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 셰프는 왜 매일 식당 메뉴를 바꿀까?(영상)

머니투데이 김소영 인턴기자, 이상봉 기자 2018.10.13 05:51

[#터뷰] 365일 날마다 새로운 메뉴를 내놓는 요리사 신창현씨

편집자주 | #자영업 #1일1메뉴판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사랑받는 비결이요? '손님과의 활발한 소통' 때문 아닐까요."

최악의 경기침체 속, 영세 자영업자들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생멸 행정통계'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의 80%가 창업 5년 안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생긴 기업이 특정 기간 생존한 비율(2015년 기준)은 1년 생존율이 62.7%, 3년 생존율은 39.1%, 5년 생존율은 27.5%에 불과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5년 생존율은 17.9%로 매우 저조했다.

어느덧 6년째 대학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당이 있다. 서강대학교 학생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을 타고 찾아온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 식당'으로 유명한 서울 마포구의 '요수정'이다. 지난 8일 이곳의 셰프 신창현씨를 만나 365일 새 메뉴를 고집하는 요리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저녁 메뉴도, 요리 이름도 날마다 바꾸는 이유






요리에 몰두한 셰프 신창현씨의 모습. 6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신씨는 날마다 메뉴를 바꾸는 것이 여전히 즐겁다고 했다./사진 제공=신창현씨요리에 몰두한 셰프 신창현씨의 모습. 6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신씨는 날마다 메뉴를 바꾸는 것이 여전히 즐겁다고 했다./사진 제공=신창현씨


신씨는 날마다 자신의 SNS에 '오늘의 메뉴' 사진을 올린다. 매일 다른 메뉴를 선보인다는 얘기다. "제가 하고 싶은 요리를 맘껏 만들어 보잔 생각이 들었어요. 창업 초기엔 매일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요수정이 일종의 '공동 창작공간'이 된 거죠."

매일 다른 메뉴를 떠올리는 비결에 관해 묻자 "엉뚱한 생각을 하려 많이 노력한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신씨는 "만화 주인공이 사람 얼굴만 한 고기 뜯어 먹는 장면을 보곤 '어, 저거 만들어 볼까?' 하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 적이 있다"며 "곧바로 돼지 갈비뼈를 사서 살을 다 발라내고 다져낸 다음 만화처럼 만들어 봤다. 요리사는 독특한 발상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셰프가 매일 새로 내놓는 메뉴이니 비싼 가격을 매기진 않았을까. 신씨는 "대학교 앞 식당인 것에 비해 저렴하진 않지만 일반 양식당에 비하면 싼 편"이라며 "학생들이 주 고객이라 값을 올릴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변에 셰프가 하는 가게가 있었다면 욕 먹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날마다 새로 만드는 메뉴판. 재미있는 요리 이름들이 눈길을 끈다. 모두 셰프 신창현씨가 직접 지은 것이라 했다./사진 제공=신창현씨날마다 새로 만드는 메뉴판. 재미있는 요리 이름들이 눈길을 끈다. 모두 셰프 신창현씨가 직접 지은 것이라 했다./사진 제공=신창현씨
요리를 할 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려 노력한다는 신씨는 '본연의 맛'을 탐구하다 겪은 잊지 못할 기억이 있다고 했다. "존경하는 요리사 중에 산당 임지호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세요.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누비며 캔 나물이나 약초를 요리하시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어요. 그분처럼 되고 싶단 생각에 산에서 약초를 뜯어 먹다 배탈이 나곤 했어요. 한 번은 호기심에 복어 피를 먹었는데 입안이 얼얼하게 마비된 적도 있어요."

신씨가 요리 인생을 걸으려 마음먹은 계기는 예상 외로 간단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만화방에서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책을 봤어요. 그때부터 요리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5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집안의 영향도 무시 못 했던 것 같아요."

식당 이름에 얽힌 사연에 관해 신씨는 "고향인 경남 거창에 '요수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시조 할아버지가 이름 붙인 그 정자를 보고 자랐다. 그때부터 내 첫 번째 식당은 무조건 '요수정'이라 이름 짓겠다고 무작정 떠들고 다녔다"고 털어놨다.





매일 바뀌는 메뉴, 이런 단골손님도 생깁니다






단골손님이 '특별 주문'한 성게 알 리소토(왼쪽). 오른쪽은 알리오 올리오. /사진=신창현씨 제공, 이상봉 기자단골손님이 '특별 주문'한 성게 알 리소토(왼쪽). 오른쪽은 알리오 올리오. /사진=신창현씨 제공, 이상봉 기자
신수동에 자리 잡은 지 어느덧 6년 차니 단골도 꽤 있을 터. 신씨는 "보너스를 받았다며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성게 알 코스 요리를 '특별 주문'한 단골손님이 있었다"며 "'이때 아니면 이런 좋은 식재료를 언제 써보나' 하는 생각에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고 밝혔다.

신씨는 몇 년째 식당을 찾는 단골들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학생이었던 손님이 취직하고 첫 월급을 받았다며 찾아올 때 되게 보람차요. 마치 고향으로 향하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를 키운 것처럼요."

식당 내부에 걸려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들. 단골손님들과의 추억을 담았다./사진=이상봉 기자식당 내부에 걸려 있는 폴라로이드 사진들. 단골손님들과의 추억을 담았다./사진=이상봉 기자
끝으로 신씨는 "'요리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는 게을러지지 말자'는 것이 요리 철학"이라며 "매일 메뉴를 바꾸며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굉장히 즐겁기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최소 30년에서 40년 정도는 더 열심히 해서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들처럼 크고 싶어요. 그때가 되면 우리 단골들도 나이가 들겠죠. 그분들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식당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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