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얼른 씻어"…아내에게 온 낯선 남자의 메시지

머니투데이 박윤정 (변호사) 기자 2018.09.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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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법률상담] 내용과 호칭 적절치 않아도 부정행위 증거 없으면 위자료 못 받아

"자기야, 얼른 씻어"…아내에게 온 낯선 남자의 메시지


새벽 1시30분쯤 어떤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자기’라고 칭하며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남편은 그 남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부산가정법원은 최근 협의 이혼한 전 남편이 혼인기간 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해당 남성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에서, 문자메시지만으로는 아내가 부정행위를 했다거나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이 파탄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남편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부산가정법원 2018드단201159 판결).

A씨는 동창모임을 다녀온 아내 B씨의 휴대폰에서 새벽에 아내가 남성 C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봤습니다. C씨는 A씨 아내에게 “피곤하겠다 언능씻구와~”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A씨 아내는 “응 씻고올게요~ 도착하면 연락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C씨는 A씨 아내에게 “나 잘도착했띠~ 오늘도 자기랑 가치 놀아서 재밋엇던 하루엿네”라고 답했습니다.



A씨는 이 문제로 아내에 대한 의심이 커졌고, 둘 사이는 소원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6개월 뒤에 둘은 협의이혼했습니다.

A씨는 아내와 이혼한 후 C씨가 아내와의 부정행위로 혼인관계를 파탄시켰다고 주장하며 C씨를 상대로 위자료 800만원을 청구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C씨가 A씨 전처에게 문자를 보낸 시간이나 ‘자기’라고 칭한 것이 적절한 행동은 아니지만 B씨와 C씨가 대학 동창사이로 종종 모임을 가졌던 사이고, 모임에는 B씨와 C씨 외에 4명의 친구들이 함께 모였던 점, A씨가 문자메시지 외에 B와 C의 부정행위 내용을 특정하거나 구체적 부정행위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는 제출하지 못한 점, C씨가 평소에도 단체 채팅방에서 상대방을 ‘자기’, ‘스위티’, ‘베이비’ 등으로 부르는 게 자연스러웠던 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 전부터도 이미 A씨와 B씨는 이혼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했던 점 등에 비춰 원고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와 C씨가 부정행위를 했다거나 C씨의 부정행위로 인해 A와 B의 혼인이 파탄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A씨의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난 경우, 배우자 뿐 아니라 상간자를 상대로도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는 간통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부정행위의 상대방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입니다. 대체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배우자와 상간자가 나눈 휴대폰 메시지를 우연히 발견하는 등으로 감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황에 따라서는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만으로는 부정행위로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 관련 규정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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