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등으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 위원들은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를 언제까지 준다고 했느냐", "대표 이사가 주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등 일반적인 내용만 질문했다.
그는 "감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이유와 회사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대한 답변을 준비했지만 이에 대해선 질문조차 없었다"며 "불과 10분가량 형식적인 질의응답만 하다가 떠밀리듯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위원들이 회계법인 의견만 신뢰하고 정작 기업의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며 "결국 회계법인 결정에 따라 상폐 여부를 결정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기업심사위원회 결정에 반발한 기업들은 법원을 찾았고 결국 모다, 에프티이앤이, 감마누, 파티게임즈 4곳의 상장폐지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한국거래소 규정이 감사의견 같은 일부 조항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었다는 방증이다. 앞선 기업들처럼 회계법인의 오류가 있을 때 이를 바로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이의신청을 받지만 판단 재량권이 제한적이다. 그나마 기업에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정도인데 이마저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최대 6개월에 불과하다. 6개월 시간을 주고도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나스닥, 도쿄증권거래소의 경우 거래소 재량에 따라 상장페지를 지연할 수 있다"며 "한국은 감사의견 거절 기업에 개선기간을 최대 6개월 줄수 있을 뿐, 그밖에 거래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칼자루를 쥔 회계법인도 불만을 털어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간 분쟁이 있어 채권, 채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만약 한국거래소가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장폐지 결정을 유예한다면 재무제표 수정이나 감사의견 변경이 가능한데 6개월이란 시간이 묶여 있으니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장폐지는 보류하되 주식거래를 정지하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이 경우 회계부실로 초래될 문제를 한국거래소가 안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와 관련,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상장폐지심사 기능을 거래소에서 별도 기관으로 넘기고, 회계법인만 배불리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재감사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