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붕괴된 시장…"투자법칙 마비"=과거 한국 증시가 급락할 때면 연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대형 기관투자자는 주식을 매수하며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올해 급락장에서는 연기금이 오히려 주식을 매도하며 증시 안전판이 사라졌다.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외국인이 주식을 파는데 개인 투매마저 쏟아지자 코스피 지수가 속수무책으로 빠진 이유다.
하반기 들어 연기금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4441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순매도한 금액(1조8852억원)에 못지 않은 규모다. 시장 영향력이 강한 외국인과 연기금이 나란히 주식을 매도하는데 지수하락이 불가피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개인 수급이 크게 무너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주식시장에서는 수급이 모든 재료에 우선하는데 지금 한국 증시는 수급 상황이 매우 악화됐다"며 "특히 주식담보대출과 신용을 통해 투자한 사람들의 공포심이 크게 확대됐고, 이런 투자자들은 하락장을 버티기 쉽지 않기 때문에 '공포에 의한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8년 당시도 코스피가 1000포인트를 하회한 상황에서 지수가 8% 넘게 추가 급락한 적도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최후의 매도를 단행해서였다.
향후 코스피는 2000선 위에서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하며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지난 10년간 한국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누적된 자본총계를 고려할 때 주가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당분간 2250을 중심으로 2100~2600 사이의 박스권, 좁게는 2150~2350 사이의 박스권 장세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현재 코스피는 2017년 이후 새롭게 형성된 박스권의 하단(2100)을 이미 뚫고 내려가,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강 회장은 "한국 기업의 이익 체력과 주주환원 정책, 높아진 배당수익률이 코스피 2000선을 지켜줄 것"이라며 "하지만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위기에 처한 지금, 지수가 상승한다 해도 2600은 뚫기 어려울 것이며 장기 박스권 속 개별종목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