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고 이런 피드백을 받긴 처음이다. 본지 23일자 기획기사 '조합장이 뭐길래'에 대해 지인이 보내온 카톡 메시지다. 그동안 조합아파트로 마음 고생이 심했단다.
건설협력사 직원이라는 한 누리꾼은 자신의 경험담을 댓글로 남겼다. "무너져가는 재개발 단지에서 조합장과 조합사무장이 몇백억원 규모의 공사 물량을 주겠다며 각각 현찰 2억원씩을 선불로 요구했다. 미련없이 자리를 나왔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주택법이 적용되는 지역주택조합의 비리는 더 심각하다. 지난 주말 인천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총회에 다녀왔다. 조합원이 수천명인 대규모 지역주택조합 중 조합장을 끌어내린 사실상 첫 사례다. 조합원 명부 확보에만 2년이 걸렸다.
조합장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 사이 조합원 편이 아니라 업무대행사 편에서 각종 수수료와 용역계약을 터무니없는 고가에 체결하곤 이를 숨겼다. 부조합장은 업무대행사의 임원출신, 분양홍보대행사는 업무대행사의 관계사. 짜고 친 고스톱이다.
아무 연고 없이 살던 아무개들이 아파트를 짓겠다는 꿈은 업무대행사가 앉힌 '바지 조합장'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 무너진다. 초기 조합추진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집행부나 업무대행사가 어떤 곳인지 모른 채 분양가가 싸다는 감언이설에 속은 지역주택조합원이 전국에 수만명이다.
억울하다던 전 조합장은 결국 총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추천으로 선임된 새 조합장은 조합업무에 문제를 제기하다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조합원들 요청으로 회사도 그만뒀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시작했다. "초심을 잃지 않게 끝까지 관심 갖고 비판해주십시오." 해법은 새 조합장의 취임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