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로마의 주교황청한국대사관저에서 이곳 요리사 강성자씨와 인사하고 있다./주교황청대사관 제공
그리고 2018년. 강 셰프는 현재 로마의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저 셰프다. 지난 17일(현지시간)엔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11년전 그 특별한 손님이 대통령이 돼 대사관저에 나타났기 때문. '손님'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였다.
청와대와 주교황청대사관이 2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17~18일) 뒷얘기를 공개한 것에는 이런 사연들 뿐만 아니라, 얼마나 우리 정부와 바티칸 측이 이번 행사에 신경을 썼는지가 담겨있다. 양측 관계자들의 땀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세심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 행사 2주 전부터 이백만 대사는 문 대통령의 만찬 때 나올 음식을 먹었다. 즉 강 셰프가 문 대통령과 파롤린 국무원장에게 최상의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같은 요리를 수없이 반복해 연습했다는 뜻이다.
【로마=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주교황청대사 관저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과 만찬을 하고 있다. 2018.10.18.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디데이' 일주일 전인 10일, 한차례 리허설도 했다. 외국인 신부와 한국인 손님 여러 명을 초청하고 이백만 대사, 통역을 포함해 17일 만찬 때와 같은 인원이 저녁을 먹었다. '맛' 뿐만 아니라 음식의 특성상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까지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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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세심함을 넘어 완벽주의다. 아무리 대통령의 행사라도 이만큼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왜일까.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만찬이었기 때문이다.
만찬은 '한반도 평화 미사'에 이어 진행됐다. 다음날인 18일에는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로 돼 있었다. 방북 초청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이정표가 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백만 대사는 "교황은 외빈과 식사를 하지 않고 국무원장이 이를 대신한다"고 언급했다. 교황청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만찬을 할 수 있는 인사중 최고위직이 나왔다는 의미다. 이 대사는 "사실상 대통령과 교황을 함께 모신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다해 준비했다"며 "리허설 만찬 때도 긴장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주교황청대사관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 만찬에 나온 메뉴/주교황청대사관 제공
권혁운 공사참사관, 남현숙 서기관, 불가리아 대사관에서 파견된 지형인 참사관 등이 '완벽주의'에 가세했다. 주이탈리아대사관도 기여했다. 관저만찬은 총 14명 규모. 주교황청대사관저의 테이블은 12인용이라 감당이 안 됐다. 주이탈리아 대사관 관저가 테이블을 빌려줬다. 주이탈리아 대사관은 17일 미사에 우리 교민 참석자 선정 및 초청장 전달에 기여하는 등 적극 지원했다. 이백만 대사는 "외교는 곧 친교인데, 식사는 최상의 친교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교황청 역시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신경 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통 휴식시간인 정오에 문 대통령을 만났다. "문 대통령을 만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이었다. 또 바티칸에선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 10월3~28일)가 열리고 있다. 시노드 회의는 거의 교황이 주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간을 빼기가 극히 어려운 기간이란 뜻이다.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에 도착해 교황 의장단과 인사하고 있다. 2018.10.18.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