐면 '어~ 민수 엄마, 그거 들었어? 글쎄.. OO아파트가 (4억이나 올랐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속삭이면 되는 거예요. 아셨죠, 여러분?" - 이용주의 스탠드업 코미디 <아줌마들의 ASMR> 중

스탠드업 코미디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기자의 진부한 질문에 정재형씨는 어떠한 분야든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가장 농도가 진한 코미디'라고 웃으며 답했다. "마냥 웃음만 주는 건 아니에요. 정치·경제·사회·문화·이슈 등의 소재들로 대중들과 이야기하죠. 방송에선 다루기 힘든 정치 풍자나 젠더 문제 역시 같이 다뤄요. 그래서인지 29금 정도의 수위를 넘나들 때도 있죠. 즐겁고 편안한 웃음이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코미디입니다"

이 영상을 클릭하면 스탠드업 코미디의 '찐~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스탠드업 코미디가 낯선 대중들. '못 뜬 코미디언들이 하는 개그'라는 인식이 강하다. 평소 유튜브로 코미디 콘텐츠를 자주 본다는 직장인 김성민씨(31)는 "예전엔 TV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챙겨봤다면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웃긴 콘텐츠를 찾아본다"며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건 외국에서만 유행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생소해서 '이제 생겼나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1980년대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당시 최고의 희극인이라 불리던 이주일, 자니윤, 김형곤 등이 시사 풍자 위주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했다. 하지만 1999년 9월 첫 방영된 '개그콘서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스탠드업 코미디는 점차 자리를 잃었다. 코미디언 박철현씨는 현재 스탠드업 코미디는 다시 도약하는 단계라고 말한다.

"콩트, 만담, 무언극 등 다른 코미디 장르에 실패해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혼자 마이크를 잡고 하는 개그에 매력을 느낀 것뿐입니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사람은 실패한 사람이야'라는 인식은 옳지 않아요. 지금은 대중들에게 '이런 장르의 코미디가 있다'고 알리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더 걸릴 것 같지만 저희는 재미를 느끼고 있고, 대중들도 얼른 재미를 같이 느꼈으면 하는 희망이 있어요(웃음)"

코미디언 김민수씨도 "지금 개그에서 주류 장르는 콩트다"며 "잊혀졌던 코미디 장르와 문화를 다시 재건축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언 김민수(27), 정재형(30), 박철현(26) /사진=이상봉 기자왼쪽부터 스탠드업 코미디언 김민수(27), 정재형(30), 박철현(26) /사진=이상봉 기자
20년째 코미디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는 '개그콘서트'. 최근 6개월간 평균 시청률은 5~7%(닐슨코리아 기준)다. 한때 30%를 육박했던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해 5월에 폐지된 SBS의 '웃찾사' 역시 후속 코미디 프로그램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면 '코미디언도 함께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는 상황. 이에 개그맨은 무대에 서는 사람이지 방송에 서는 사람은 아니라고 정재형씨는 말했다.

"어디든 무대에서 사람들을 웃기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방송국 위주가 아니라 뮤지컬이나 가수처럼 공연으로서 코미디 작품을 알려야 해요. '이 코미디는 정재형의 무대고, 정재형의 개그야'와 같이 조금씩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방송사 공채 출신 개그맨은 아니라고 말한 박철현씨는 "방송에 맞춰진 콩트가 유행하다 보니, 방송사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목을 맨다"며 "규율과 체계를 통해서 기회를 부여받아야만 개그를 보여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일종의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만의 뚜렷한 관점과 시선만 있으면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수 있다"며 "코미디의 다양성을 인정받는 시대를 스탠드업 코미디가 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각자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 왼쪽부터 이용주, 최예나, 김민수 /사진= 이상봉 기자각자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 왼쪽부터 이용주, 최예나, 김민수 /사진= 이상봉 기자
쉽게 말해 코미디는 음악과 같다. 발라드, 힙합, 락, 댄스 등 장르가 다양한 음악처럼 코미디 역시 그렇다. 무대 위 코미디언끼리 호흡이 중요한 콩트, 두 사람이 대화하듯 주고 받는 형식의 만담, 아무 말 없이 몸짓만으로 웃기는 무언극인 슬랩스틱, 마이크 하나로 관객과 공감하며 웃기는 스탠드업까지. 코미디의 한 장르일 뿐이라는 것.

정재형씨는 코미디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선 각자 잘하는 장르를 다원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미디도 음악처럼 사람의 취향에 맞게 찾아 볼 수 있는 공연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코미디도 각자가 잘하는 장르가 있다"며 "그 장르를 극대화해 전문 코미디언이 된다면 아마 지금의 코미디는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대중들은 다시 웃음을 되찾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세 명은 '피부로 코미디를 느껴보라'고 권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마이크 하나로 교감을 나누고, 웃음을 피부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어렵겠지만 저희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길을 계속 걸어가볼 생각이에요. 진~한 웃음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방문해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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