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사이트 해외 진출, '그림자 규제'에 발목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8.10.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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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접투자 신고 미수리·자본금 해외송금도 막혀…글로벌 거래사이트 국내 진출 활발 '역차별' 심각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해외 진출, '그림자 규제'에 발목


빗썸, 업비트 등 국내 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그림자 규제’에 발목이 잡혀 해외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거래사이트의 해외 진출이 어려운 반면 해외 거래사이트는 국내에 속속 진출하고 있어 국내 거래사이트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올 상반기 홍콩에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 BGEX를 설립했지만 은행에 해외직접투자를 신고해도 접수가 되지 않고 있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려면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다만 1만달러 이내의 소액 투자는 1년 이내에 사후 신고도 가능하다. 비티씨코리아는 사후신고가 가능한 1만달러 미만의 자금을 직접 들고 홍콩에 가 법인부터 세우고 신고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은행이 비티씨코리아닷컴의 해외직접투자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금융회사인지, 비금융회사인지 자의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해외직접투자를 은행이 아니라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며 “거래사이트는 금융회사인지 아닌지 성격이 명확하지 않아 은행이 해외송금과 해외직접투자 신고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BDEX는 이날 홍콩에 이더리움 기반의 탈중앙화한 거래사이트 ‘빗썸 덱스’(DEX)를 열었다. 앞으로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해외직접투자 신고가 가로막혀 있어 해외 진출이 더딜 수밖에 없다. 비티씨코리아닷컴 관계자는 “홍콩에 거래사이트를 연 만큼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돈을 보낼 방법이 없어 홍콩 현지 파트너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그림자 규제’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나무는 올초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며 거래량이 급감하자 해외로 눈을 돌려 첫 진출국으로 싱가포르를 택했다. 하지만 막상 해외 법인을 설립하려 자본금을 송금하려 하자 은행이 제동을 걸었다.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의 해외송금이 금지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가상통화 거래소의 해외송금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UDC 2018)에서 “거래사이트가 ‘검은 돈’을 해외에 보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은행들이 해외 송금을 금지하고 있다”며 “두나무가 정당하게 벌어들인 수익을 송금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이달말 싱가포르에 거래사이트 ’업비트 싱가포르‘를 출범할 예정이지만 자본금을 송금하지 못해 현지 파트너사와 별도 계약을 통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업비트라는 상호를 라이센싱(상표권 사용 권한 부여)을 하는 개념으로 싱가포르에서 거래사이트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거래사이트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 거래사이트는 국내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거래사이트 후오비는 국내에 후오비코리아를 설립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후오비는 현재 전세계 거래사이트 가운데 거래대금 기준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후오비코리아의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후오비 등 글로벌 거래사이트들이 국내에 진출하고 있어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국내 거래사이트도 해외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며 “하지만 해외송금이 막혀 있는 등 역차별이 심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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