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檢수사 100일…추석 뒤 양승태·임종헌 정조준

뉴스1 제공 2018.09.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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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 의혹 '화수분'…'방탄 법원' 비협조에도 진전
임종헌 등 포토라인 임박…수사 연말까지 이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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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2017.9.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2017.9.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가 25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드러나며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세 기둥의 한 축이 휘청이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썩은 뿌리를 도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진보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되면서 의혹 규명은 새국면에 들어섰다. 자체 진상조사에서 상당수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가 사실로 밝혀졌다. 소장 법관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힘을 얻었다.



사법부는 검찰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수사에 돌입한 이후에는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줄기각되는 등 '방탄법원' 논란이 확산됐다. 독재·권위주의 시절 이후 유례 없는 사법부 신뢰 추락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검찰의 수사는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다. 사건의 정점이자 몸통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수사는 10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법원의 협조 여하에 따라 검찰 수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승태 키즈' vs 99% 양심적 법관…진상규명 요구 봇물

이탄희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는 지난해 2월 요직으로 손꼽히는 법원행정처 기획2심의관으로 발령받았다. 판사 뒷조사 파일이 존재하고, 이를 관리하는 직무라는 사실을 알게된 이 판사는 임용을 거부했다.

엘리트 코스를 스스로 걷어차고 나선 이 판사의 결정을 두고 법원의 오락가락 해명이 이어지는 와중에 세간에 의혹으로만 떠돌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대다수의 양심적 법관은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은 마지못해 이를 수용했다.


1차 진상조사위원회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일부 확인하고서도 의혹 규명에 대한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일선 판사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2차 재조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과는 동떨어졌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진상규명을 강하게 요구했던 김명수 당시 춘천지법원장은 정권교체 이후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김 대법원장은 3차 조사를 지시했다. 3차 조사에서도 의혹은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지만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일부 문건에서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대법원이 긴밀히 유착한 정황이 드러나며 법원 안팎의 여론이 급변했다.

양승태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 통합진보당, KTX 승무원 해고 등 민감한 재판 동향을 감시하고 외압을 행사하려 했다. 또한 청와대와 긴밀히 교감하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기 위해 움직인 정황도 드러났다.

전국의 법관들은 일부 엘리트·고위 법관들의 일탈행위에 들끓으며 진상규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사회 각계각층의 고소고발이 이어지자 양 전 대법원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불에 기름을 끼얹은 양 전 대법원장 입장발표 이후 김 대법원장은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등 재판거래 정황 속속…검찰 전격전에 코너 몰린 사법부

김 대법원은 지난 6월15일 검찰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사흘 후인 6월18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에서 특수1부에 재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대국민담화에서 "미공개 문건을 포함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면서 "사법부라고 해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고 법원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수사라고 해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도 자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초반 특별조사단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 분석에 집중한 뒤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대부분 거부하고 포렌식 작업 등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주요 피의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도 잇따라 기각하며 수사에 번번히 제동을 걸었다.

법원의 수사 비협조 속에서도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서 재판거래 정황 등을 포착했다. 법원행정처·청와대·외교부의 3자회동 등을 통해 재판에 개입한 구체적 정황과 증거, 진술이 속속 이어졌다.

이외에도 Δ법관 사찰 Δ변협 압박 Δ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 무마 Δ헌재 탄핵심판 정보 수집·유출 Δ법관 해외파견 청탁 Δ박근혜 비선의료진 소송개입 Δ비자금 조성 Δ검찰 수사기밀 유출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가 검찰 수사로 화수분처럼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 2017.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친 뒤 미소 짓고 있다. 2017.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사법농단 수사팀 육박 인력 보강…양승태 조여가는 檢

서울중앙지검은 특수1부와 특수3부 인력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영장 줄기각 등 법원의 노골적 비협조 속에서도 적지 않은 진전을 봤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추가 혐의사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나오면서 추가 인력 투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현직 판사 다수를 대상으로 한 수사인 만큼 민감한 자료 분석은 수사관이 아닌 검사들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담당 검사들의 피로도는 급증했지만 살펴야 할 자료는 여전히 방대하다. 때문에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1·2·3·4부와 방위사업수사부 등 30여 명의 검사에 더해 대검 연구관 6명 가량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농단 사태 진실규명 의지도 확고하다. 지난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의혹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 가이드라인 비판을 일부 감수하면서까지 검찰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같은날 사법농단 수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일 법원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차명폰을 포함한 다수 전현직 판사의 사무실 등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제동으로 양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가 지연되고 있지만 10월 중에는 이들에 대한 직접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법원행정처 출신 전·현직 법관 수십 여 명으로부터 증언을 확보한 만큼 윗선 수사가 임박한 모양새다.

검찰은 임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이 혐의를 뒷받침할 상당한 진술과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일체를 부인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는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수순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검찰이 강제징용 재판 등 청와대와 법원행정처 간 밀월 관계 입증을 위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 아울러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 대한 보다 꼼꼼한 보강조사도 선행돼야 한다.

검찰 안팎에선 사법농단 관련 수사가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일부에선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모두 투입되고 30여 명이 넘는 검사가 투입되는 등 검찰의 인력 과부하도 커 추석 연휴 직후부터는 검찰 수사가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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