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지만 외환보유고나 기업 실적, 경제 기초체력 면에서 2018년은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미국 증시 불안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출회되는 국면에서 개인이 대량 매도를 단행하자 지수 급락이 초래된 것이다. 기관 중 금융투자가 5456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2000을 방어하긴 역부족이었다. 금융위기 때마다 증시 구원투수로 등극한 연기금이 이번 급락장에서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하지 않아 쿠션이 사라진 영향이 컸다.
◇韓 증시, 터키·러시아 다음으로 저평가=미 뉴욕 증시가 7년째 급상승하며 조정받을 때가 된 반면 상대적으로 별로 오르지 못한 한국 증시의 동반 급락은 '비합리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10년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375.9% 올랐는데 코스피는 122% 상승에 그쳐서다. 오른 것도 없는데 급락하는 코스피를 두고 투자자들은 탄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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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장기 강세장 끝에 하락장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증시 급락 원인은 미국 경기와 이익이 변곡점에 도달한 것과 미국 금융당국의 긴축정책, 미중 무역갈등 등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 가지 이유 모두 걱정할 만한 악재지만 금융시장이 예상했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주가가 과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직전 침체 국면(2008년 금융위기)에서 금융자산 가격이 너무 하락했던 아픈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 주식시장 랠리와 경기 확장은 10년째 진행 중이고 이제 후반기에 들어선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에 필적하는 강세장을 누리지 못했는데 동반 하락이 억울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현재 청산가치 기준 밸류에이션(가치)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4분기 한국 기업 실적이 적자를 기록한다면 모를까, 한국 증시는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저평가된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8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9배로 러시아와 터키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염 연구원은 "외환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터키와 한국 증시가 유사한 수준의 PBR이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