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 안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09.23 08:00

[행동재무학]<236>주식 저평가와 내부자의 자사주 매입

편집자주 |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최저가로 하락 했는데도,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안 하는 이유는 뭘까요?”

세계 최고의 IT기업이자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0일 전고점 대비 20% 이상 추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습니다. 그리고 우선주인 삼성전자우(시가총액 4위)도 9월 13일 52주 최저가를 경신했고요. 이로써 삼성전자는 소위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50대 1의 액면분할 이벤트에도 주가가 8.5% 하락했고, 하반기 들어선 반도체 경기가 꺾였다는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 주가는 전고점 대비 24%나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삼성전자우는 전고점 대비 26% 떨어졌고요.



반도체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도 반도체 사이클 하강국면에서 사정은 비슷합니다. SK하이닉스는 8월 중순 모간스탠리의 사실상 매도 리포트가 나온 뒤 주가가 급락해 한 때 전고점 대비 26%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8월 중순 이후 증권사들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하면서 주가가 전고점 대비 30%나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은 52주 최저가까지 추락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52주 최저가를 경신하고 또 베어마켓까지 떨어진 신세가 됐습니다.

게다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 5월 하순까지만 해도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고 주가 급락은 올 여름에야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초에 52주 최고가(액면분할 후 주가 기준)를 기록한 후 거의 10개월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휴대폰 경쟁업체인 미국의 애플은 9월 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세만 본다면 삼성전자가 가장 약세를 띄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블룸버그에 따르면 21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배수(PE)는 7.1배로 애플의 20.0배에 비해 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저평가 정도가 심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주가수익배수(PE)가 3.8배이고, 미국의 마이크론은 3.9배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휴대폰 양 분야에서 모두 세계 최고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현 주가 수준은 말도 안 되게 낮습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배당도 많이 합니다. 삼성전자의 배당수익률은 21일 주가 기준으로 3.0%이고 삼성전자우는 3.7%입니다. SK하이닉스는 배당수익률이 1.3%이고 애플도 1.3%에 불과합니다. 마이크론은 배당을 지급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밸류에이션만 본다면 삼성전자가 가장 저평가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재무학에서는 회사와 관련한 정보의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임원이나 주요주주와 같은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행위가 외부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부자들의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펀더멘탈이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나쁘지 않으며 향후 실적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신호가 될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있을 때 회사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지금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이클 하강국면, 반도체 가격 하락세, 4분기 이후 실적 전망 하향 등과 관련해 정보불균형이 매우 심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증권사의 리포트나 애널리스트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현재 자사주를 보유한 삼성전자 임원과 주요주주는 총 134명입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면 총 132명의 임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올 5월 액면분할을 한 뒤 자사주를 보유한 임원과 주요주주가 빠짐없이 보유주식 변동을 신고 하면서 전체 명단 정보가 알려졌습니다.

총 132명의 임원(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 제외)이 보유한 삼성전자 자사주는 보통주 124만6393주이고, 우선주는 1만5900주입니다. 21일 주가 기준으로 이들 132명의 임원이 보유한 삼성전자 자사주 총액은 약 600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지난 8월 20일 베어마켓에 추락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어느 임원도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우연하게도 주가가 52주 최저가를 경신한 날에 6월 중간배당금이 지급돼 주식 매입 자금이 넉넉했는데도 말입니다.

삼성전자 임원 가운데 올 5월 액면분할 이후 자사주 매입에 나선 사람은 3명뿐으로 그것도 주가가 베어마켓으로 떨어지기 전인 7월 중순이었습니다.

주가가 52주 최저가로 추락하고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베어마켓에 진입했을 때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면 주가가 펀더멘탈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졌음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내부자들이 자사주를 매입 하지 않는다면 반대로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알리는 부정적인 신호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과거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해 베어마켓에 진입했을 때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경우와 비교하면 올해 임원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대조적입니다.

2013년 6월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더니 6월 26일 전고점 대비 20% 넘게 추락해 베어마켓에 진입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한 달 동안 4명의 삼성전자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가가 6월 들어서 급락하기 시작하자 이미 6월 중순부터 8명의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 매입에 나섰습니다. 더군다나 6월 중간배당금이 지급되기 전이어서 주식 매입 자금을 따로 마련해야 했는데도 말입니다.

물론 삼성전자가 베어마켓에 진입할 때마다 항상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아닙니다. 2014년 9월에 베어마켓에 진입했을 때 그해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에 나선 임원들은 한 명도 없었고, 오히려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가 연말까지 이어졌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올 8월 20일 삼성전자가 52주 최저가로 추락하고 베어마켓에 진입한 후 한 달이 지나갔지만 아직까지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정말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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