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째 전기요금 개편 '시동'…우리집 전기세 오를까?

머니투데이 김하늬 , 안동현 인턴 기자 2018.10.2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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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국감으로 본 전기 요금]

31번째 전기요금 개편 '시동'…우리집 전기세 오를까?


11번의 인하와 17번의 인상.



정부는 지난 1982년부터 모두 30번 전기요금을 조정했다. 이중 11번에 걸쳐 30%를 내렸고 17번에 나눠 113% 올렸다. 사실상 70% 가량 인상한 셈이다. 2번의 조정은 종별 체계만 바꿨다.





김종갑 한국전력사장(이하 한전)이 31번째 전기요금 개편을 예고했다. 이번엔 '정례화'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전기요금 체계는) 원가연동제가 가장 확실할 것"이라며 "그게 안된다면 연 1회라도 전기요금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도 "취지에 여러 합리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를 포함해 같이 논의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정부는 전기요금 개편과 관련 단기와 중·장기 로드맵을 수차례 수립한 바 있다. 문제는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적인 요금설계보다 정치·경제적 제약 조건이 많아서다. 이해 당사자가 많고 엇갈린다. 체계 개편에 따라 이익과 손해를 보는 쪽이 극명하게 갈린다. 가정용에 비해 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 산업용, 농사용 전기요금 개편도 난관이 많다.



결국 눈은 국회로 향한다. 전기요금 개편의 중심에 '누진제 개편'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지난 여름 폭염으로 인한 국민의 전기료 부담이 높아지자 당정협의를 통해 누진세 한시적 완화정책을 발표하고 중장기적으로 누진세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누진세와 관련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20건 계류돼 있다.



한전과 산업부도 누진제 관련 법안을 놓고 법안심사소위에 태스크포스(TF)를 제안했다. 아울러 전기요금 결정도 더 이상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기관에서 권한을 갖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위적으로 요금인상을 억제하고, 각종 특례요금을 만들면 전력시장을 왜곡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별도의 위원회 '신설'을 언급한 이유다.




또 다른 난관은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 손질이다. 정부는 경부하 요금제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 국감장에서 "30대 대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의 판매단가는 kWh당 95원으로 전체 판매단가 107원보다 12원 낮은 반면 나머지 기업은 111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4원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30대 대기업은 경부하 시간대에 공장을 집중적으로 가동해 평균단가 12원 절약효과를 보는데 결국 중소기업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경부하 요금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경부하 요금제'란 전기소비가 적은 심야시간대에 적용되는 값 싼 요금이다. 과거 심야에 남는 전기를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지난해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절반 가량이 경부하 시간대에 집중되는 등 과소비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전 측도 "한전의 수익을 중립적으로 해서라도 소비 왜곡을 고치는 게 국가적 자원배분 합리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에도 그렇게 건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31번째 전기요금 개편 '시동'…우리집 전기세 오를까?

마지막 난관은 전력구입비 연동제다. 김 사장은 "전기 소비 왜곡을 개선하고 합리적 전력소비를 위해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는 원가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물가안정 등 정책적 목적에 따른 요금규제로 전기요금의 경우도 공급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왔다.



한전이 지난해 사들인 전력거래금액은 44조7714억원. 별도 직거래하는 PPA(일부 열병합·가스와 신재생)를 제외한 거래량만 약 52만900GWh에 달한다.



한전은 도매 전력시장에서 kWh당 평균 82.98원에 전력을 사들였다. 공기업인 6개 발전자회사와 20여개 민간발전사, 2200여개 신재생 발전사가 생산한 전력이다. 원별 매입가는 원자력이 kWh당 60.68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뒤이어 석탄 78.49원, LNG 111.60원 순이다.



용도별로는 산업용이 56.3%로 비중이 가장 높고 일반용(상업용) 21.9%, 주택용 13.4%, 농사용 3.4%, 심야 2.5% 순이다.



반면 평균 판매가는 주택용 108.5원, 산업용 107.4원, 일반용 130.4원, 농사용 47.5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판매가격이 종별로 다른 이유는 송배전 비용 등 각각의 원가가 다른데다 농민과 산업계에 부담을 줄이려고 요금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소비자 요금에 연료가격 변동분이 적기에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다보니 연료비가 오를 때는 한전이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연료비가 낮을 때는 한전이 대규모 흑자를 보는 상황도 발생했다"며 "현행 전기요금에는 환경오염에 따른 외부비용, 송배전 설비 관련 보상비용 등을 포함한 사회적 갈등 비용의 반영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원가 회수율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전기를 만드는데 가장 많이 드는 원가는 연료비다. 연료가격의 변동 폭을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면서도 "전제조건은 한전이 적정수준의 비용 절감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규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전기요금의 정책목표가 물가와 산업계 부담 최소화가 아닌 합리적 전력소비 유도라는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루는 게 선결과제다. 김 사장은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문제를 이유로 전기 과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화두를 던졌다.



김 사장은 "우리의 1인당 전력소비는 일본보다 32%, 독일보다 60% 많다"면서 "독일 정도로 아껴 쓰면 이산화탄소 걱정을 거의 안 해도 될 텐데 우리의 감축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용도별 요금체계가 향후 원가 차이를 반영한 전압별 차등요금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계절별·시간대별 차등요금, 선택요금 확대 등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 우려에 대한 '완충작용' 차원에서 필수사용량 전기요금보장공제 등 현행 에너지 복지 제도 개선도 언급된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에 따르면 한전은 월 200kW 이하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들에게 전기요금을 고압인 경우 월 2500원, 저압인 경우 월 4000원 할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수혜를 받는 943만 가구 중, 전력사용 취약계층은 1.7%인 16만 가구에 불과했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한전 사장인 (제가) 지금 일반가구 중 한명으로 분류돼 월 4000원의 필수공제를 받고 있다"며 "이런 점을 포함해 국회에서 국민들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고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컨센서스가 이뤄지면 절차는 명확하다. 한전 이사회가 전기요금 조정 개편안을 의결한 뒤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전기사업법), 기획재정부 협의(물가안정법) 협의, 전기위원회 심의 및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 인가를 거쳐 공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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