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힘들었지?"…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8.09.25 09:41
글자크기

고된 추석 보낸 남편·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긍정적인 말, 긍정적인 감정들게 해"

고된 명절을 보낸 배우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마음을 녹게 한다./사진=독자 제공고된 명절을 보낸 배우자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마음을 녹게 한다./사진=독자 제공


#직장인 노현섭씨(39)는 매년 명절이 지날 때쯤 아내에게 손편지를 쓴다. 명절 하루 전날부터 제사 음식 준비하랴, 가족들 비위 맞추랴 고생한 아내에게 건네고픈 말이다. "명절 내내 일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다"부터 시작하는 편지는 "내가 더 잘할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들로 끝난다. 그러면 핀잔을 늘어놓던 아내 마음도 눈 녹듯 풀린다. 노씨는 "'고생했다'고 말하니 '당신도 고생했어'란 말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지혜롭게 잘 이기는 부부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따뜻한 말 한 마디'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생한 남편과 아내에게 좋은 말 한 마디 건네는 것만으로도 갈등이 풀렸다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말이 상황과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힘이 된다고 조언한다.

직장인 이유진씨(36·가명)는 추석 연휴 동안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운전하느라 고생한 남편 어깨를 주물러줬다. 그러면서 "장시간 운전하느라 힘들었지? 내가 도와줬으면 좋았을텐데 고생했어"라고 말했다. '장롱면허'인 이씨는 남편 운전을 도울 수 없었다. 그러자 이씨 남편도 "당신이 까다로운 식구들 비위 맞추느라 힘들었지, 정말 고생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서로를 진심으로 격려하니 거짓말처럼 기운이 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말 한 마디가 갈등을 이기는 힘도 된다. 직장인 정영호씨(34)는 추석 때 가족들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 실수를 했다. 이후 아내에게 "왜 그렇게 말했느냐, 상처가 됐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엔 정씨가 "별 거 아닌데 왜 그랬느냐"라고 물었다가 큰 싸움으로 번질 뻔 했다. 하지만 다시 "그 말이 상처가 될 줄 몰랐다. 미안하다"며 "자기 속상한 마음 잘 알 것 같다"며 위로해줬다. 다행히 아내도 "내가 예민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며 마음을 풀었다.

전문가들은 말이 감정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그 감정에 기인한 행동을 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언어교육, 교육심리 전문가인 정유희 작가는 저서 '듣고 싶은 한 마디, 따뜻한 말'에서 "말은 감정을 담고 있어 부정적인 말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들고, 긍정적인 말을 하면 긍정적인 감정이 든다"고 설명했다. '힘내, 사랑해,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훌륭해, 보고 싶다, 고마워, 당신 덕분이에요, 잘했어, 네가 최고야' 등의 단어를 소리 내어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이 따뜻해지고, 힘과 용기가 솟아난다는 것.


정 작가는 "지지해주고 이해해주고 보듬어주고 용기와 행복을 주는 그런 말은 사람에게 성장의 조건이 되어준다"며 "칭찬의 말도 좋지만 더 나아가서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해주는 말이 더 따뜻한 말"이라고 조언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