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억대연봉 'CEO 조합장'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8.10.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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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이 뭐길래] 허울뿐인 전문조합관리인제… 등기소가 거부, 도입 사례 전무

편집자주 지난 3월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구청장 선거를 방불케 했다. 9000여 가구가 넘는 재건축 사업장에서 15년간 장기 집권한 조합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다. 비리가 드러나 조합장이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잊을만하면 반복된다. 칭찬 받는 조합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조합장들의 구악은 정비사업 전반을 적폐로 모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조합장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인기자


재건축·재개발 진행을 위한 각종 계약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정비사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합장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조합의 업무와 권리를 대표하는 사람인 만큼 조합장은 대부분 조합원 중에서 선출된다. 하지만 법적으로 반드시 조합원만 조합장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비사업에 전문성이 있는 외부전문가도 조합장이 될 수 있다. 일명 'CEO 조합장'이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조합장의 결격사유에 관해서만 명시할 뿐 자격이나 선출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조합장(임원)의 결격사유는 △미성년자나 피성년후견인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자 △금고이상의 실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집행유예 중인 자 △도정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은 자 등이다.



조합임원의 구체적인 자격이나 선출방법 등은 각 조합이 정관으로 정한다. 자율 사항이지만 대부분 재건축·재개발조합은 조합장 자격을 조합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국토부가 2003년 작성해 배포한 '표준정관' 때문이다.

표준정관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 중 △사업시행구역 안에 3년 이내 1년 이상 거주한 자 △상가 등의 건축물에서 영업을 하고있는 경우 3년 이내 1년 이상 영업한 자 △사업시행구역 안에서 5년 이상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를 소유한 자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재개발 조합장은 사업시행구역 내 1년 이상 거주한 조합원 중 선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반드시 표준정관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조합이 이를 이용하고 있어 조합장은 거의 조합원 중에 선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장이 조합원으로 한정되면서 전문성 부족이나 각종 비리 문제 등이 불거지자 국토부는 2016년1월 도정법 개정으로 조합원이 아닌 사람도 조합장이 될 수 있는 '전문조합관리인'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의 전문경영인처럼 조합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을 외부에서 영입해 전문성을 높이고 각종 비리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전문조합관리인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스타 조합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조합에서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는 조합장을 스카우트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인에 대한 조합원들의 부정적 인식과 제도적 결함으로 제도 시행 2년 동안 전문조합장이 정식으로 선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아현4구역'이 유일하게 지난해 전문조합장을 선정했지만 법원 등기소가 조합장 변경을 위한 특수법인변경등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정식 조합장으로 등록되지 못했다. 이는 도정법 시행령에 전문조합관리인이 등기 사항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정법으로는 전문조합관리인 임명이 가능하지만 같은법 시행령에는 해당 규정이 없어 제도를 적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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