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잔소리 시즌'인 추석 연휴가 돌아왔다. 오랜만에 모인 터라 서로 안부를 묻는데, 자칫하면 이 한 마디가 당사자에게 비수가 돼 꽂힌다. 이에 명절을 앞두고 친척들 잔소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묻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말 듣기 싫지만, 대놓고 불쾌한 티를 냈다간 갈등이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럽단 반응이다.
문제는 이를 주고 받는 분위기가 편치 않다는 것. 당사자가 해당 사안에 대해 고민이 많을 땐 더 민감해진다.
사실 이씨에겐 사정이 있었다. 반년 이상 아이를 갖기 위해 시도했지만, 잘 생기지 않았다. 난임인 것 같아 최근 검사까지 받은 참이었다. 속사정도 모르는 친척의 속사포 같은 잔소리에 이씨는 그날 밤잠을 설쳤다. 그는 "관심이 아니라 쓸데 없는 오지랖이고, 더 나아가선 배려가 없는 것"이라며 꼬집었다.
정작 잔소리를 하는 당사자들은 별 생각이 없거나, 관심을 주고 격려해주기 위해서 했다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동상이몽'이다. 장모씨(67)는 "잔소리를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잘됐으면 하고 걱정해서 건네는 말들"이라며 "오래 못 봐서 안부가 궁금하지 않느냐. 그래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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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일상적인 건 그냥 웃으며 참고 넘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말을 아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정도다. 아예 잔소리가 싫어 피하는 이들도 있다.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아가 '역공격'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주부 송모씨(38)는 시댁에 갔다가 시누이가 "집 못 사서 어떻게 하느냐"는 참견에 "결혼은 언제 하냐", "만나는 사람은 있냐"고 응수했다. 직장인 서모씨(50)는 "직장 언제까지 다닐 수 있느냐"는 친척들 잔소리에 "노후 준비나 신경쓰라, 잘들 하고 있냐"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자칫 관계를 해칠 수 있다.
정유희 작가는 저서 '듣고 싶은 한마디, 따뜻한 말'에서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고 싶을 때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바로 조언과 충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라며 "꼭 해야할 경우에는 표현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방이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먼저 묻기 전엔 조언을 안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내게 적용된다 해서 상대방에게도 강요하는 건 오만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언을 하려면 먼저 상대방 입장과 마음을 잘 헤아려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