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노후의 꿀보직? 교도소 담장위 유혹도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8.10.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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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이 뭐길래]'총회 소집권' 막강 권한 불구 소송전·축출 시도엔 진땀

편집자주 지난 3월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구청장 선거를 방불케 했다. 9000여 가구가 넘는 재건축 사업장에서 15년간 장기 집권한 조합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다. 비리가 드러나 조합장이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잊을만하면 반복된다. 칭찬 받는 조합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조합장들의 구악은 정비사업 전반을 적폐로 모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조합장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제가 재건축조합 설립을 추진할 때는 반대하는 주민들로부터 화장실을 갈 때도 감시를 받았습니다. 조합장이 된 후엔 고발당했고 경찰, 검찰에 불려다닙니다."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 추진단지 조합장 A는 "순수한 마음으로 일하려는 조합장들도 고발과 조사를 계속 당하면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변호사 선임비용 등에 골치를 앓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조합 대표인 조합장은 거대 이권이 걸린 정비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쏠쏠한 고정 수익도 생긴다. 하지만 '이웃사촌'들이 구성한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생사가 걸린 위협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합장이 갖는 가장 큰 권한은 정비사업 최고 의결 기구인 총회 소집권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총회는 조합원 5분의 1 이상의 동의 또는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요구하는 경우나 조합장 직권으로 소집된다.



생업에 쫓기는 조합원들이 특정 안건을 발의하고 총회를 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조합장 직권으로 개최된다. 조합장이 조합 이사회(안건 상정 심의 기구)와 협의한 후 안건을 결정하면 부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 변호사(서울시 동작구 법률고문)는 "시공사들이 정비사업 초기부터 조합에 자금을 대여하다보니 안건 의결만으론 조합원부담이 생기지 않는다"며 "바로 이 점 때문에 조합원들이 대체로 안건 내용에 무관심하고, 조합장 의지대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합장은 사업 진행에 대한 책임이 무겁지만 조합의 급여 지급 대상이어서 은퇴 이후 직업으로는 수입도 쏠쏠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조합에선 대체로 300만~500만원 규모의 조합장 월 급여가 책정돼있다"며 "업무 추진비까지 합쳐 최대 1000만원 가량 지급하는 조합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형사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처벌 수위가 높고 조합이 발송하는 모든 문서의 서명 당사자여서 귀책사유 발생시 책임도 가장 크다. 정비구역에선 조합외 단체인 비대위가 만들어져 조합장을 타깃으로 한 소송도 난무한다.

조합 운영에 대한 불합리함이나 사업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한 소송도 있지만 이권을 노린 '불순한' 의도로 조합장 축출을 노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안건을 부결시키며 조합장을 압박하는 이례적 사례도 발생했다.

가락시영아파트(헬리오시티)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조합장이 소집한 임시총회에서 사업시행계획 변경 및 공사비 증액, 조합운영비 예산변경 등의 각종 안건이 잇달아 부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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