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 꺾인다…반도체株 향방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진경진 기자 2018.09.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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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마침내 약세 돌아서..IT 애널리스트 "과거와 같은 업황 하락 아닐 것"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린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드디어 고점에 도달하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메모리 가격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이 과거와 같이 급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꺾인다…반도체株 향방은


26일 반도체 시장 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와 아이투자에 따르면 21일 기준 메모리 반도체 D램(DDR3 2Gb 256Mx8 1333MHz 기준) 현물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0.61%(0.01달러) 내린 1.634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0% 하락한 가격이다. 2016년 이후 D램 현물가격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9월 들어 상승세가 멈추며 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데 공급이 부족해 발생한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2014년 시작돼 2016년 들어 전성기를 맞았다. D램 가격 급등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이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전례 없는 초장기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

하지만 과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항상 상승 후 가파른 하락이 있었기 때문에 '메모리 슈퍼사이클 고점' 논란은 2017년 초부터 시작돼 2년간 지속됐다. 최근 들어 견고하게 오르던 D램 가격이 마침내 하락세로 접어들자 이제 드디어 고점에 도달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반도체주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모간스탠리·JP모간·노무라 등 글로벌 IB를 비롯한 IT 애널리스트 집단도 D램이 고점을 쳤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D램 가격이 폭락하면서 반도체 업체의 이익도 순식간에 급감했던 과거와 지금의 환경은 다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모간스탠리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고점에 도달해 투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김영찬 모간스탠리 아시아 IT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재고가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어 메모리 업체의 실적 리스크가 3분기부터 고조되고 있다"며 "메모리 업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P모간은 2018년 메모리 반도체 D램은 전년비 44% 성장하고 낸드는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업황이 꺾이며 전체 매출은 평균 12% 가량 감소하고 메모리 평균판매단가도 전년비 30%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2020년에도 낮은 한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질 거라고 덧붙였다.

박정준 JP모간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은 "역사상 가장 길었던 D램 가격 상승세는 올해 4분기에 끝나고 2020년 1분기까지 업황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IT 애널리스트들은 D램 가격 하락이 메모리 업체의 이익 급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4차산업혁명으로 전세계적인 데이터센터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공급도 기술적인 문제로 크게 늘지 못해서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와 달리 D램 가격이 하락한다고 메모리 업체의 이익이 급감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현 주가는 이미 슈퍼사이클이 꺾였을 때 위험을 대부분 반영한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이사도 "D램 가격이 숨고르기를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수요·공급의 역학을 고려할 때 메모리 업황 둔화가 온다해도 약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D램 가격 하락은 최근 주가 하락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판단돼 비중확대를 추천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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