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인터뷰/사진=김창현 기자
날 보자마자 "어? 장관선생! 방금 텔레비전에서 봤는데 여기까지 오셨네"라며 반갑게 웃던 그였다. 더욱 설레는 마음을 안고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평양 순안공항 상공에서 본 풍경은 생각과 참 많이 달랐다. 잘 정리된 농지에 농사도 풍년이었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예전 같으면 시내 곳곳에 나부꼈을 '미제국주의자 타도', '까부시자' 등 적대적인 선전물들도 사라졌다. 간혹 보이는 문구라면 '경제발전' 정도다. 오히려 우리 한국이 현수막이 너무 많아 문제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대동강물이 오염된 게 눈에 띄었다. 역시 도시는 개발하면 오염이 된다는 데 북한도 그랬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인터뷰/사진=김창현 기자
북한 최고지도자가 바뀐 탓인지 우리 대통령과 평양 시민들 간 스킨십도 자유로웠다. 예전엔 거리에 꽃술을 들고 나온 환영객들에게 악수를 요청하려고 하면 경호원들이 접촉을 막았다. 김대중 대통령도 예외가 없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자유롭게 시민들과 악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번 2박3일동안 본 김 위원장은 굉장히 따뜻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 서양교육을 받은 탓인지 지금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는 지도자란 인상이 강했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로 가겠다는 의지도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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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라도5·1경기장에서 가진 문 대통령의 연설은 그걸 증명했다. 15만명을 수용하는 곳이 어디 있던가. 그 평양 시민 앞에서 문 대통령이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완전히 합의했다"라고 선포했다. 그 때 다들 순간 주춤하는게 느껴졌다. 나만 느꼈나 싶어 이후 문정인 교수에게 물어보니 똑같이 느꼈다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평양시민들도 놀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한 비핵화가 인민들로부터 공인받고 지지받는 감동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에서 북한의 발전과 개혁개방의 희망이 보였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대성공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 위원장은 통 크게 서울에 답방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북한 내부에서도 강력히 반대하는 사안에 적극적이었다. 말 뿐인 약속일까. 식사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이를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 답변은 놀라웠다. 그는 "태반이 반대하지만…태극기부대 나는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도 6·15 회담 때 답방을 약속했지만 신변의 위협으로 이루지 못한 일이다. 지금 자체도 엄청난 진전이지만 답방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이루 말할 수 없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인터뷰/사진=김창현 기자
내가 이번 방북 때 잘 써먹은 게 다친 오른팔이다. 김 위원장에게 악수를 왼손으로 하며 "좌파입니다"라고 하니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다치셨군요?"라는 말에 냉큼 "아니요. 우파를 묶어버렸습니다"라고 농담을 하니 호쾌하게 웃었다. 아주 재밌었다.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제일 극진히 대접했다면 다음은 경제인들이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아주 노골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데리고 김 위원장에게 소개를 했다. 김 부장이 설명을 하려고 하자 김 위원장의 대답이 "내가 다 안다"였다. 이번 경제인들의 방북이 북한 주민들에게 오히려 한국대기업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겠다는 선전과 희망이 됐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은 북미관계다. 100가지를 합의해도 마찬가지다. 이제 김 위원장이 카드를 많이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 내가 그리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을 하고 10월 초로 유엔총회를 연기해 그곳에서 김 위원장이 연설을 한 후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하는 거다. 그리고 뉴욕 옆에 있는 뉴저지 트럼프의 골프장에서 남북미중 정상들이 종전선언을 하면 그게 최고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