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못 먹어…' 비트코인만으로 21일 살아보니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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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0.21비트코인만으로 생활하기 이색 도전…
SNS 통해 지지자 생기며 간접적 거래 환경 생겨

21일간 비트코인으로 생활기 도전 중인 해유빙. /사진=아이치이 화면 캡처.21일간 비트코인으로 생활기 도전 중인 해유빙. /사진=아이치이 화면 캡처.


미래의 결제수단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비트코인,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은 후 가격이 추락한 이 가상통화만으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게 가능할까? 0.21비트코인을 갖고 21일 동안 이 실험에 나선 이가 있다.



1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테크크런치 등은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치이'에서 방영 중인 이 같은 도전기를 소개했다. 도전자는 가상통화 지지자인 해유 빙. 그녀는 전세계에서 가상통화 관련 규제가 가장 엄격한 중국에서 21일 동안 0.21비트코인으로 생활이 가능한지 체험에 나섰다. 0.21비트코인은 현 시세로 약 1300달러(약 146만원)이다. 현금도 신용카드도 없이 손에 쥔 것은 비트코인 거래를 위한 스마트폰 하나뿐.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곳을 찾아서
도전은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첫 날은 여유로웠다. 먼저 간 곳은 놀이공원. 하지만 단돈 2위안(약 327원)인 입장료를 비트코인으로 낼 수 없어 발길을 돌렸다. 이후 동네 카페부터 패스트푸드점, 유니클로 같은 대형 매장을 차례로 들렀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저녁이 되고 허기가 지자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트코인이 뭐냐고 묻거나, 스캠 코인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설명부터 해줘야 하는 경우가 늘었다.

밤 10시. 결국 대형 슈퍼마켓에서 공짜로 얻은 시식용 음식 조금과 샘플용 케첩 4봉지로 허기를 달랬다. 씻는 것은 공중화장실에서, 이동은 길에 버려진 공유자전거를 이용했다. 잠은 24시간 맥도날드에서 웅크려 잤다.

둘째 날, 배고픔을 해결하는 게 급한 일이었다. 비트코인으로 음식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빙은 길거리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기 시작했다. 맥도날드에서는 누군가가 남긴 햄버거를 집어 먹었다. 결국 배탈이 나 전부 토해버렸다. 잠자리는 다시 맥도날드였다.


셋째 날부터는 빙의 도전기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 사람들은 빙의 위치를 수소문해 찾아와 음식을 주고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아갔다. 이번에는 미술관 복도에서 잠을 잤다.

◇화폐가 아니다. 커뮤니티다
이튿날부터는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메신저앱 위챗에서 그녀의 도전을 응원하는 채팅방이 속속 생겨났다. 엿새째가 되자 위챗에 응원하는 채팅방은 6개가 됐다. 중국에서 한 채팅방 최대 참여인원수는 500명으로 총 3000명의 응원자가 생긴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스마트폰 하나로 생활이 가능해질 만큼 수월해졌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대신해서 구입해주고 비트코인을 받아가거나, 집에서 만들어온 음식을 전해주고 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전 8일째.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받아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위챗 서포터들은 더욱 늘어 호텔을 대신 잡아주고 옷을 대신 사줬다.

빙 역시 10일째를 기점으로 점점 비트코인을 주고 필요한 물품을 사다 줄 사람을 찾는 데 능숙해졌다. 도전 10일째부터 마지막 날인 21일째까지 필요한 물건을 구해다 주겠다는 사람이 하루에 수백명씩 나왔다. 베이징을 벗어나 선전, 광저우 등으로 이동하는 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테크크런치는 이번 도전기로 "비트코인의 오프라인상 거래 가치는 없었지만 디지털 커뮤니티 상 가치는 살아있었다"면서 "새로운 기술이 넓은 영역에서 쓰임을 받으려면 커뮤니티의 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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