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XX'한다는 중딩들…"야동보고 배웠어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이재은 기자, 박가영 기자, 김영상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2018.10.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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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들의 성(性)] (종합)

우리도 'XX'한다는 중딩들…"야동보고 배웠어요"


중학생이 말했다, "임신만 조심하면 되죠"
[요즘 10대들의 성(性)]① 10대들에게 성(性) 얼마나 아느냐 물으니…호기심 많지만, 제대로 모르는 경우 많아

중학생 A군(15)은 만난 지 3개월 된 여자친구가 있다. 성(性)에 한창 호기심 많을 나이. 그래서 손 잡고, 포옹하고, 키스하는 등 스킨십도 해봤다. 성관계까지 해봤냐 물으니 A군은 "아직 못해봤는데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위험하다는 생각을 안해봤냐고 하자 그는 "임신만 조심하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10대들의 성(性) 인식이 혼란스럽다. 대다수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음에도 건강히 인지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으면서도, 피임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또 성을 단지 음란하게 생각하거나 욕구를 푸는 것으로 보는 등 왜곡된 인식을 갖는 10대들도 있었다.

머니투데이는 15일부터 19일까지 13~19세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성 관련 인식에 대해 물었다. 성에 대해선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 지부터 이성과의 성 관계, 음란물 등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다양한 의견을 묻고 들었다.



성에 대해 떠오르는 걸 물으니 '남자친구'나 '여자친구' 등 이성 관계를 떠올리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서로 사귀거나, 연애 했던 경험 공유, 이상형에 대한 생각 등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스킨십'이나 '성관계' 관련 답변도 다수였다. 중학생 B군(15)은 "여자친구와 키스할 때 가슴을 만진 적이 있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거부 의사는 없었냐고 묻자 "좀 빼긴 했지만 괜찮았다"고 답했다.

성관계 관련해서도 물어봤다. 어떨 때 해도 되느냐고 묻자 "사귀면 괜찮다"고 답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학창 시절에는 하면 안된다"도 답하는 이들도 있었다.


성관계 경험을 했다는 중학생 B군(14)은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여자친구를 불러서 성관계를 했다"며 "좀 무섭기도 했지만 좋았다. 사귀면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군에게 "임신할 수도 있는데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콘돔만 잘 사용하면 괜찮다"고 답했다. 하지만 B군은 "성관계를 처음 할 땐 콘돔이 없어서 쓰지 못했다. 그냥 조심했다"고 얼버무렸다.

중학교 3학년 때 성관계를 했다는 고등학생 C군(17)도 "10대라고 해서 성관계를 꼭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서로 사랑하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피임을 매번 잘하고 있냐고 묻자 역시 "조심하고 있는데, 불안할 때도 있다"고 답했다.

반면 고등학생 D양(18)은 "성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10대 때는 안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성인이 된 뒤 성관계를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왜곡된 성 인식도 있어 보였다. '음란물' 등을 성욕 해방구로 삼는 사례가 많았다. 중학생 E군(16)은 "성을 떠올리면 야동(성인 동영상) 밖에 생각이 안 든다"며 "보면 볼 수록 자극적인 것들을 찾게 된다"고 답했다. 이어 "자위 행위 등을 할 땐 때론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실제 성관계를 하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남형도 기자

13세도 다 아는데… '난자·정자' 머무는 성교육
[요즘 10대들의 성(性)]② 청소년 성교육, 성관계는 출산을 위해서만 필요하다며 청소년의 성욕 금기시

