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FFLER] 충주시 페북 뒤집어놓은 조남식 주무관 근황

머니투데이 충주(충북)=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홍재의 기자, 신선용 인턴디자이너 2018.10.1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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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근황] (구)충주시 SNS 홍보담당자

궁금하다! 오늘자 충주시 SNS 홍보담당자의 근황이!궁금하다! 오늘자 충주시 SNS 홍보담당자의 근황이!


얼마전 온 커뮤니티를 뒤집어놓은 대박 짤들이 있었어. 고퀄인 듯 아닌 듯 애매한 디자인에 미친 드립력으로 모두를 웃긴 ↓ 짤들 말이지. 이 짤들의 출처가 '충주시 페이스북'이란 점도 정말 놀라웠지. 공공기관 SNS에 이런 드립이? 이런 패러디가? 게다가 숨쉬는 모든 순간이 엄근진 모드일 것만 같은 과장급 공무원들의 얼굴을 이렇게 막 합성한다고?

조남식 주무관이 한땀 한땀 세모와 네모와 동그라미를 포개어 낳은 아이들. /사진=충주시 페이스북조남식 주무관이 한땀 한땀 세모와 네모와 동그라미를 포개어 낳은 아이들. /사진=충주시 페이스북


그 짤들을 만든 주인공이 누군지, 요즘 어떻게 사는지 근황이 궁금하지? 그래서 머플러가 찾아갔어. 지금은 충주시청이 아닌 충주시 대소원면에서 일하고 있는 '미친 드립력'의 주인공 조남식 주무관을 찾아가서 어떻게 이런 신박한 생각을 한 건지, 왜 충주시청을 떠난 건지, 지금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지엄하신 과장님들이 자신의 얼굴이 담긴 합성짤을 보고도 가만히 계셨는지 등등을 물어봤어.

오늘의 근황 주인공 조남식 주무관. 현재는 충주시 대소원면에서 근무중.오늘의 근황 주인공 조남식 주무관. 현재는 충주시 대소원면에서 근무중.


충주시청 홍보담당관실에서 근무하며 B급 감성 터지는 충주시 SNS를 운영하던 조남식 주무관은 이제 더 이상 충주시청에서 일하지 않아. 지난 7월 인사발령이 나서 충주시 대소원면사무소로 자리를 옮겼거든. 조남식 주무관은 이곳 총무팀에서 근무하고 있어. 남들은 '시'에서 '면'으로 가니까 좌천 아니냐고 묻는데 그건 아니래. 때가 되어 진급도 하고 때가 되어 자리를 옮긴 거래.

Q. 어떻게 충주시 SNS 담당자가 되었나요?Q. 어떻게 충주시 SNS 담당자가 되었나요?
조남식 주무관은 충주시의 SNS를 총괄하는 '드리퍼'로 일하기 전에 규제개혁 업무를 맡고 있었대.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매우 훌륭히 일하는 공무원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충주시의 SNS를 맡아 일하는 홍보담당관실로 인사발령이 난 거야. 일 잘 해서 상도 받고 신났는데 이게 웬 뜬금포? 젊은 사람이 SNS를 맡아서 알아서 잘 해보라고? 갑작스런 인사에 조남식 주무관은 황당하기도 하고 불만에 가득 차 있었대. 삐딱선을 타게 된 조남식 주무관은 이때부터 폭주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두 번 폭주했다간ㅋㅋ두 번 폭주했다간ㅋㅋ
조남식 주무관의 손때를 타기 전의 충주시 SNS는 여느 지방자치단체 SNS와 다를 바가 없었어. 탑과 나무와 강이 어우러진 풍경 사진에다가 정확·간결하지만 매우 심심해 보이는 포스터들뿐이었지. 충주시가 아닌 다른 지역의 이름을 갖다 붙여도 차이를 모를 만큼 뻔했어. '일단 눈에 띄어야겠다' '되든 말든 재밌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조남식 주무관은 패러디에 주목했대. 그런데 아무래도 공공기관이다보니 사용할 수 있는 자료들이 한정적이잖아? 그래서 직접 짤을 만들기 시작했대. 뭐로?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으로.

MS가 상 줘야 하는 거 아니냐?MS가 상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충주시 페북 짤을 본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한 건 이거였어. 결재라인에 있는 상사들이 조남식 주무관이 만들어 올린 짤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조남식 주무관의 얘기를 들어보니 충주시는 세상 쿨한 지자체였어. 그냥 '젊은 사람이 알아서 잘 하라'라고만 했대. 그래서 조남식 주무관이 '알아서' '잘' '윗선의 결재 없이' 충주시 SNS를 꾸며나간 거래.

세상 쿨한 충주시였다.세상 쿨한 충주시였다.
그렇다면 합성짤에 등장한 과장님들의 얼굴 사진은 어떻게 된 걸까? 경력 수십년의 높으신 분들 얼굴을 충주 사과에 합성하고, '올림포스 가디언'으로 만들고, 심지어 옥수수 터는 수화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건 어떻게 된 거지?

조남식 주무관은 뻔뻔했어. '내가 과장이라면 내 얼굴을 홍보짤에 쓰라고 할까?' 스스로에게 물어봤더니 선뜻 답을 하지 못하겠더래. 본인도 못하겠는 걸 과장님들한테 요청하는 패기라니. 그래도 "열정과 실력으로 그 자리에 가신 분들"인 과장님들께 이러저러한 이유로 과장님의 얼굴이 필요하다고 잘 설명드리니까 흔쾌히 승낙해 주셨대. 그래서 조남식 주무관에겐 정말 대단하고 고마운 분들이래.

알고보면 충주시가 인증한 돌+아이.알고보면 충주시가 인증한 돌+아이.
'도핑테스트가 시급한 약 빤 드립력'으로 유명한 조남식 주무관이지만 사실은 SNS도 안 하고, 인터넷도 잘 안 하고, TV도 잘 안 보는 아날로그인이더라. 10년 넘게 방송된 국민예능 '무한도전'을 본 적이 없다는 게 말이야, 방구야? 하지만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 됐다구. 아무 것도 안 보고 안 들으니까 오히려 무엇이 진짜 재밌고 유행인지 가려낼 수 있었단 거야. 그래서 페북에 올릴 짤을 만들 때 소재를 고르기가 매우 편했대.

놀라운 소식이 있어. 조남식 주무관이 대소원면으로 자리를 옮긴 후 새로 충주시 SNS를 맡게 된 후임이 조남식 주무관의 친구래. 고등학생 때 같은 반 친구였대. 요즘도 현웃 터지는 재미진 짤들이 올라오는 충주시 페북인데 새로 바뀐 담당자도 드립력이 만만치 않은 걸 보니 대체 그 고등학교 그 반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 학교는 드립학교인가.그 학교는 드립학교인가.
장인정신 뺨치는 프레젠테이션 작업 과정을 재연한 조남식 주무관은 마지막으로 충주시 페북을 사랑하는 구독자들에게 이런 인삿말을 남겼어. "많이 봐주세요.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사람은 바뀌었습니다." 담당자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재밌고 놀라운 충주시 페북, 계속해서 많이 봐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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