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 2시간 3만원…"돈 없으면 못 놀아요"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8.11.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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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미래다3-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자 2-③]동네 놀이터는 '열악' 키즈카페는 비싸고…놀 곳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

편집자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없다”. 아동 놀이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 머니투데이의 기획기사 ‘놀이가 미래다’ 1·2편을 접한 많은 부모의 목소리다. 실제로 전국 7만여개 놀이터의 절반 이상은 아파트 단지 안에 꼭꼭 숨어있다. 어렵사리 놀이터를 찾는다고 해도 어른들에 점령당했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튼튼한 몸과 건강한 꿈을 키울 놀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머니투데이는 이번 기획으로 놀이터의 중요성을 재조명한다. 어른들의 욕심이 빼앗아간 놀이터를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고자 한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기자/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기자


·"엄마 키카가요! 키카!"

서울 광진구에서 6살 딸을 키우는 주부 이모씨(35)는 한 달에 2~3번은 꼭 키즈카페에 간다. 한번 갈 때마다 2만~3만원씩 들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 집 근처 주택가에는 딸 아이가 맘껏 뛰어놀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씨는 "동네 어린이공원이 하나 있는데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있어 위험해 보인다"며 "아이도 놀이터 시소보다 키즈카페 놀이시설을 더 재밌어 한다"고 말했다.



동네 놀이터보다 유료 놀이시설에서 노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5~6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키즈카페가 대표적이다. 5일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1493곳이었던 키즈카페는 올해 10월 말 기준 전국 2626개에 달한다. 3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키즈카페 평균 이용금액은 어린이 1명 기준 1만5000원(제한시간 2시간)·어른 1명 기준 5000원 선이다. 더욱이 프리미엄 키즈카페가 생겨나며 이용금액은 최근 더 높아지는 추세다. 인기 캐릭터를 테마로 한 대형 프랜차이즈 키즈카페는 2시간 이용료가 어린이 2만원·성인 1만원선이다. 이용시간을 초과하면 어른은 10분당 500원, 어린이는 10분당 1000원 정도를 추가로 받는다.



이처럼 부담스러운 이용가격 탓에 아이들 놀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7년 전국 3~8세 아동 706명을 대상으로 가구소득에 따른 놀이장소를 조사한 결과, 키즈카페 등 유료 놀이시설이 아동의 전체 놀이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월 소득 250만원 미만 0.0% △250만~350만원 미만 2.1% △350만~450만원 미만 3.0% △450만~550만원 미만 4.0% △550만원 이상 3.6%로나타났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A양(초4·10)이 키즈카페에 가 본 경험은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돼 따라가 본 게 전부다. A양은 "깨끗하고 재밌는 놀이기구가 많아 좋았지만 비싸서 부모님께 데려가 달라고 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A양이 사는 행당동 주택가에는 놀 만한 놀이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A양은 방과 후 집에서 휴대폰 게임을 하거나 주민센터 공부방에 들러 그 앞마당에서 논다. 가끔 옆 동네 친구 아파트 놀이터에 놀러 가기도 하지만 '입주민 외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은 게 마음에 걸려 자주 가지는 못한다.


놀이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도시 아이들 사정도 비슷하다. 경기도 평택시 읍면지역에 사는 주부 김모씨(40)는 "전원마을이라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겠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산에서 뛰어노는 시대도 아닌데 키즈카페는 고사하고 변변한 놀이터 하나 없다"며 "두 형제가 집에서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며 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사회 놀이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숙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사회에 아동들의 놀이 공간이 부족한 탓에 놀이 공간의 시장화와 불평등을 낳고 있다"며 "지역사회가 아동들의 욕구에 적합한 놀이공간을 확충해 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놀이터는 아동의 삶에 필수적인 공간"이라며 "놀이를 공공정책으로 채택한 영국 정부 등 선진국들은 놀이터 제공을 국가적 책무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도 점점 사유화되고 있는 놀이 공간을 모든 어린이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정부·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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