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상폐주식 하이에나…피해자 두번 울리는 '정매꾼'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8.10.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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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논란]가격제한 폭 없는 정리매매, 절박한 투자자 심정 악용 사례도

전업투자자 A씨는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 상장폐지 기업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이른바 '정리매매꾼'(정매꾼)이다.

그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팀을 이뤄 상폐기업의 정리매매 첫날을 공략한다. 통상 정리매매 첫날 주가가 많이 오른다는 점, 30분에 한 번씩 거래가 체결되는 단일가매매방식이 적용된다는 점을 이용한다.

호가를 올려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신호를 준 뒤 추격매매를 유도하고 주가가 급등하면 바로 팔아 시세차익을 얻는다.



A씨는 "정리매매 주식은 수급이 관건인 만큼 여러 명과 호흡을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는 게 포인트"라며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했을 땐 그만큼 고수익을 얻을 수 있어 '베팅'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리매매 주식은 통상 주가의 10분의 1수준에서 거래되고, '동전주'인 경우도 많다. 때문에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상승률이 높아지는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 제한폭이 없어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다"며 "이상 급등 현상이 발생하면 군중심리가 발동돼 오히려 추격 매수에 나서는 일도 있는데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매매 기간 중 주주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사기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경계 대상이다. '창조벤처 1호기업'으로 증시에서 화제를 모았던 아이카이스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이카이스트는 횡령과 그에 따른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정리매매에 돌입했다. 아이카이스트는 아이팩토리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는데, 이 회사도 정리매매와 상장폐지가 이뤄졌다.


아이카이스트는 정리매매 당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대한 보전해주기 위해 아이팩토리 주식을 주당 5000원에 매입해주겠다고 했다. 이를 믿은 주주들은 주식을 팔지 않았고, 5000원 이하에선 오히려 주식을 더 사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카이스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양사는 상장폐지 후 정리매매까지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약속이었기 때문에 주주들은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 몫이었다.

시장 관계자는 "상폐 이후 절박한 주주들은 재상장을 추진한다는 해당 기업 경영진의 말에 현혹돼 정리매매를 보류하기도 하지만 이는 확률상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희박한 재상장에 무리한 기대감을 갖기보다는 정리매매 기간 중 주식 처분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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