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3구역 조합원들이 유씨를 끌어내리기까지 5년여간의 스토리는 뉴타운 재개발 역사에서도 손꼽힌다. 10여 년 전 얘기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9500여가구를 신축하는 국내 재건축 최대어 가락시영(헬리오시티)조합장 김모씨는 2016년 뇌물수수로 징역 5년과 벌금 1억2000만원, 추징금 1억1600만원이 확정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 조합장은 공무원에 준하는 형사책임을 진다. 완전범죄가 쉽지 않지만 흑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의 무관심, 정비업체나 시공사의 수주전쟁에 '눈 한번 질끈 감으면 평생 먹고살 것 번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회자된다.
각 조합별 정관에 따라 자격이 다른데다 조합 내부의 개인정보에 대해선 관할구청이나 시·도도 별도의 자료를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연령, 교육 및 소득수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이들 조합장들은 정비사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월 급여로 최소 수백만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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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장이 수십 년간 장기집권하는 경우도 있다. 정비구역 성패는 사업성도 중요하지만 조합장의 리더십과 투명성이 결정적이다. 수백, 수천여 조합원의 재산권을 대신하는 막중한 책임을 등에 지고있는 만큼 유혹의 손길이 도처에 널려있다.
조합 설립 초기 필요자금을 정비업체에 의존하다보면 조합의 의사결정이 정비업체에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 선정이나 용역업체 선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정비사업 비리가 이어지자 '건설적폐'로 보고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과 현장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강남권 5개 재건축조합을 합동 점검한데 이어, 홍보대행사가 금품향응 제공 시 건설사도 공동책임을 지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문성이 없는 조합장이 구조적으로 청탁을 받다 보면 초심과 달리 권력을 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상황에 놓인다"면서 "개인의 도덕성에 맡기기보다 '조합장 자격제'를 실시하거나 신탁방식의 정비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