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효도는 셀프", 명절 파업한 요즘 며느리

머니투데이 김소영 인턴기자, 이상봉 기자 2018.09.24 05:30
글자크기

[#터뷰]"차례상, 남편이 배워야죠" 당당히 말하는 '요즘 며느리' 박은지씨

편집자주 #명절파업 #남편이잘할거예요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명절마다 고통받는 사람들.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이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11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3%가 '여성만 하게 되는 가사노동'을 추석 명절에 겪는 대표적인 성차별 사례로 꼽았다.



시댁에 당당하게 '명절 파업'을 선언한 며느리가 있다. '나 자신'으로 살고 싶은 이들에게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제가 알아서 할게요'의 저자 박은지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7일 박씨를 만나 '명절 파업' 과정과 '요즘 며느리'가 되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시댁에서 며느리는 '가장 낮은 서열'
박씨는 "결혼 후 며느리, 아내의 역할에 대한 불합리함을 온몸으로 겪었다"며 "남편 집에 가장 낮은 서열로 편입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을 담은 글을 브런치(카카오가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연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의 글은 '동병상련' 처지의 며느리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현재 구독자 수가 5000명이 넘는다.



지난 17일 오전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자 박은지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상봉 기자지난 17일 오전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자 박은지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상봉 기자


박씨에게 결혼 후 첫 명절의 기억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아무도 제게 일을 시키지 않았지만 마냥 불안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편처럼 편하게 있을 수가 없었어요.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설거지를 한다고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죠."

여성은 부엌서 일하는데 남성은… '명절 파업' 결심
박씨가 '명절 파업'을 결심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명절 때 여성들은 부엌에서 일하는데 남성들은 고기를 구워 먹거나 잠을 자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 박씨는 "그 장면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여성 친척들도 '내가 며느리니까 여기서 일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너무나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박은지씨(오른쪽)의 웨딩사진./사진 제공=박은지씨박은지씨(오른쪽)의 웨딩사진./사진 제공=박은지씨
그런 박씨에게 시아버지는 '이제 차례상 차리는 법을 배우라'는 말을 건넸다고. 이에 박씨는 "그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시아버지께 '남편이 주도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씀드린 후 남편을 '소환'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남편과 논의 끝에 '명절 파업'을 선언했다. 그러자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저번 추석 때 남편과 여행을 갔어요. 시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다음 명절부터는 꼭 장손 노릇 해라'라고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남편이 알아서 할 거예요'라고 말씀드렸죠."

안부 전화는 일종의 '추가 업무', 시부모님도 이해와 응원
박씨는 안부 전화 등 며느리에게 주어지는 '임무'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안부 전화는 며느리한테 부여되는 일종의 추가 업무라고 생각해요. 시어머니가 시아버지께 정기적으로 전화해 달라 하셨을 때 '제 성격에 그건 좀 힘들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남편과 부모님 안부 전화는 각자 챙기자고 약속했죠."

박은지씨가 글을 연재 중인 브런치 페이지(왼쪽)와 책 '제가 알아서 할게요'의 표지 /사진=화면캡처, 이상봉 기자박은지씨가 글을 연재 중인 브런치 페이지(왼쪽)와 책 '제가 알아서 할게요'의 표지 /사진=화면캡처, 이상봉 기자
이 모든 얘기를 담은 책 '제가 알아서 할게요'가 출간된 후 시부모님이 불쾌해하지 않으셨냐 물었다. 박씨는 "걱정과 달리 시부모님이 '너희가 원하는 방식대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해 주셨다"며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친정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들었다고. "친정 어머니가 '시부모님이 보면 섭섭해하시지 않겠냐'며 '웬만하면 남들 하는 것처럼 살아라'라고 꾸중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해야 내가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지금은 포기하신 것 같아요."

할 말은 하는 '요즘 며느리'가 되는 방법

끝으로 박씨는 당당한 '요즘 며느리'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시댁에서 무언가 시킬 때 억지로 하는 것과 하더라도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했다.

더불어 '요즘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어른들에게도 솔직한 바람을 전했다. "할 말 하는 며느리를 보고 '하루 이틀을 못 참아서 집안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드나'라고 생각하시는 어른들도 계실 거예요. 그 하루 이틀이 남편과 나의 서열을 만들어요. 이젠 며느리들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