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상장폐지…누구에겐 '눈물' 누구에겐 '돈벌이'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명룡 기자, 이태성 기자 2018.10.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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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논란]회계법인 엉터리 재감사 하고도 수십억 청구…결국 법원이 '제동' 걸어

편집자주 올해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되는 기업은 최대 20곳 미만으로 과거보다 많지 않다. 2010년에는 코스피, 코스닥을 합해 91개 기업이 상장폐지됐고 2016년과 2017년도 각각 19곳, 23곳이 시장을 떠났다. 그럼에도 올해처럼 상장폐지 논쟁이 뜨거웠던 적은 없다. 현행 제도에 심각한 흠결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

'27억원, 17억원, 15억원…'

올해 회계감사 의견거절로 인한 상장폐지를 막으려고 코스닥 기업 3곳이 지출한 재감사 비용이다. 이들을 포함한 상장폐지 대상 11개 기업이 쓴 자금(정기감사 포함)은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상장폐지로 투자자 손실은 눈덩이 같은데, 정작 회계법인이 과도한 감사비용을 청구하는 등 재미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점은 크게 2가지다. 회계비용이 과도했는지, 재감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다. 회계법인도 할 말은 있지만 일단 적정성 측면에선 "의견거절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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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재감사 결과 엉망…회계법인 믿겠나" = 21일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법원은 파티게임즈 (250원 ▼46 -15.5%), 모다 (155원 ▼105 -40.4%), 감마누 (445원 ▲1 +0.23%), 에프티이앤이 (253원 ▲2 +0.8%) 등 4곳 기업이 신청한 '상장폐지결정 등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이며 "감사의견 거절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이들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이어 정리매매 단계까지 갔지만 법원 결정으로 상장폐지 및 정리매매가 보류된 상태다.

A사의 경우 재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재무제표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원은 "감사를 두 번이나 진행했는데도 자산·자본·부채 등 재무제표 기본항목과 재감사보고서 주석에 기재된 여러 수치가 일치하지 않았다"며, 이런 중요한 수치를 틀린 회계법인이 한 감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법인이 주장한 '우발부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소명이 이뤄져 감사의견을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A사는 공고와 거래처 문의서 발송을 통해 우발채무가 없다는 점을 일차로 확인한데 이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영진이 300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그럼에도 의결거절을 낸 것은 회계법인의 재량을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B사는 회계법인의 책임을 피하려는 면피성 의견거절이 문제가 됐다. B사는 부실 계열사 처리문제가 있었는데, 이들 기업에 대한 손실액이 확정되기도 전에 의견거절이 나왔다는 것이다. 문제의 계열사들은 지난 8월 회생절차를 통해 회생법원 관리로 들어간 상태다. 법원은 채권자 권리신고와 자산실사가 끝나면 정확한 자회사 가치가 평가되고, 감사의견 거절사유를 해소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회계법인이 성급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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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감사는 0.5억, 재감사는 10.6억… = 회계법인이 재감사 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한 것도 논란 대상이다. 회계법인 감사의견은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4가지인데 적정을 받아야만 상장이 유지된다.

3월 정기감사를 통과하지 못한 기업은 재감사(통상 6개월) 기회가 주어진다. 문제는 재감사 때에는 회계법인이 요구하는 감사비용이 최소 2배에서 20배까지 불어난다는 점이다. 현행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상 정기감사와 재감사는 동일한 곳에서 받아야 하니 다른 업체를 찾을 수도 없다.

올해 재감사를 받은 상장기업 16곳은 정기감사 비용이 평균 1억8000만원인데 재감사 때는 4억5200만원으로 151% 늘었다. 3억5500만원에서 16억원으로 늘어난 세화이이엠씨도 있다. 파티게임즈는 3억7800만원이 27억원이 됐다. 회계법인에 지급한 9억원에, 디지털포렌식(과학적 증거분석)과 PA(퍼스널어카운트) 검증 요구로 18억원이 추가됐다.

또 다른 회계법인은 재감사 기업의 투자자산 1건당 평가비를 1억원씩 받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를 인지해 외부감사 제도 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사후 약방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회계법인은 재감사에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고 반박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재감사의 경우 (상장폐지가 결정되는)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투입하는 인력이 대폭 늘어나고 검증에 드는 부대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기업에 잠재된 리스크가 인지됐는데, 단순히 감사비용을 많이 받았다고 문제를 덮어둘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상장사의 경우 직간접 투자자가 워낙 많아 부실감사 오명을 쓰면 회계사들도 집단소송 대상이 된다"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퇴출된 동료들을 보면 보수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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