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물론 북한 내부와 주변을 장악한 풍모는 그의 아버지와 똑같았다. 하지만 디테일에서 달랐다. 그의 아버지는 너무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큰 결정을 주저하다가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방북기간 그는 젊은 지도자의 과감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순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讲话, 덩샤오핑이 남방을 순회하면서 개혁개방을 촉구한 일련의 연설)가 떠올랐다. 개혁과 개방에 주저하는 보수파를 잠재우기 위한 정책을 김 위원장이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검게 탄 그의 얼굴에서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나라를 잘 만들어야 겠다’는 의지를 읽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관료들에게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인데, 중국보다 못 사는 게 말이 되냐”고 강조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우리 민족은 정말 우수한 민족 아닌가. 그의 확실한 메시지가 지금 북한을 움직이고 있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처음엔 호텔에서 평양역을 향해 걸었다. 남한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체조나 요가 등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 등 여기가 북한이 맞나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걷다보니 대동강이 나왔다. 대동강변을 따라 걸었다. 3km 정도 걸으면서 서울 집 근처에서 조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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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들은 많은 방북 수행단 분들이 나를 부러워했다. 그들은 북한측에서 만류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내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만나 “우리 수행단 분들이 호텔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크게 제지하진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김 부부장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2000년대에 방문한 북한은 사라졌다. 그땐 곳곳에 선전판에 ‘미 제국주의 타도’, ‘강성대국 건설’ 등의 구호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엔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한다’란 글이 써 있었다. 북한이 확실히 경제로 방향을 틀었단 증거로 보인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우리가 이제 손을 잡아줘야한다. 김 위원장도 이번 방북단 기업인 중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김 위원장이 평소에 "(우리도) 삼성의 반도체 또는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IT기업을 갖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방북기간 북한 측 관계자로부터 그와 비슷한 얘기를 자주 들었던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삼성을 비롯해 우리 기업을 방문 할 것이다. 그가 남한을 방문하는 가장 큰 목적이 아닐까 한다.
핵을 버리고 경제에 집중하는 북한, 그리고 하나된 민족. 생각만해도 가슴이 뛴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GDP(국내총생산) 8만달러가 넘는 세계2위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있다. 이건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정상이 천지에서 손잡은 그 순간 우리는 경제부국을 위해 함께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