영화 제니주노 스틸컷 중영화 제니주노 스틸컷 중
"넌 성관계를 요구했고, 난 거절했어. 피임기구가 없어 거절하는 내게 너는 끝까지 애원했다. 내가 강간이라고 말하자 멈췄지."… 15살 래퍼 디아크. 그의 전 여자친구가 그와의 성관계 사실을 고백하자 많은 이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사실 이들의 관계는 그리 특수하지 않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이 10%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성'을 금기로만 여긴다.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은 19세 이상만 콘돔을 구매할 수 있도록 따로 분류하고 있다. 교육부가 2015년 2월 발표, 배부한 '학교성교육표준안'은 청소년의 성을 다루면서 "청소년은 성관계와 성욕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서술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며 교육부는 같은 해 7월 이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지만, 우리 당국과 기성세대들이 '청소년의 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 13세… '피임 없이' '폭력적 성관계' 후 '우울증·자살 시도'

청소년들의 평균 성관계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청소년 6만8043명 대상)에 따르면 청소년 100명 중 다섯 명이 성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청소년(7%)의 성경험 비율이 여자 청소년(2.8%) 보다 높았으며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전체의 10%가 성관계를 해본 것으로 집계됐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처음 성관계를 한 나이는 평균 만 13.1세로 2011년 같은 조사 때의 13.6세보다 더 어려졌다.

하지만 성 관련 지식이 전무한채로 성관계를 경험하다보니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 피임을 하지 않거나 폭력적 성관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도 'XX'한다는 중딩들…"야동보고 배웠어요"
같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전체 피임 실천율은 절반 수준인 51.9%에 그쳤다. 성관계를 경험하는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은 제대로 피임을 하지 않는 셈이다. 이는 외국 청소년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국 15세~19세 여학생의 피임실천율은 98.9%에 달한다.

청소년 피임률이 낮은 이유로는 △청소년들이 피임 관련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고 △청소년이 피임 도구인 콘돔 등을 구매하기 쉽지 않으며 △본인은 피임을 원하지만 파트너와의 젠더 위계로 인해 피임하지 못하는 상황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피임법으로는 콘돔(69.3%)이 꼽혔지만, 실제로 청소년들이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에 '콘돔'을 검색할 경우 '19' 표시가 나타나며 '성인용품'으로 분류된다.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더욱 구매하기 어렵다. 기성세대의 시선 때문이다. 청소년을 위한 콘돔 공급 업체 이브콘돔의 설문조사 결과 132명 중 31.8%(42명)가 "콘돔을 살 때 주변 시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피임 도구 구매가 어려우니 체외사정이나 자연피임 같이 실패가능성이 높은 피임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20%에 달했다. 이동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서구에 비해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비율은 적지만, 낮은 피임실천율로 인해 원치않는 임신이나 성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성 관련 지식을 성교육 보다 야동(음란 동영상)을 통해 접하다보니 △자신의 감정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며 성관계를 갖는 방법 △성관계 전후나 도중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효과적으로 표현·추구하는 방법 등을 모른다는 점이다. 김현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 성관계 경험이 자살행위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청소년들이 낭만적 관계(연인)에서 폭력적인 성관계를 가진 후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일이 있다면서 "성에 대한 실질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관계 '출산'을 위해서만 필요?… "피임법 등 실질적 성교육 늘어야"

상황이 이러한 데도 기성세대가 청소년 성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 자연히 성교육에도 이 같은 관점이 반영돼있다. 성관계는 출산을 위해서 '기능적'으로만 필요하다고 가르치고, 청소년기의 성욕이나 성관계를 금기시하며 금욕에만 초점을 둔다.

교육부는 2015년 2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사용하는 학교 급별 교사용 교수자료 및 지도안, 학생용 워크북 등 '학교성교육표준안'을 제작·보급했다. 당시 교육부는 '학교성교육표준안'을 국가 수준의 성교육표준안으로 규정하며 담당교사는 물론 외부전문강사도 준용할 것을 명시했다.

하지만 '학교성교육표준안'은 기성세대가 청소년의 성을 바라보는 태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컨대 여성의 성기를 내부기관만 설명해 성기를 생식기능에 한정하여 설명하고, 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성관계는 옳지 않은 것처럼 서술했다.

