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스타강사' 최진기에 반박…전례없는 '해명'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8.09.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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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가계동향조사 잘못된 통계라고 강연한 최진기씨에 '팩트체크' 방식으로 해명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8일 오후 대전정부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17대 통계청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8.8.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28일 오후 대전정부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17대 통계청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8.8.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통계청이 18일 전례 없는 '해명자료'를 냈다. 해명 대상은 '스타강사' 최진기 씨였다. 통계청은 팩트체크 방식으로 최 씨 강의가 10가지 부분에서 잘못됐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부부처의 해명자료가 언론 보도에 대응하는 수단임을 감안할 때 개인을 상대로 한 통계청 반응은 일반적이지 않다.

발단은 최 씨가 지난 10일 유튜브에 올린 '생존경제 36회:가계동향조사 무엇이 문제인가?'였다. 최 씨는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를 두고 "국가기관이 발표할 수 없는 통계"라고 평가했다. 저소득층 소득이 줄고 소득분배가 악화됐다는 1·2분기 가계동향조사가 잘못된 모집단에 근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개인에 대한 해명자료를 낸 이유는 가계동향조사 자체를 부정당했기 때문이다. 신뢰라는 통계 조직의 존립 기반과 맞닿아있는 사안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최진기 강사 강의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는 게 맞느냐는 논의가 있었다"며 "조사 신뢰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있고 많은 분들이 동영상을 시청했기에 담당과로서 이해를 돕도록 하는 게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현재 해당 강연의 조회 수는 5만7000건이다.



최 씨는 강연에서 소득분배 악화는 빈부 격차 심화보다 가계동향조사 대상에 가난한 사람을 전년보다 많이 포함시킨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해와 올해 동시에 가계동향조사에 응답한 사람만 추릴 경우 소득이 전체적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최 씨는 홍민기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홍 선임연구원은 '가계동향조사 2018년 자료의 특성' 보고서에서 "올해 가계동향조사에 고소득 가구 대신 저소득 가구를 많이 포함시켰는데 소득 대표성을 높인 건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올해 가계동향조사 모집단은 8000가구로 전년보다 2500가구 늘었다. 가계동향조사 대상에 실제 소득 수준이 낮은 고령자 및 1인 가구가 많이 편입되면서 분배 지표도 나빠졌다.


통계청은 고령자 및 1인 가구가 많이 편입된 건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현상을 반영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내수 부진일 때 청년 1인 가구와 고령자 가구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점도 저소득층 소득을 감소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집단에 가난한 사람을 사전적으로 미리 알고 추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통계청은 또 지난해와 올해 모두 가계동향조사에 응답한 사람만 분석할 경우 통계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응답했지만 올해 거부한 사람, 지난해 거부했지만 올해 응답한 사람 등을 모두 포괄하는 현 방식이 정확한 통계 결과를 낸다는 얘기다.

지난달 통계청장에 취임하기 전 가계동향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했던 강신욱 신임 청장도 최 씨 강연 내용이 도를 넘었다고 봤다. 공교롭게도 강 청장은 가계동향조사 신뢰도 문제가 불거진 뒤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장님에게 이번 해명자료를 모두 보고했다"며 "청장님도 최진기 강사 강연이 잘못됐다는 데 동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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