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추석의 이분법 '남한 최장 5일 vs 북한 1일'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2018.09.24 08:50
글자크기

北 최대 명절은 '김일성 생일'…남한보다 3배 큰 송편, 설기떡, 노치 즐겨 먹어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한국문화재재단 주최로 열린 '어서와~추석애(愛) 한국의집은 처음이지' 간담회에서 서울식 차례상(위)과 북한 함경도·강원도식 차례상이 함께 전시돼 있다. 이날 차례상을 선보인 탈북 요리가 허진씨는 "북한 차례상은 신위가 없고 커다란 송편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문화재재단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한국문화재재단 주최로 열린 '어서와~추석애(愛) 한국의집은 처음이지' 간담회에서 서울식 차례상(위)과 북한 함경도·강원도식 차례상이 함께 전시돼 있다. 이날 차례상을 선보인 탈북 요리가 허진씨는 "북한 차례상은 신위가 없고 커다란 송편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올해 추석 연휴는 주말까지 포함해 최장 5일간 이어진다. 떨어져 지낸 가족, 친척들이 한데 모여 송편을 먹고 차례를 지내며 명절을 보낸다. 북한에서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어떻게 보낼까. 70년 넘는 분단의 세월로 인해 정치와 이념뿐 아니라 전통문화에서도 이질화가 일어나면서 추석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졌다.



◇북한의 최대 명절은 '태양절'…추석은 당일 하루만 쉬어

북한의 최대 명절은 추석이 아니라 태양절, 즉 김일성 생일(4월15일)이다. 북한은 각종 기념일과 국경일, 민속명절을 모두 '명절'이라고 부른다. 명절은 크게 '국가명절'과 '민속명절'로 나뉜다.



북한정권은 민속명절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배격했다. 민속명절은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좋은 관습 정도로 이어지다 1972년 추석부터 거주지 인근의 조상 묘를 찾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1988년 추석이 부활하고 1999년 음력설, 2003년 정월대보름, 2012년 청명절(4월4일)이 민속명절로 지정됐다.

반면 최고지도자의 우상화를 위해 정치적 기념일은 국가명절로 지정해 대대적인 행사를 펼친다. 국가명절로는 태양절 외에 광명성절(김정일 생일·2월16일), 정권수립일(9월9일),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이 있다.

최소 3일의 명절 연휴를 보내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추석 당일 하루만 쉰다. 쉬는 날이 하루인 데다 교통수단이 열악해 남한과 같이 민족대이동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가위 한마당'에서 평양예술단원들이 북한민속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해 10월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가위 한마당'에서 평양예술단원들이 북한민속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뉴스1
◇민속놀이 즐기는 것은 같아…김일성 동상 찾아 참배

북한 주민들도 추석 당일 성묘하러 가거나 차례를 지내고 민속놀이를 하는 등 추석날 풍경은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도시의 공원에서는 씨름, 윷놀이, 소싸움, 강강술래 등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추석 인기 프로그램은 2002년부터 평양 능라도에서 매년 열리는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다. 전국 단위의 큰 씨름대회로 우승자에게는 황소를 증정한다.

북한에선 추석을 포함한 민속명절에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동상이나 혁명열사릉을 찾아 화환을 바치고 참배하는 것이 관례화됐다. 일반 주민은 김 부자 초상화에 먼저 인사한 뒤 차례를 지낸다. 저녁에는 뒷동산에 올라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빈다.

추석의 대표 음식인 송편에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남한의 송편은 크기가 작고 색이 다양하며 속재료가 여러 가지인데 북쪽의 송편은 남한의 것보다 3배 정도 크고 주로 콩을 넣는다. 쌀이 귀한 북쪽의 산간지방에서는 쌀 대신 감자를 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송편 외에 북한의 추석 음식으로는 설기떡, 노치(찹쌀 등을 지진 음식), 밤단자, 토란국 등이 있다.

추석을 앞둔 지난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서 북한 개성이 고향인 구본준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들과 성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동화경모공원은 실향민들을 위한 공원묘지다. /사진=뉴스1추석을 앞둔 지난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서 북한 개성이 고향인 구본준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들과 성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동화경모공원은 실향민들을 위한 공원묘지다. /사진=뉴스1
◇귀신 물리치는 '수수'와 '팥' 차례상에 올려

남한과 북한은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도 조금씩 달랐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지난 17일 중구 한국의집에서 개최한 추석 행사 '어서와∼추석애(愛) 한국의집은 처음이지' 간담회에서 탈북 요리가 허 진씨는 북한 함경도 차례상을 손수 만들어 소개했다.

허씨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차례상에 신주와 초를 놓지 않는다. 대신 귀신을 물리친다는 수수와 팥으로 만든 음식을 상에 올린다. 과일은 깎지 않으며 사탕과 과자도 차례상에 올린다.

남한의 추석 차례상은 대체로 국, 탕, 잔, 밥을 겹으로 올려놓는 형식이다. 북한도 4열 형식을 따르지만 2열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수수전, 녹두전, 팥전, 증편을 놓는 점이 다르다. 3열도 남한과 달리 문어, 명태, 이면수, 가자미, 어전이 주류를 이룬다.

허씨는 "북한도 예전에는 제사음식이 있었는데 현재 경제상황이 어려워 사라졌다"며 "북한에선 상을 차리고 차례를 지내는 문화가 없고 일부 집안에서 상을 놓고 향을 피우며 묵례하는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