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S 중복소송 금지, 픽업트럭 관세철폐 시기연장…한미FTA 개정(종합)

머니투데이 조철희 , 뉴욕(미국)=김성휘 기자 2018.09.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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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4일(현지시간) 한미정상 개정협정문 서명…김현종 "민감이슈 레드라인 관철"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서 공동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9.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서 공동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9.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미국계 투자자가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 제도를 악용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제한된다. ISDS를 청구할 때 청구인의 손해입증 책임도 명확해진다. 한미 정상이 ISDS 남소를 막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에 합의한데 따라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FTA 공동성명과 통상장관들이 합의한 FTA 개정 협정문에 각각 서명했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의 굳건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 및 경제 관계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더 좋은 협상을 함으로써 한미간 교역이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호혜적 협정이 됐다"고 말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뉴욕 현지에서 브리핑을 갖고 "우리 농축산업계가 우려했던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나 자동차 업계가 우려했던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 등을 안했다"며 "우리 측 민감 이슈에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관철한 것은 나름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ISDS 중복제소 방지=한미는 ISDS 남소 제한과 관련해 다양한 사항들에 합의했다. ISDS는 상대국에 투자한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이나 모호한 규정으로 거액의 국가배상을 노린 민사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왔다.

우선 한미FTA와 다른 BIT(상호투자협정)을 동시에 활용해 제소할 수 없도록 했으며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이거나 근거가 약할 경우 신속하게 소송을 각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투자 협정에서 유리한 절차만 가져와 ISDS 소송에 쓸 수 없도록 했다.

입증 책임과 관련해선 투자자가 ISDS 청구 시 모든 청구 원인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갖도록 했다. 또 설립 전 투자와 관련, 사업계획 단계에서 사용한 비용은 보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 조치가 단순히 투자자 자신의 기대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제소할 수는 없도록 했다"고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또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위해서라면 투자자들에 각각 다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예컨대 환경보호 목적으로 A도시와 B도시에서 규제를 각각 다르게 하더라도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이라면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픽업트럭 관세철폐 20년 추가연장=자동차 분야에선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산 픽업트럭(화물자동차)의 미 수출관세 철폐 시기를 2041년으로 기존보다 20년 늦추기로 했다. 자동차는 관세가 2.5%인데 픽업트럭은 25%다.

또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에 수입될 때 미국 안전기준(FMVSS)을 만족하면 한국 안전기준(KMVSS)를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물량 쿼터도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2배 늘어났다. 김 본부장은 "지난 수년 간 포드가 8100대, GM이 6700대, 크라이슬러가 4800대로 모두 (한국 수출) 1만대를 넘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쿼터에도 미달하는 상황이라 국내 자동차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산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한 자동차 교체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우리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했다. 다만 우리 규제당국의 사후관리 권한과 긴급조치 권한을 규정했다. KC마크(국가통합인증) 표시의무는 유지하지만 KC마크 스티커 방식을 해당 상품 뿐만 아니라 포장재에도 붙이도록 했다.

◇덤핑·상계관세 계산방식 공개=덤핑 등 무역 구제 조치는 시행조건을 구체화해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했다. 한미 FTA가 개정 발효되면 양국은 무역 구제 조치 전 협정문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현지실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 덤핑·상계관셰율 계산방식도 공개해야 한다. 철강, 세탁기, 태양광패널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입규제가 계속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수출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기업 보호에 실질적 기여가 기대된다.

◇공급부족 원료, 원산지 예외인정 추진=한미FTA는 원산지 기준이 '얀 포워드 기준'(Yarn Forward Rule)이 적용된다. 섬유, 원사, 원단, 의류 등의 단계에서 모두 한국이나 미국에서 생산돼야 한다. 다만 이번 개정 협상을 통해 공급이 부족한 일부 원료 품목에 대해서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아도 예외적으로 원산지를 인정하도록 추진하고, 관련 인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우리 정부는 당초 세계 최초로 승인되거나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을 시행하는 등의 조건으로 생산하는 성능이 뛰어난 신약에 대해 약가를 우대하려 했으나 외국계 제약회사들이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 올해 말까지 제도 시행을 보류했다. 한미는 이 제도를 차별적이지 않게 개선해 올해 말 시행하는데 합의했다.

◇韓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면제 과제=문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미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한국 자동차에 적용하지 말아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요청했다. 232조는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수입품은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하는 무역장벽 조항이다.

김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한미FTA 개정 협상 자동차 분야에 미국 측 우려가 반영된 만큼 232조 면제를 확보하는 데 모든 통상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남북·북미 관계의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선 한미FTA 개정 협상에 서명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와 통상 모두 안정적이고 보다 긴밀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계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1일 발효 목표 = 김 본부장은 이번 협상에 대해 "전세계 주요국들이 미국에 치열하게 통상분쟁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서명된 무역협정이 한미FTA 개정 협상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FTA 개정 협상은 협상 범위를 소규모로 해 협상 개시 3개월 만에 신속하게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며 " 개정 협상의 장기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미국과 내년 1월1일 개정 FTA 발효에 노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다음 달 초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가정적으로 우리 국회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개정 협정의 발효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픽업트럭 관세 인하 문제 등으로 양국 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한미 경제·통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신북방·신남방 정책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해 불확실한 국제통상 환경에서 우리의 통상 저변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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