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노인들이 주운 폐지, 20배 비싸게 사는 청년들(영상)

머니투데이 이상봉 기자 2018.09.29 06:20

[#터뷰] 폐지 줍는 노인 지원하는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폐지 줍는 노인은 '환경운동가'…인식 개선 필요"

편집자주 | #노인빈곤 #그린메이커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1㎏에 30~50원. 요즘 고물상에서 매입하는 폐지의 시세이며, 대략 큰 라면 박스 2~3개를 모아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여기 노인들이 하는 노동에 비해 받는 금액이 부족하다며 노인들에게 20배 이상 비싼 금액으로 박스를 사는 청년들이 있다. 사들인 박스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노인들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다.

지난 20일 촉촉한 가을비가 내린 날.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위치한 러블리페이퍼 작업실에서 기우진 대표(37)를 만났다. 기 대표는 직원들과 무언가를 부지런히 포장하고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명절 전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쌀과 떡을 지원하는 봉사를 할 예정이라던 기 대표는 "박스를 사고 파는 공적인 관계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노인분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명절 전에 쌀을 전해드리려고 집집마다 방문한다"고 말했다.



폐지 줍는 노인에게 떡을 전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사진=이상봉 기자 폐지 줍는 노인에게 떡을 전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사진=이상봉 기자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의 대명사 '폐지'. 2013년 길거리에서 문득 리어카도 없이 폐지를 허리에 묶고 수집하는 노인을 본 후 기 대표는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리어카도 없이 박스를 머리에 이고, 몸에 묶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경사가 15도 정도 되는 곳을 무릎을 짚으며 아주 천천히 올라가셨죠. 이게 개인의 문제인지 사회문제인지를 알고 싶었어요. 만약 사회문제라면 '내가 지원하고 도와서 해결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기 대표가 처음 활동하던 3년 전만 해도 폐지의 가격은 ㎏당 140~160원까지 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폐지는 ㎏당 30원이라는 적은 금액에 팔리고 있다. 이 금액으로는 노인들이 먹고 살 수 없다는 점을 파악하고 기 대표는 폐지를 ㎏당 1000원에 매입했다.

그는 처음 폐지 줍는 노인들과 소통하고 친해지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기 대표는 "어르신들이 '사기꾼 아니냐'며 팔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다"며 "폐지 가격을 보지 말고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며 어르신들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금까지 약 60명의 노인분들과 교류하고 있다.

러플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사진=이상봉 기자러플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사진=이상봉 기자
노령인구의 증가로 폐지 줍는 노인들의 수치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조사한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현황'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은 82.3%였고, 이들 중 51.9%가 폐지 판매 수입이 '월 1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노인들에 대한 처우와 사회적 인식이 많이 부족한 상태. 기 대표는 폐박스를 이용해 노인들의 생계와 인식 개선에 힘썼다. 깨끗한 폐지를 이용해 캔버스를 제작 후 판매, 수익금으로 다시 노인들의 생계와 여가를 지원하는 방법을 택했다.

"먼저 폐지 수집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서 폐지를 매입해요. A4용지 반 정도 되는 사이즈로 작업한 후, 박스 세 장을 겹쳐 캔버스로 만듭니다. 약 70명의 재능기부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작품으로 만들죠. 수익이 나면 다시 어르신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방법 등으로 비용을 쓰고 있어요."

폐지로 작품이 그려질 캔버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폐지로 작품이 그려질 캔버스를 만들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
이렇게 만든 작품을 사람들이 구매하고 선물함으로써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할 수 있었다고. 기 대표는 "어르신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캔버스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며 "그분들의 삶과 처우,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기우진 대표는 노인들이 하는 폐지 수집 활동 자체가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폐지 줍는 노인은 곧 '그린메이커(환경운동가)'와 같은 존재라며 이들에 대한 재해석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어르신들이 하고 있는 폐지 수집 활동 자체가 주는 환경적인 측면을 다시 한번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구환경까지 보호하고 있는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수집 활동이 전반적으로 보면 주변 환경을 지키고, 크게 보면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그런 효과도 동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경제적인, 먹거리를 위한 활동에 지나지 않고, 환경적인 문제로 따뜻하게 바라본다면 분명 재해석이 될 것입니다."

러블리페이퍼에서 수거한 폐지로 만든 작품들 /사진=이상봉 기자 러블리페이퍼에서 수거한 폐지로 만든 작품들 /사진=이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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