즉 △음순: 여성 외음부에 있는 두 쌍의 주름을 말하는 것으로 여성의 생식 기관. (유치원 7차시) △남자의 성기가 볼록하고 여자의 성기가 오목한 이유는, 남자의 경우 정자를 잘 만드려면 온도가 낮아야 해 밖으로 나와 있다. 반면 여자의 경우는 아기를 안전하게 키워야 하니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구조의 차이를 보았을 때 남녀의 생식기는 단지 쾌락과 욕구의 배출 도구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만들고 생산하는 소중한 곳이다(중등 2차시) △성의 소중함과 의미는 무엇인가: 출산의 감격이 담긴 동영상 시청 후 성의 가치에 대하여 논의해보기 학습활동 △성과 책임의 관계: 성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원천이 됨. 성적 활동을 할 때에는 임신 및 출산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함 (이상 고등 11차시 '성에 대한 책무성') 등이다.

또 청소년기의 성관계나 성 욕구를 좋지 않은 것으로 묘사함으로써 금욕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소년기의 금욕: 무분별한 성 욕구 충족은 임신·미혼부·미혼모·성병·학업중단·성폭력 등 사회문제가 될 수 있음. 따라서 성욕구를 성관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성인이 돼 결혼할 때까지 자제하는 게 바람직함 △자위를 많이 하면 음경 찰과상이 생길 수 있고, 드물지만 음낭이 이완되거나 성기 변형이 올 수 있으므로 조심하는 게 좋음 (이상 중등 15차시 '성 욕구의 조절') 등이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랐다. 교육부는 '학교성교육표준안'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 내년 상반기 재보급함과 동시에 보건시간에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성교육이 아니라 전체 교육과정에 성교육 관련 내용을 담겠다고 밝혔다. 또 성교육 전문교사 양성에도 중점을 둘 방침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은 '청소년 성'에 대한 인식을 전면적으로 전환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관계 방법을 가르치고 건강한 성 인식을 심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성교육 하는 아빠'라는 별명의 성교육 전문가 박제균씨는 "화면으로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등의 이론적 수준의 성교육만 받았던 청소년들은, 실제 성관계 상황에 놓이면 혼란에 빠진다. 피임 방법을 모르니 피임을 시도하더라도 실수가 생긴다"면서 "어차피 성관계를 하는 청소년들은 존재하므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올바른 피임법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부모들의 인식이 달라져야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피임이나 올바른 성관계법 등 '실질적' 차원의 성교육을 할 경우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곤 한다. 교육 당국에서 아무리 성교육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더라도 교사들이 실질적 교육에 나서기 쉽지 않은 이유다. 학부모들부터 성교육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성교육하는 게 아이들을 더 위하는 방법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은 기자

"클릭만 하면…" 음란물 홍수에 휩쓸린 10대
[요즘 10대들의 성(性)]③유튜브서 보고, 채팅앱서 만나…性인식 심각한 왜곡 우려

우리도 'XX'한다는 중딩들…"야동보고 배웠어요"
'음란물'이 청소년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보다 '더 많이', '더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10대들의 성 의식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분별한 음란물 노출로 인해 청소년 성범죄가 증가하는 등 사회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며 성인용 동영상이나 사진 등과 같은 음란물을 접한 청소년이 느는 추세다. 실제로 초등학생 때부터 음란물을 접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이하 청소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청소년 1만5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1년간 성인용 영상물을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41.5%. 이 가운데 초등학교 5~6학년생의 음란물 시청 비중은 16.1%로 2년 전(7.5%)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구글에서 음란물을 지칭하는 단어를 검색했다.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관련된 사진이 검색됐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지만, 결과창엔 나체 혹은 속옷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가득했다./사진=구글 캡처구글에서 음란물을 지칭하는 단어를 검색했다. 성인인증을 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관련된 사진이 검색됐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는 안내 문구가 있었지만, 결과창엔 나체 혹은 속옷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가득했다./사진=구글 캡처
◇포털서 검색하면 5초 만에 '야한 사진'이…유튜브 영상 접근도 쉬워

청소년들이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포털 사이트다. 보통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어를 입력하고 결과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초 안팎. 음란물 또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입력과 클릭만으로 10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찾아볼 수 있다.

