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 백두산 올라 '엄지척'…"상징적 장면, 파급력 클 것"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8.09.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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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만찬장소엔 김정은 '깜짝 방문'…경제인들 대북인식 변화여부 촉각

평양방문 3일째인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등 특별수행원들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엄지를 들어보이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평양방문 3일째인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등 특별수행원들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엄지를 들어보이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민족의 성지인 백두산에 우리나라 4대 그룹 총수들이 방문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방북 3일째인 이날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재계 인사 등 특별 수행원은 고려항공 민항기를 타고 백두산에 함께 갔다.



이날 오후엔 이 부회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특별수행원들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이 공개됐다. 이들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다.

백두산은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김일성 일가의 상징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지로 선전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중요한 일을 앞두고 백두산을 빈번히 방문하며 백두혈통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백두산 동반 방문 제안에는 지난 4·27 정상회담에서 백두산 트레킹 의사를 밝힌 문 대통령의 '소원' 성사뿐 아니라 이 같은 체제 선전 의도도 포함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를 알면서도 상호 신뢰를 재확인하고 평화통일 의지를 다지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예정에 없던 백두산 천지 방문은 우리 경제인들에게도 대북 인식을 뒤바꿀 만한 특별한 경험이자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평양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평양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대북 소식통은 "남측 4대 그룹 총수가 북한의 정통성이 새겨진 백두산에 올랐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며 "북한은 백두산 관광 개발 의사를 갖고 있는데, 재계 인사들도 사진으로 보거나 전해 들은 것과 직접 오르는 경험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남측 경제인들에게 가장 큰 인상과 감동을 주는 수단으로 백두산이 제격이었다"고 말했다.


재계 인사들은 전날(19일)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들은 조선인민군 112호 양묘장을 방문한 뒤 평양 교원대학교를 방문하고, 문 대통령과 함께 평양 시민들이 자주 찾는 대동강 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엔 김정은 위원장 내외가 깜짝 방문해 저녁을 함께 했다. 일반시민들이 출입하는 식당에서 김 위원장이 식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첫날 문 대통령 내외와 이미 만찬을 가진 김 위원장이 이곳 식당을 찾은 것은 우리 경제인들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총수들은 집단체조 공연도 관람했다. 오후 9시에 평양 5·1경기장에 도착한 이 부회장 등 특별수행원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15만명 가량의 북한 주민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우리 경제인들이 공연에 집중하고 호응하는 모습이 우리 취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이 오찬 장소인 옥류관 발코니에서 대동강변을 배경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옥류관 평양냉면의 '인증샷'을 찍는 친근한 모습도 다수 카메라에 잡혔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경제인들은 절대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경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그동안 북한에 관심이 없었던 경제인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고 2박3일간 김정은의 인간성을 접하고 그가 신뢰할 만한 인물인지 경험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세계가 알아주는 삼성 부회장이 북한에서 '엄지척'하는 사진만으로 '나도 한 번 가볼까' '북한이 달라졌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단 점에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19일 낮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 및 수행원 오찬에 앞서 최태원 SK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LG 구광모 회장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19일 낮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남북 정상 및 수행원 오찬에 앞서 최태원 SK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이재웅 쏘카 대표, LG 구광모 회장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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