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금리 동결의 그림자…"살 게 없다" 우울한 증시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10.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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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전략]한미 금리차 벌어져도 동결…경기 하강+이익 둔화 우려에 증시도 부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동결 소식이 전해진 주식시장은 덤덤했지만 경기 하강에 대한 당국 우려가 예상보다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낙폭을 확대하며 마감했다.



韓 금리 동결의 그림자…"살 게 없다" 우울한 증시


◇경기 안 좋다, 기업 실적이 둔화된다=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로 동결했다. 앞서 당국은 경기보다 금융안정에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대한 부담을 느껴 금리는 동결됐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내 한 차례 인상을 예상하고 있어 시장금리는 11월 인상을 이미 반영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정부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한국은행은 성장률과 경기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지만 정작 주식시장은 지난주 급락장으로 부진한 상황이고 하반기 기업 실적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11월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도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9%에서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처럼 경기 둔화가 확연하고 물가 부담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코스피 상장기업의 이익도 상반기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이익의 함수라는 것을 고려할 때 한 단계 주저앉은 코스피 지수 반등 가능성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와 동일한 70조원을 달성했고 하반기 순이익 예상치는 현재 76조1000억원(순이익 예상치가 존재하는 종목 213개 기준)이다. 하지만 매년 4분기 깜짝 실적쇼크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실적 달성률이 낮아질 경우 70조원을 하회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순이익 전망치는 현재 76조1000억원인데 지난해 55조5000억원 대비 35% 증가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며 "이익이 기대치에 못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살 게 없다" 삼성전기에 몰리는 기관 러브콜=IT와 바이오, 남북경협주까지 한국 증시의 대표주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부지런히 단기 트레이딩(매매)에 적합한 종목을 찾고 있다. 특히 코스피 대형주 중에선 삼성전기 (148,700원 ▼1,200 -0.80%)가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삼성전기는 10월 들어 기관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으로 순매수 규모가 3256억원에 달했다. 이는 기관 순매수 2위 종목인 SK이노베이션(978억원)과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즉 기관의 삼성전기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이었다는 것인데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 부족에 따른 장기 호황, 탄탄한 실적 개선 등 불안한 시장의 대안이 되기에 손색이 없어서였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시점에서 실적 개선 종목군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주가 과열종목이 된다"며 "최근 1년간 시장에서 사모펀드 설정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개별 종목을 편애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괜찮은 종목에 매수세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경기와 기업 이익이 하강하는 국면에서 업황과 실적 개선이 두드러지는 성장주가 오를 수밖에 없어 삼성전기에 기관 순매수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덕분에 삼성전기는 집중된 공매도를 극복하며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역으로 삼성전기에 대한 매수세 집중은 그만큼 코스피 시장에서 살 만한 대형주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금리 동결로 성장주의 몸값은 높아지지만 몸값이 치솟을 만한 성장주 자체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9.20포인트(0.89%) 내린 2148.31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1.06% 하락한 731.34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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