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은 '재건축 가계약', 규제 태풍 속 향배는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8.09.2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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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역사 '산증인'들 사업속도 천차만별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서울 강남에서 재건축 가계약서를 묵혀둔 사업 초기 단지들이 올해는 본계약 체결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수천억원대 공사를 발주한 단지가 있으나 부동산 규제 강화나 인·허가 지연으로 계약이 요원한 곳도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4424가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잠실진주아파트'(1507가구) 등이 2000년대 초반 건설사들과 재건축공사를 위한 약정(가계약)을 체결했다. 각 단지들이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도 통과하지 않은 때였다. 수주전 과열 우려에 따라 사업시행인가(서울 기준) 이후 시공사 선정이 가능한 현행 재건축 제도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2000년대 초반 정비사업 근거법(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인 '주택건설촉진법' 체계에선 이 같은 사업단계의 진척 없이도 시공사 선정이 가능했다. 관할 자치구들은 총회 의결 및 가계약 만으로도 개별 단지 재건축사업을 위한 시공사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이 중에서 잠실진주는 최근 주민 총회를 거쳐 시공사인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총 7271억5800만원(건축물 연면적 3.3㎡당 매입 부가세 포함 510만원) 규모 공사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 2002년 해당 단지 주민들이 총회를 거쳐 시공사 선정을 의결한 이후 16년 만이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연말 법원이 주민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안건 상정을 금지시키는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일부 주민이 송파구에 시공사 선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일부 인용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소송 당사자인 송파구(피고)는 물론 해당 컨소시엄도 변호인을 선임해 본안 소송에 참여한 끝에 시공사 지위를 인정 받았다.

잠실주공5단지는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GS건설, 은마아파트는 삼성물산·GS건설과 가계약을 맺어뒀다. 이들 단지 주민들은 정비계획 심의는 물론 후속 인허가 절차들을 통과하지 못해 본계약을 위한 협상이 어렵다. 올해 부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적용 받게 돼 사업 추진에 제약이 심해졌다.

사업을 진척시키면 거래길이 막히는 문제도 발생해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유지될지 미지수다. 잠실주공5단지는 조합이 존재하나 사업 장기지연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행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항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향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즉시 해당 조항을 적용 받게된다. 은마아파트는 추진위원회 단계이며 조합을 설립하면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일부 강남 단지 주민들은 시공사가 인허가 절차를 조속히 끝낼 방안 마련에 협조해야 본계약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충분한 안내를 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사업을 수주하는 입장이어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아파트 단지 전체 주민들의 의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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