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지방선거 뺨치는 조합장 선거, 스펙도 'Up'

머니투데이 박치현 기자 2018.10.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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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이 뭐길래]前 구청장에 건설사 임원, 교수 출신도…조합원들 눈높이 높아져

편집자주 지난 3월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구청장 선거를 방불케 했다. 9000여 가구가 넘는 재건축 사업장에서 15년간 장기 집권한 조합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다. 비리가 드러나 조합장이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잊을만하면 반복된다. 칭찬 받는 조합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조합장들의 구악은 정비사업 전반을 적폐로 모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조합장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구역별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구역별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전 구청장, 구의원, 대형건설사 임원….

지방선거가 아닌 서울 시내 정비사업 조합장 및 추진위원장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이력이다. 재건축 사업요건이 강화되고 정비사업 비리로 사업이 지체되는 사례가 많아지자 주민들도 전문성을 갖춘 조합장에게 한 표를 던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특별계획구역5구역에 속한 '한양 1·2차'는 강남구청장 출신의 권문용씨를 예비 추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동의서 징구도 빨리 이뤄져 지난해 8월 추진위 승인이 완료됐다.



권 위원장은 1995년부터 2006년까지 강남구청장을 지낸 3선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과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오랜 공직 생활로 다져온 신뢰감과 재건축 정책을 입안·실시했던 전문성이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권 위원장은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한편 '초과이익환수제', '한강변 최고층 규제' 등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추진위원회 설립을 마친 압구정특별계획구역3구역을 이끄는 윤광언 추진위원장은 현대건설 임원 출신이다. 윤 위원장은 시공사와의 정보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아 지난 2월 교수 출신 후보를 포함한 3파전에서 승리했다.

전문성을 갖춘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에 대한 선호는 실제 성공사례에 기반을 둔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차 아파트는 1994년 재건축사업이 시작됐지만 17년간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대형건설사와 정비사업 컨설팅기업 임원 등의 경험을 갖춘 한형기 조합장이 취임하면서 4년 8개월 만에 '아크로리버파크'로 재탄생했다.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간 서울 성북구 장위7구역 재개발사업의 중심에도 구의원 출신인 정효연 조합장이 있다. 2006~2010년 성북구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 몸담았던 그는 정비구역지정을 추진하는 한편, 초대 추진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이 정비사업 절차를 몰라 정비업체나 시공사에 휘둘리게 될 것을 염려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며 "인허가 절차를 잘 아는 건설회사 임원이나 신뢰도가 높은 공직자 출신의 조합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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