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많은 중국, ETF 대신 우량종목 투자해야"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10.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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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인터뷰]장홍래 정음에셋 대표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의 관심있는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듣습니다.

장홍래 정음에셋 대표/사진=김휘선 기자장홍래 정음에셋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중국 투자는 ETF 같은 지수투자보다 우량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올해 중국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증시는 연초 대비 20% 넘게 하락한 상태다. 미중 무역충돌로 최근에서야 조정을 받기 시작한 미국 증시와 비교해 중국 증시의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장홍래 정음에셋 대표파트너(51)를 만나서 중국 주식 투자에 대해 물었다. 장 대표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언스트앤영의 중국 지사에서 파트너를 역임했으며 중국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중국시장 전문가로 가치투자 전문가로 손꼽힌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인덱스펀드 등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가 대세다. 하지만 장 대표는 중국 기업들의 빈번한 분식회계와 높은 대리인 비용을 이유로 들며 중국은 지수투자보다는 우량기업에 집중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음에셋은 중국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투자자문사다. 그런데 투자 구조가 독특하다.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받지 않고 주주들의 자본금으로만 투자한다. 2018년 4월말 기준 주주 수는 144명, 주주가 투자한 자본금은 126억원이다. 정음에셋 출범 후 투자수익률도 좋았다. 2016년에는 19%, 2017년에는 39.6%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위치한 정음에셋은 사무실 분위기부터 남다르다. 블룸버그 단말기가 없는 대신, 서가에는 가치투자에 관한 도서들이 꽂혀 있고 사무실 벽면에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중국 대표 우량주인 마오타이의 기사 스크랩도 눈에 띈다.

◇지수보다는 우량기업
장 대표는 첫 마디부터 "중국은 지수가 아니라 우량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에 대한 분석능력을 강조했다. 중국증시의 시가총액은 늘어 났지만, 지수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중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은 2003년 10월 4200억 달러에서 2016년 10월 6조6000억 달러로 14.7배 상승했지만, 상하이지수는 2700~3300 사이에서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게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지수는 무분별한 기업공개(IPO)와 딩쩡(定增·제3자배정 유상증자)으로 키(지수)는 크지 않고 체중(시가총액)만 15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미국, 독일 등 선진국 증시는 자사주 매입과 우수기업에 한정된 IPO로 같은 기간, 지수가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장 대표는 “국내 상장된 중국 주요 ETF 중 최근 6개월 실적이 -20%에 달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며 중국 ETF 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KODEX 중국본토 A50, KODEX 중국본토 CSI300 등 주요 ETF 수익률이 -20%에 육박하고 레버리지 상품은 수익률이 -30%를 넘는 상품도 있다.

이어 중국 지수 투자를 “똥에다 건포도를 섞어도 여전히 똥”이라는 찰리 멍거의 말을 빌어 비유했다. 우량기업(건포도)만 골라내서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가 중국 자산운용사와 공동으로 투자펀드를 내놓았지만, 이 역시 반드시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고 장 대표는 지적했다.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 펀드 중 70%가 손실을 봤고 20%는 본전, 10%만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골드만 삭스가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 국내 자산운용사에게 물어보고 하겠는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중국 시장에 대한 리서치 능력을 키워서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분식회계 피하고 업종 대표주·배당주에 투자해야
장 대표는 국내에 상장된 한 중국기업의 사례를 들었다.

“지인이 중국기업 A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일단 재무제표가 너무 좋고 A사는 자사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3위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A사의 중국 홈페이지를 확인했는데, Q&A 게시판에 아무런 게시물이 없었다.”

즉 A사가 허위광고와 분식회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중국 현지에서 오랫동안 회계실무를 담당해온 장 대표는 일부 중국기업들의 분식회계 행태가 정말 가관이라고 말했다.

“어떤 중국기업은 은행에 하루 동안 입금한 후 출금하는 방식으로 계좌의 현금잔액을 조작하는가 하면 아예 가짜로 계좌 잔액증명서를 발급받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기업의 재무제표를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얘기다. 장 대표는 중국 투자의 최대 리스크로 분식회계와 높은 대리인비용을 들었다.

이어 “3000개가 넘는 중국 상장기업 중 투자할 만한 종목은 20개도 안 된다”면서 “배당주 투자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장 대표는 강조했다. 바로 중국 전통술 바이주 업체인 마오타이가 대표적인 가치·배당주다. 장 대표는 중국 친구들이 오히려 그애게 마오타이 전망을 물어볼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마오타이통(通)이다.

장 대표는 “마오타이는 영업이익률이 60%가 넘는 초우량기업”이며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주주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대리인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중국 증시가 크게 하락해 정음에셋도 약 10%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마오타이가 630위안까지 하락하면 더 매수할 생각도 있다”며 “마오타이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오타이 16일 종가는 667.14위안이었다. 장 대표의 자신감은 기업을 정말 잘 아는 투자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으로 보였다. 16일 상하이지수는 지난해 말 대비 23%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마오타이 주가는 4.3% 하락하는 데 그쳤다.

끝으로 장 대표는 신흥국(중국)에 투자 하려면 △회계, 재무자료가 신뢰성이 있고 △부채가 거의 없으며 △수익성 좋은 업종 1위 기업 20개에 집중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 90% 이상 부실기업을 거를 수 있고 세 번째 조건까지 충족할 경우엔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장홍래 정음에셋 대표/사진=김휘선 기자장홍래 정음에셋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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