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은행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거래 중단 제동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8.10.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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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코인이즈' 가처분 인용…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무력화

김현정디자이너김현정디자이너


가상자산 거래사이트가 은행의 거래 중단을 막아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은행 거래 중단'이란 무기로 불투명한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를 통제해 온 정부 대책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가상자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30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9일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코인이즈'가 NH농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계좌의 입금정지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머니투데이 9월7일자 '[단독]'퇴출 위기'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반격' 참조)

'코인이즈'는 소위 벌집계좌로 불리는 법인계좌를 통해 투자자 자금을 받아 온 가상자산 거래사이트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말로 '코인이즈'에 거래 중단을 통보했고 '코인이즈'는 이에 반발,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농협이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른 입금정지는 은행의 의무가 아닌 재량에 불과하고 △코인이즈가 실명확인 서비스 이용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혔지만 농협은행이 제공하지 않으면서 다른 거래사이트에는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코인이즈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법인 비전의 김태림 변호사는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를 규제하기 위한 금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은행의 입금정지조치에 대해 계약위반을 인정한 사건으로 법원이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거래사이트 '캐셔레스트'가 이달초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동일한 내용의 가처분신청도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코인이즈'의 가처분 인용은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사이트에 대한 정부의 유일한 규제 수단인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무력화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농협은행이 '코인이즈'에게 거래 중단을 통보한 근거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말 가상자산 거래실명제(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사이트와 거래할때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정부는 △가상자산 거래사이트가 고객확인을 위한 정보제공을 거절하거나 제공한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경우 △실명확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거나 종료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은 가이드라인의 '거래 종료' 규정을 활용해 가상자산 거래사이트에 투자자 보호 장치, 자금세탁방지 방안 마련 등을 압박하고 실명확인계좌 이용을 유도해 왔다. 거래사이트는 은행 거래가 막히면 투자자 자금의 입출금이 어려워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코인이즈' 가처분 인용으로 은행의 압박수단이 사라졌다.

정부는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대응방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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