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와 월스트리트를 모두 정복한 수학천재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09.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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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MIT 수학자가 도박과 주식투자에서 이긴 이야기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에드워드 소프의 2017년 자서전 ‘모든 시장을 위한 남자: 라스베가스에서 월스트리트까지, 어떻게 내가 딜러와 시장을 이겼는가’(A Man for All Markets: From Las Vegas to Wall Street, How I Beat the Dealer and the Market)에드워드 소프의 2017년 자서전 ‘모든 시장을 위한 남자: 라스베가스에서 월스트리트까지, 어떻게 내가 딜러와 시장을 이겼는가’(A Man for All Markets: From Las Vegas to Wall Street, How I Beat the Dealer and the Market)


1960년대 미국에서 카드 게임인 '블랙잭'(Blackjack) 붐을 일으킨 책이 있다. 수학자인 에드워드 소프(Edward O. Thorp)가 저술한 ‘딜러를 이겨라’(Beat the dealer)라는 책이다. 라이프지에 책 소개가 실리자마자 순식간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됐고 무려 70만부가 넘는 책이 팔려 나갔다.



당시 소프는 UCLA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MIT에서 근무하면서 블랙잭 게임을 이기는 방법을 연구했다. 처음 블랙잭 이론을 발표했을 때, 소프는 많은 사람들의 회의 어린 질문에 직면했다. “당신은 그렇게 영리한데, 왜 부자가 아니냐?”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문이다.

◇라스베가스를 정복하다
소프는 자존심도 지키고 사람들에게 블랙잭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 도박 도시 라스베가스가 있는 네바다주로 가기로 결심했다. 게다가 카지노에서 그의 실전 테스트를 돕기 위해 수천 달러에서 많게는 10만 달러까지 돈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소프는 1만 달러(현재가치 약 8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후원자 2명과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소프는 텐카운트(Ten Count)라는 카드 카운팅 방법을 통해서 하우스에 5% 유리한 승률을 플레이어한테 1% 유리하도록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주일만에 소프는 원금의 2배가 넘는 1만1000 달러를 벌어 들였다.

이처럼 수학천재가 실제로 블랙잭에서 돈을 벌고 나서 카지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출판하자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린 것이다. 2008년 개봉된 헐리웃 영화 ‘21’도 MIT 학생들이 라스베가스에서 카드 카운팅으로 돈을 따는 내용을 다룰 만큼 미국 카지노는 수학천재들의 수많은 도전을 받았다.

라스베가스를 정복한 소프는 네바다주의 모든 카지노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카지노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뉴욕의 월스트리트다.


◇라스베가스보다 더 큰 카지노: 월스트리트
소프는 도박을 투자의 간소화된 버전으로 여겼다. 즉 도박과 투자 사이에 유사점이 많기 때문에 도박에서 이길 수 있다면 주식시장에서도 시장 평균을 초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박과 투자 모두 수학, 통계학, 컴퓨터로 분석할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도박과 투자 모두 자금관리와 리스크와 수익률간의 적정한 균형 선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한 심리적 기질 역시 도박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질과 비슷하다. 훌륭한 투자자는 대개 도박과 투자 모두에 능한 경우가 많다.

1969년 소프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최초의 퀀트(quant) 헤지펀드를 만들었다. 바로 프린스턴 뉴포트 파트너스(Princeton Newport Partners)다. 이후 펀드가 관리하는 자산은 18년 동안 140만 달러에서 2억7300만 달러로 늘어날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수학천재인 소프의 투자 방법은 시대를 앞서 나갔다. 소프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회사의 다른 증권(보통주, 전환사채, 신주인수권, 주식옵션)들을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잘못 매겨진 증권을 찾았다.

그후 고평가된 증권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증권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헤지(hedge) 포지션을 만들었다. 이런 차익거래를 통해서 소프는 주식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올렸다. 사실 소프는 도박과 마찬가지로 투자도 수학을 이용해서 재밌는 퍼즐을 푼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을 즐겼다.

그 결과 소프는 개인 투자에서 30여년 동안 연평균 2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2012년에 소프의 개인자산은 이미 8억 달러(약 9000억원)에 달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시작해서 결국 월스트리트까지 정복한 소프는 2017년 자서전을 출판했다. 바로 ‘모든 시장을 위한 남자: 라스베가스에서 월스트리트까지, 어떻게 내가 딜러와 시장을 이겼는가’(A Man for All Markets: From Las Vegas to Wall Street, How I Beat the Dealer and the Marke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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