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 '엘리엇·메이슨 소송'에 소급적용 될까?

머니투데이 조철희 , 뉴욕(미국)=김성휘 기자 2018.09.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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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정부 관계자 "ISDS 새로 개정된 규정 소급적용 안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서 공동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9.25/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서 공동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9.25/뉴스1


지난 7월 미국 국적 사모펀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7억7000만 달러(약 8600억원) 규모의 ISD(투자자·국가간 소송)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13일에는 같은 국적의 또 다른 사모펀드 메이슨이 엘리엇과 비슷한 이유를 제기하며 우리 정부에 ISD 중재신청서를 냈다.



24일(현지시간) 중복제소 방지 등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 제도개선을 이뤄낸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 최종타결에 따라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국내에서 기존에 제기한 소송들에도 개선 내용을 소급적용할 수 있을까?

답은 불가능하다. 이날 미국 뉴욕에서 한미FTA 개정협상 내용과 과정을 설명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ISDS 소송과 관련해서는 규정의 소급적용이 안된다. 이 관계자는 "엘리엇이나 메이슨 같은 경우 새로 개정된 규정이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개정에 따라 투자자들은 한미FTA와 다른 BIT(상호투자협정)을 동시에 활용해 제소할 수 없다.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이거나 근거가 약할 경우에는 신속하게 소송을 각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투자 협정에서 유리한 절차만 가져와 ISDS 소송에 쓸 수 없도록 했고, 입증 책임과 관련해선 투자자가 ISDS 청구 시 모든 청구 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갖도록 했다.

ISDS 개선 사항 외에도 이번 한미FTA 개정에 따른 핵심적인 변화와 그 심층적 의미에 대해 정부 측 입장을 들어봤다.

◇픽업트럭 관세철폐 시기 연장, 미국 요구에 승복한 것?


우리 정부는 자동차 분야 협상에서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산 픽업트럭(화물자동차)의 대미 수출관세 철폐 시기를 기존보다 20년 늦춘 2041년으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25%의 픽업트럭 관세를 참여정부 FTA 협상 때 향후 10년을 잡아 인하해 10년 차에 철폐하기로 했는데 이번에 미국 측에서 미국 업계가 많은 이익을 내는 픽업트럭과 크로스오버 유틸리티(CUV)에 관심이 커 25% 관세를 더 유지하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픽업트럭을 제조하지 않고 수출도 안한다"며 "픽업트럭은 미국에서만 타는데 미국에서 판매되는 픽업트럭 대부분은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제조되기 때문에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판단해 관세 25%를 2041년까지 연장했다"고 말했다.

◇한미 자동차 '안전기준' 동일시 어떤 의미?

한미FTA 개정에 따라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 수입될 때 미국 안전기준(FMVSS)를 만족하면 한국 안전기준(KMVSS)를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물량 쿼터가 제조사 별로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2배 늘었다.

한국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주황색 불빛이 나오고, 깜빡이를 켜면 빨간색이 불빛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미국산 자동차는 두 경우 모두 빨간색 불빛이 난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미국의 제조사 별로 5만대까지 예외로 해주기로 한 것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쿼터 확대에 대해 "지난 수년 간 포드가 8100대, GM이 6700대, 크라이슬러가 4800대로 모두 (한국 수출) 1만대를 넘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존 쿼터에도 미달하는 상황이라 국내 자동차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韓 자동차 美 무역확장법 232조 면제, 어느정도 우려 해소했나?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수입품은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하는 무역장벽 조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지정하면 그만이어서 우리 정부, 특히 자동차 업계가 우려하는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 자동차에 232조를 적용하지 말아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요청했다. 김 본부장도 브리핑에서 "한미FTA 개정 협상 자동차 분야에 미국 측 우려가 반영된 만큼 232조 면제를 확보하는 데 모든 통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측은 232조 관련 미 상무부 보고서가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한미FTA 개정을 타결해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면서, 미국의 다른 주요 교역 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대미 무역흑자가 지난해 대비 조금 줄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가게 해 가급적이면 이 사안을 우리한테 유리하게 해결하는 방안이 제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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