20일 머니투데이가 한 대형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성행위를 뜻하는 단어를 입력한 결과 사진, 블로그, 동영상 등 여러 유해 콘텐츠가 검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보는 데는 불과 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됐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성인인증을 하라는 메시지가 뜨긴 했다. 하지만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성행위 장면을 묘사한 이미지, 나체사진 등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수면제, 마취제와 같은 '강간 약물' 판매한다는 광고가 검색 결과에 포함되기도 했다.

성인인증이 불필요한 것은 물론 로그인하지 않아도 누구나 포털사이트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다 보니 포털사이트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주된 경로로 지목된다. 여가부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성인용 영상물을 접하는 경로 1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27.6%)가 꼽혔다.

그 뒤는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19.1%)가 잇는다. 특히 유튜브는 이용자가 급격히 늘며 음란물 유통 창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엔 야한 소설을 동영상 형식으로 제작한 신종 음란물 '썰동'(썰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며 논란된 바 있다.

현재 유튜브는 만 13세 이상 이용자에게만 계정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성인 콘텐츠를 시청하려면 성인인증도 해야 한다. 그러나 생년월일, 전화번호로 간단하게 인증받을 수 있어 부모님 등 성인의 이름으로 가입과 영상 시청이 가능하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한 댄스팀 직캠. 댓글에 있는 '0:30'을 누르면 위 사진처럼 마치 속옷이 보이는 듯한 장면으로 넘어간다./사진=유튜브 캡처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한 댄스팀 직캠. 댓글에 있는 '0:30'을 누르면 위 사진처럼 마치 속옷이 보이는 듯한 장면으로 넘어간다./사진=유튜브 캡처
청소년에게 해로운 유튜브 영상 중 일부는 성인 콘텐츠로 분류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선정적인 안무와 의상으로 유명세를 탔던 A댄스팀의 직캠(직접 찍은 영상)이 대표적이다. 속옷을 연상케 하는 무대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이 댄스팀의 직캠 영상 조회 수는 무려 2000만회 이상. 영상 밑엔 여성 댄서의 특정 부위를 언급하는 댓글이 가득하다. '0:41', '1:50' 등 댓글에 시간을 적어 노출이 심한 장면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 같은 유튜브 음란물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규제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튜브는 미국 구글의 동영상 업체로 서버가 해외에 있어 정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유튜브 콘텐츠 심의를 진행하지만 국내 기업이 아니라 행정처분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체불명 해시태그로 SNS서 음란물 공유…DM으로 연락 후 만나기도

음란물은 SNS에도 가득하다. SNS는 청소년들이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음란물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 인기 SNS 중 하나인 '텀블러'에는 이미 각종 음란물이 범람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지난 7월까지 방심위가 시정 요구한 국내외 인터넷 포털·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불법·유해정보를 분석한 결과 성매매·음란 정보 중 67%(11만8539건)는 텀블러를 통해 유통됐다.

국내 월 이용자 수 1000만명을 넘어선 인스타그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인증 없이 해시태그(#) 검색만으로 수천 건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측은 음란물을 차단하기 위해 해시태그 필터링에 나서고 있지만 사용자들은 이를 피하고자 아랍어 해시태그까지 만들어 음란물을 공유하고 있다.

SNS 음란물 문제는 단순히 시청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만남으로도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특정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속옷만 입거나 가슴, 엉덩이 등 신체 부위를 찍어 올리며 공개적으로 성관계 상대를 찾는 이들이 나타난다. 현재 18세라고 밝힌 인스타그램 이용자 A씨는 "원하는 포즈나 부위를 말해주면 찍어서 사진을 올린다"며 "언제든 DM(다이렉트 메시지)만 보내면 나와 만날 수 있다. 어제도 오빠 한 명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SNS나 채팅앱 등을 통해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으려는 이들이 늘며 청소년이 성매매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응답자 중 59.2%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처음 성매매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한 성매매 방식 또한 스마트폰 채팅앱(67%)이었다.

