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공매도에 어떻게 무너졌나…"하루 1000억 공매도 쏟아져"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10.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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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39>공매도 잔고 15배 기록적 급증, 주가 최대 22% 급락…'공매도에 장사 없다'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삼성전기는 공매도에 어떻게 무너졌나…"하루 1000억 공매도 쏟아져"


“하루에 1142억원의 공매도가 쏟아졌다. 이날 삼성전기 주가는 한 때 4.2%가 넘게 추락했다.”

공매도와 거리가 멀었던 삼성전기가 9월 이후 공매도가 급증하며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9월 28일에는 하루에 무려 1142억원의 공매도가 쏟아졌다.

그리고 10월 4일부터 10월 12일까지 6거래일 연속 매일 600억원이 넘는 공매도가 폭탄처럼 쏟아졌다. 6거래일동안 쏟아진 공매도 규모는 총 4849억원에 달했다. 8일에는 총 거래대금의 41.3%가 공매도 거래였고, 10일에는 또 다시 1000억원이 넘는 공매도(1056억원) 공격에 주가가 한 때 4.5%까지 빠지기도 했다.



공매도의 집중 공격을 받은 삼성전기는 9월 이후 10월 11일까지 한 달 열흘만에 주가가 22.4%나 급락했다. 11일은 코스피지수가 98.94포인트, 4.4% 폭락한 ‘검은 목요일’이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매각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매입해서 빌린 주식을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많이 떨어질수록 차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악재 등으로 하락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적으로 몰리게 된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축소할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지만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공매도는 증시 하락장에서 그 위력이 배가 된다. 10월 들어 증시 하락세가 본격화되자 삼성전기는 공매도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하염없이 급락하고 말았다. 제 아무리 실적 개선 등의 호재가 있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매에 장사 없다’는 옛말처럼 증시에선 ‘공매도에 장사 없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사실 삼성전기는 8월까지만 해도 공매도와는 거리가 먼 종목이었다. 올 들어 8월까지 삼성전기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4억원에 불과했다. 공매도 거래 비중은 일평균 5.7%에 그쳤다.

그러나 9월 들어 상황이 180도 변했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271억원으로 5배가 뛰었고, 10월에는 554억원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일일 공매도 거래 비중은 9월 평균 17.1%로 늘어났고 10월에는 25%로 더 커졌다. 10월에는 하루 평균 4분의 1의 거래가 공매도일 만큼 공매도가 횡행했다.


공매도 거래를 개시한 후 빌린 주식을 되갚기 전까지 정리되지 않은 수량을 나타내는 공매도 잔고는 8월말 43만3617주로 전체 상장주식수의 0.6%밖에 안 됐지만, 9월말에는 223만6914주, 3%로 늘어 났고 10월 17일엔 658만7425주, 8.8%로 커졌다. 한 달 보름새 공매도 잔고 비중이 무려 14.7배나 늘어났다. 기록적이다. 공매도 잔고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주가의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세력이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공매도 공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공매도와 더불어 삼성전기 주가 급락을 이끈 또 다른 요인은 외국인 매도세다. 외국인은 올해 8월까지 삼성전기를 1조310억원 순매수했지만, 9월 이후 순매도로 180도 돌아섰다. 외국인은 9월에만 삼성전기를 3685억원 순수하게 팔아 치웠고 10월에는 19일까지 6672억원을 추가로 순매도했다.

특히 9월에는 거래소 전체 순매도 규모보다 삼성전기 순매도 규모가 더 많았다. 외국인은 9월에 거래소에서 총 297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삼성전기는 이 보다 많은 3685억원어치를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10월 들어 19일까지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총 2조2476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는데, 이 중 약 30%가 삼성전기에 몰렸다. 삼성전기는 외국인이 10월에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이다.

공매도는 99%가 외국인과 기관에 의해 거래된다. 9월과 10월 거래소에서 외국인 공매도 비중은 평균 69%였고, 기관은 30%였다. 그런데 기관은 9월 이후 삼성전기를 3000억원 넘게 순매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9월 이후 급증한 삼성전기 공매도의 주범은 외국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9월 이후 개인과 기관은 7155억원과 3138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9월부터 10월 19일까지 삼성전기 공매도 거래대금 합계는 1조1800억원이었는데 이 기간 외국인의 삼성전기 순매도 규모는 1조357억원이었다. 따라서 공매도가 개입되지 않았더라면 삼성전기 주가가 한 달 열흘만에 22%가 넘게 급락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공매도 급증과 외국인 대량 매도로 급락한 삼성전기 주가는 기관과 개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검은 목요일’인 11일 이후 10% 가까이 반등했다. 공매도 거래도 16일 13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삼성전기는 10월 들어 기관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으로 순매수 규모가 3371억원에 달했다. 개인들도 3266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삼성전자 다음으로 삼성전기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 부족에 따른 장기 호황, 올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등의 호재가 부각되면서 증시 하락장에서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일 이후 공매도 거래는 다시 증가하고 있고, 주가 반등도 주춤한 상태다. 기관과 개인들이 9월 이후 1조원 넘게 매수하며 공매도에 맞서고 있지만 매수한 물량에 비하면 주가 반등은 미미한 편이다. 반대로 공매도 세력도 9월 이후 1조원 넘게 공매도 폭탄을 쏟아내고도 주가가 최근 10% 반등하면서 큰 차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매도에 들어간 비용을 감안하면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는 셈이다.

공매도로 빌린 주식은 무한정 빌릴 수 없고 언젠가는 되갚아야 한다. 현재 공매도로 빌려온 주식이 600만주가 넘는데,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입(=숏커버링)을 하기 시작하면 주가는 급반등할 수 있다. 공매도 세력이 항복하는 날 숏커버링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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