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조 단위 사업비 쥐락펴락, 조합장의 품격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8.10.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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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이 뭐길래]고령 조합장이 상당수, '월급 수백만원+ α'… 곳곳서 유혹, 비극 빚기도

편집자주 지난 3월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구청장 선거를 방불케 했다. 9000여 가구가 넘는 재건축 사업장에서 15년간 장기 집권한 조합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다. 비리가 드러나 조합장이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잊을만하면 반복된다. 칭찬 받는 조합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조합장들의 구악은 정비사업 전반을 적폐로 모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조합장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MT리포트]조 단위 사업비 쥐락펴락, 조합장의 품격


#마포구 아현3구역 재개발조합장 유모씨는 100억원대 횡령 및 사기·배임 혐의로 구속되자 자신이 고용한 OS요원(주민 동의서 확보와 시공업체 수주홍보 대행사 직원)을 통해 탄원서를 내고 조합 임원들에게 74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해 논란이 됐다.

아현3구역 조합원들이 유씨를 끌어내리기까지 5년여간의 스토리는 뉴타운 재개발 역사에서도 손꼽힌다. 10여 년 전 얘기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9500여가구를 신축하는 국내 재건축 최대어 가락시영(헬리오시티)조합장 김모씨는 2016년 뇌물수수로 징역 5년과 벌금 1억2000만원, 추징금 1억1600만원이 확정됐다.



은평구 역촌1구역 재건축 조합에선 같은해 조합장 양모씨가 건설사 등에서 수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던 건설사 직원도 뒤이어 목숨을 끊는 참극이 벌어졌다. 역촌1구역은 지난달 말 이주를 시작해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 조합장은 공무원에 준하는 형사책임을 진다. 완전범죄가 쉽지 않지만 흑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의 무관심, 정비업체나 시공사의 수주전쟁에 '눈 한번 질끈 감으면 평생 먹고살 것 번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회자된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등 서울 시내에만 963개의 정비사업 조합장이 있다. 추진 단계의 조합과 지역·직장주택조합까지 합치면 전국에 수천여명의 조합장과 추진위원장이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는 없다.

각 조합별 정관에 따라 자격이 다른데다 조합 내부의 개인정보에 대해선 관할구청이나 시·도도 별도의 자료를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연령, 교육 및 소득수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이들 조합장들은 정비사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월 급여로 최소 수백만원을 받고 있다.

[MT리포트]조 단위 사업비 쥐락펴락, 조합장의 품격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2017년 주택정비사업조합 및 추진위 상근임직원 표준급여(안)에 따르면 조합인가가 난 조합장은 월 급여로 371만~444만원가량 받는다. 이는 단순 참고자료여서 조합원수나 자금 사정에 따라 월 500만원 이상 받는 곳도 적지 있다. 조합 설립인가 전인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표준급여(안)에 따라 월 318만~417만원의 급여가 권고된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장이 수십 년간 장기집권하는 경우도 있다. 정비구역 성패는 사업성도 중요하지만 조합장의 리더십과 투명성이 결정적이다. 수백, 수천여 조합원의 재산권을 대신하는 막중한 책임을 등에 지고있는 만큼 유혹의 손길이 도처에 널려있다.

조합 설립 초기 필요자금을 정비업체에 의존하다보면 조합의 의사결정이 정비업체에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 선정이나 용역업체 선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정비사업 비리가 이어지자 '건설적폐'로 보고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과 현장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강남권 5개 재건축조합을 합동 점검한데 이어, 홍보대행사가 금품향응 제공 시 건설사도 공동책임을 지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문성이 없는 조합장이 구조적으로 청탁을 받다 보면 초심과 달리 권력을 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 상황에 놓인다"면서 "개인의 도덕성에 맡기기보다 '조합장 자격제'를 실시하거나 신탁방식의 정비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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