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新 경제 냉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09.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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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미중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게임…미소 냉전처럼 각자의 진영 구축할 것"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9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궁전의 환영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이 9일 (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궁전의 환영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과 중국 모두 이번 무역전쟁에서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 결국 두 나라 모두 각자의 동맹을 구축하면서 미국과 구 소련이 대립했던 냉전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경제 냉전'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이를 전제로 한 다양한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중화권 유력언론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미국과 중국이 진영을 나눠 대립하는 '신 냉전 체제'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분석 전망 기사를 게재했다.

전망은 우선 미국의 관세 공격이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 모델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꾸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선 국유 기업 문제를 건드려야 하는데 중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국영 기업은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시행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선봉이자,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이전 받은 기술의 최대 수혜자로 간주된다.



미국의 관세 공격은 중국의 민영 수출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국유 기업에 대해선 오히려 더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미국과의 대결을 통해 중국이 자신들만의 강점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영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중국 공산당에 있어 이들은 우선 순위가 아니다.

국유경제의 포기는 집권 공산당이 경제 통제에서 오는 헤택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 하는데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과거 국민당 정부가 1949년 본토에서 공산당에 패한 뒤 대만으로 옮겨가 경제 소유권을 포기했는데 그 뒤 빠르게 권력을 상실한 것이 중국 공산단에는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고 SCMP는 덧붙였다.
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중국 경제가 구 소련에 비해 훨씬 강하다는 점도 중국이 양보와 타협 보다는 냉전을 선택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 소련 경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던 1970년에도 13%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명목 달러 기준으로 미국의 약 3분의 2에 달하고, 이미 세계 경제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5% 안팎 수준으로 과거보다는 둔화됐지만 여전히 미국보다는 빠르다.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시스템에 도전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믿고 있고 베이징의 엘리트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SCMP는 지적했다. 이 밖에 1960년대 초의 대기근부터 문화혁명 때 10년간의 혼돈시기, 천안문 광장의 민주화 운동 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등 과거 고난을 이겨냈던 경험도 중국의 지배 계층들이 타협 보다 응전을 선택하는 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도 이미 판을 크게 벌린 상황에서 물러설 여지가 적다. 어정쩡하게 타협할 경우 중국 정부에 중국 경제 모델에 대한 자신감을 더 높여주고, 미국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 전쟁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 전세계 제조 기지로서의 역할은 인도와 동남아시아가 대체해 가고, 잠재 소비 시장으로서의 역할은 EU, 중국, 일본 등이 '제로 관세 지역'을 넓혀 보완해갈 수 있다. 이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중국의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세계 경제가 두개의 진영으로 나뉘는 것이 보다 손쉽게 진행될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 교류는 구 냉전 시대 두 진영에 비해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는 새로운 무역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국가적 대립의 모든 과정에서, 합리성은 항상 우선 순위가 되지 못했으며, 이는 양 진영이 모두 자신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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