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3년만에 내놓은 16집 음악 감상회에서 이문세가 DJ 시절 모습으로 신곡을 틀어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케이문에프엔디
따뜻한 음색에 실린 창법,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클래식적 멜로디를 아껴 온 이들에겐 ‘이문세의 배반’으로 수렴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젊은 감각을 굴곡 없이 받아들이는 특유의 기질은 새 음반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트렌드를 좇는 게 아니라 트렌디 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이질의 음악에 눈을 뜨려고 ‘노력’했다.
헤이즈가 선사한 ‘희미해서’도 리듬앤블루스(R&B) 리듬으로, 기존에 불렀던 팝적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다. 이문세는 힘을 빼고 건조한 창법으로 ‘스토리’를 완성하기보다 마디마디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곡을 해석했다.
음악의 인테리어가 클래식적 고풍에서 북유럽 스타일로 바뀐 느낌이었다. 단순하고 차가운 분위기 속 따뜻함을 잃지 않는 연결이랄까. 이문세는 이 같은 해석에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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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연결의 미학에 재능 있는 이 뮤지션은 새 음반 곡 작업을 ‘의도적 목적’에서 출발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과정’에 맞췄다.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만들면서 나오는 과정을 실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기억하는 이문세가 아니라, 이문세가 발견하는 이문세를 만날 수밖에 없다.
이는 곡을 받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블라인드 초이스로 200곡을 받아 고르고 고른 곡의 주인공이 그들이었다. 선우정아, 헤이즈, 잔나비, 임헌일 등이 선사한 곡은 공교롭게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묘하게 공존하는 ‘경계의 표현’들이었다. 이문세는 경계선에서 때론 그 위로 넘어가 실험을 즐기면서 때론 아래에 안착하기도 했다.
이문세가 손수 만든 3곡도 음반에 실렸다. 그가 만들었으니 기승전결로 채운 복고풍의 음악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할지 모르지만, 예상은 틀렸다. 이문세가 작곡하고 개코가 피처링한 ‘프리 마이 마인드’(Free my mind)는 단 2개 코드만을 사용해 브릿팝 느낌과 힙합의 자유로움을 구사했는데, 마치 “난 음악적 구속에서 완전 벗어났다”는 자유의지를 표현한 듯하다.
모두 외국 뮤지션이 참여한 보사노바 곡 ‘안달루시아’는 이문세가 스페인 여행 때 플라멩코 공연에서 영감을 받고 지었는데, 그 역량이 무섭다. 자신이 지은 곡조차 전통적인 맥락과 문법을 무시한 듯한 작업의 과정은 환갑을 앞둔 이문세의 현재를 설명한다. 그 현재는 앨범 명에서 드러나듯 ‘사이’의 틈을 좁히고 세대 간 간극을 메우는 노력하는 청춘의 소환이다.
“음악에도 음악적 사이가 있어요. 참여한 후배 뮤지션과의 사이, 제 음악을 들어주는 대중과의 사이가 그렇죠. 개인적으로는 제 음악과 청취자가 1대 1이길 소망해요. 제 진정성으로 한 사람의 마음만 움직일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커요.”
16집 '비트윈 어스'(Between Us)낸 가수 이문세. 이번 음반에서 이문세는 3곡을 자작곡으로 실었다. /사진제공= 케이문에프엔디
음반도 음반이지만, 무대에서 드러나는 젊은 감각은 상상 이상이다. 갈수록 가창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사실 무대에 설 때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미있어요. 관객이 제 무대에서 ‘차라리 음반으로 듣는 게 낫다’고 하면 공연을 그만둘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무대에서 관객이 무언가를 얻어간다는 건 제 진정성의 크기와도 관계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으로 계속 설 겁니다.”
이문세는 오는 12월 29~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16집 발매 기념 공연 ‘더 베스트’(The Best)를 연다. 그는 진정성 하나를 위해 남은 기간 맹추위와 싸운 결과물을 또 내놓을 것이다. ‘감동’이라는 부제를 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