◇그릇된 성 인식, '청소년 성범죄'로 이어진다

우리도 'XX'한다는 중딩들…"야동보고 배웠어요"
음란물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며 10대들의 성 인식에 심각한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릇된 성 인식은 청소년 성범죄의 발단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진아 동신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이 음란물에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이른 나이에 노출되면 음란물에서 제시되는 성적 행동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성에 대한 허용성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성적 충동 내지는 성적 행위의 추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몰카 범죄를 보면 그렇다. 지난 16일 경남 통영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업 중 교사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고 이를 SNS에 유포해 퇴학처분을 받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를 어겨 입건된 19세 미만 피의자는 817명. 2011년(87명)에 비해 9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13세 미만의 성폭력 범죄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에서 발생한 '촉법소년'(10~13세)의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15년 46건 △2016년 50건 △2017년 80건으로 2년 새 73.9%나 늘었다.

최 교수는 "아동과 청소년은 성에 대한 책임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숙고하기 이전인 상태"라며 "인터넷 음란물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분별력 있는 시각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가영 기자

아직도 콘돔은 성인용품? 청소년은 어디서 구하나
[요즘 10대들의 성(性)]④ 청소년 판매불가? 법적 근거 없어…"성관계 권장이 아니라 피임할 수 있도록 해야"
우리도 'XX'한다는 중딩들…"야동보고 배웠어요"
"우리는 학생들한테 콘돔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콘돔을 성인용품 판매대에 진열한 서울 강남구의 A약국. 그 이유를 묻자 주인은 "학생들이 콘돔을 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A약국 만의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청소년기에 성관계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조기 피임의 중요성이 커지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콘돔을 성인의 전유물로 간주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B약국에서도 콘돔은 탐폰과 함께 성인용품 코너에 놓여 있었다. B약국 주인은 "우리 가게에 학생들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쉽게 콘돔을 접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처럼 기성세대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청소년을 위한 콘돔 공급 업체 이브콘돔의 설문조사 결과 132명 중 31.8%(42명)가 "콘돔을 살 때 주변 시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조사에 응답한 한 청소년은 "콘돔을 살 때 미성년자로 의심받지 않도록 사복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한다"고 말했다.

콘돔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과거에 머무른 탓에 청소년들이 피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통계(2016년)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평균 13.1세에 첫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중 피임 실천율은 절반 수준인 51.9%에 그쳤다. 적어도 성관계를 경험하는 청소년 두 명 중 한 명은 제대로 피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약국에서 청소년에게 콘돔을 팔지 않겠다는 건 법적 근거가 없다. 콘돔은 법적으로 청소년도 살 수 있는 의료기기에 속한다. 김달환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관은 "약국에서 콘돔을 성인용품 코너에서 파는 것은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콘돔을) 미성년자가 사용해선 안 된다거나 구매할 때 성인임을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콘돔을 쾌락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여성가족부는 요철식 특수콘돔과 약물주입 콘돔(사정지연 콘돔)을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청소년의 심신을 심각하게 손상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청소년이 콘돔을 구하는 방법은 요원해진다.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19세 이상만 콘돔을 구매할 수 있도록 따로 분류하고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특수형 콘돔에만 성인용 카테고리를 적용하는 것이 맞지만 혹시 나중에 법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일반용과 특수용 콘돔을 모두 성인용품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청소년에게 성관계를 권장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콘돔을 쉽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즐기기 위해 성관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너희는 즐기면 안 되니 밋밋한 콘돔만 사용하라'고 제한하는 것도 난센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콘돔을 성인용품으로 바라보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은 "성인용품이라는 용어 자체가 섹스는 어른들끼리만 알고 있는 행위라는 뜻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며 "콘돔 사용법 등 올바른 성교육을 한다는 전제로 청소년의 콘돔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상 서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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