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자화자찬 트럼프에 '한국車 관세폭탄 하지말라'

머니투데이 뉴욕(미국)=김성휘 기자 2018.09.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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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흑자폭 줄고, 美 현지생산 많다"-트럼프 "文 말씀 포함해 검토"(종합)

【뉴욕=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펑션룸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와 함께 한미 FTA 개정협정문 서명식을 하고 있다. 2018.09.24.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뉴욕=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펑션룸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와 함께 한미 FTA 개정협정문 서명식을 하고 있다. 2018.09.24.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을 고려해서, 검토를 해보라."(트럼프 미 대통령)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정에 서명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미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한국 자동차에 적용하지 말아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232조는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수입품은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게 하는 무역장벽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참모들에게 문 대통령 발언을 검토할 것을 지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미 정상은 24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의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FTA 개정협정에 대한 공동성명에도 서명, 발표했다. 앞서 양국 통상장관은 한미 FTA 개정 협정문에 서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도중 미국 무역확장법 제 232조의 한국 자동차 적용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의 요지는 두 가지다. 우선 "232조에서 한국은 면제 조처를 취해 달라"라고 말했다. "대미 무역흑자를 보는 나라 중국, 일본, 독일, 멕시코가 흑자폭이 급격히 늘었다. 이에 반해 우리는 2017년 대미 흑자폭이 줄고,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25%나 흑자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의 절반 이상, 구체적으로 51% 이상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라며 "그래서 미 노동자들 고용이 높아지고 있다, 그 점도 232조 예외를 적용하는 데 참고를 해 달라"고 말했다. 현지 생산차는 현대·기아차를 말하는 것이라고 김 대변인이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문 대통령 말을 고려해 검토하라고 배석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文 '232조 면제' 요청-정부 "통상역량 집중"=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정부가 '232조 면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같은 흐름이다. 우리나라 통상 장관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서명식에 앞선 언론 브리핑에서 "자동차 232조 면제를 확보하는 데 모든 통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 또한 기자들과 만나 "모든 통상법에는 국가안보라는 예외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대미) 무역흑자가 작년 대비 줄었다. 에너지 수입이 많이 늘었다"라며 "이런 것을 상대방이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해서, 가급적 우리한테 유리하게 해결하는 게 제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정상회담에선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 말고도 FTA 등 한미 통상 관계가 주요 화두였다. 두 정상은 한미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한미 FTA가 주요 분야로 부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미국에 아주 불공평했던 무역협정을 재협상한 것"이라며 "미국 또 한국에게도 훌륭한 무역협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경제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치(경제지표)도 대단히 고무적"이라며 "미국 고용된 숫자(고용률)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누구도 단 2년 만에 이와 같이 높은 수치를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자랑'-文 '차분'= 서명식에서도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 많은 정치인들이 잘못된 무역 협정을 고치겠다고 얘기를 했지만 한 번도 이루어진 것은 없다"며 "우리 행정부야말로 약속을 지킨 첫 행정부"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차분한 어조를 유지했다. 농업 등 FTA 개정을 우려하는 분야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은 굳건한 한미 동맹이 경제까지 확장된 것"이라며 "더 좋은 협상을 함으로써, 한미간 교역은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호혜적 협정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국 자동차에 '관세폭탄'을 물리지 말 것을 요구했다.

양 정상은 FTA 공동성명에선 한미 FTA 개정 협정이 포괄적 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또 개정된 협정이 조속히 발효되도록 필요한 조처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현종 본부장은 "가급적 10월초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양국 행정부 차원에서 개정협정이 가급적 내년 1월1일까지는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10년전 한미 FTA 체결의 주역으로, 10년 뒤 개정협상도 이끌어 한미 FTA와 각별한 인연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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