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A에서 수소전기차를 타는 그녀를 만났다"

머니투데이 로스앤젤레스·오렌지카운티(미국)=황시영 기자 2018.09.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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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수소전기차 시대]현대차 등 3개 한·일 완성차업체 美시장 개척…"에너지밀도·충전시간서 수소연료 절대 우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코스타메사 지역에서 거주하는 캐롤라이나씨(25)가 코스타메사의 한 수소 충전소에서 본인의 토요타 '미라이' 수소전기차를 충전하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코스타메사 지역에서 거주하는 캐롤라이나씨(25)가 코스타메사의 한 수소 충전소에서 본인의 토요타 '미라이' 수소전기차를 충전하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토요타가 3년간 1만5000달러(약 1680만원) 수소 연료비 보전을 해주니 제겐 좋은 선택이죠."

지난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코스타메사의 한 수소충전소에서 만난 캐롤라이나씨(25·여)는 "지난해 11월에 토요타 '미라이'를 샀을 때만 해도 동네에서 수소전기차 구매자는 저 혼자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라이'와 혼다 '클래리티'를 중심으로 올 초부터 좀 더 늘어났다"며 "오는 10월 미국 시장에 출시될 현대차 '넥쏘'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수소전기차는 무엇보다 충전 시간이 짧아서 좋다"며 "누구나 쉽게 충전할 수 있고 길게 잡아도 5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수소충전소의 특이한 점은 일반 주유소 바로 옆 한 귀퉁이에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특별히 넓은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며, 일반 주유소와 수소 충전소가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코스타메사의 한 수소충전소(오른쪽). 일반 주유소의 한 귀퉁이에 수소충전소가 함께 설치돼 있는 모습(왼쪽)./사진=황시영 기자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코스타메사의 한 수소충전소(오른쪽). 일반 주유소의 한 귀퉁이에 수소충전소가 함께 설치돼 있는 모습(왼쪽)./사진=황시영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일본, 한국, 독일에 이어 수소전기차의 새로운 '성지(聖地)'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는 약 5000대의 수소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현대차 (250,000원 ▼2,500 -0.99%), 토요타, 혼다 등 한국·일본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아직 생소한 수소전기차 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

미국의 수소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8000달러(약 895만원) 수준인데, 일본 업체는 마케팅 지원정책(3년간 수소충전비용 지원) 등으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캘리포니아주 내 수소충전소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현재 주내 총 36곳의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추가로 28곳이 문을 열 예정이다./자료=캘리포니아 대기자원청(CARB·California Air Resource Board)올해 6월 기준 캘리포니아주 내 수소충전소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현재 주내 총 36곳의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추가로 28곳이 문을 열 예정이다./자료=캘리포니아 대기자원청(CARB·California Air Resource Board)
[르포]"LA에서 수소전기차를 타는 그녀를 만났다"
◇"단거리는 전기차, 중장거리 이상은 수소전기차"=
캘리포니아주 내의 LA, 어바인, 뉴포트비치에서 만난 수소연료연구의 권위자와 민간 수소 충전업체 사장, 지역주민들은 모두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만, 혹은 수소전기차만 발전하는 일방 논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장거리 고정노선이 있는 대중교통 △트럭 등 대형 수송·물류 분야 △수직이착륙 항공기 등 대규모 교통 수요에서 수소전기차가 현재의 디젤차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유일하게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수소전기차는 배터리 전기차 대비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가 높고, 충전이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잭 브라우어 미국 국립수소연료연구센터장 겸 UC어바인 기계·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잭 브라우어 미국 국립수소연료연구센터장 겸 UC어바인 기계·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UC어바인에서 만난 잭 브라우어 미국 국립 수소연료연구센터(National Fuel Cell Research Center) 센터장 겸 UC어바인 기계·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가 개발된다 해도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면에서 결코 수소연료를 넘어설 수 없다"며 "특히 버스, 트럭, 대형 화물차, 대륙간 해상운송 등 대규모 수송은 오로지 수소 연료로만 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수소충전 스타트업 '퍼스트엘리먼트 퓨얼(FirstElement Fuel·이하 FEF)'의 쉐인 스티븐스 최고개발책임자(CDO)는 "수소차는 400마일(약 643㎞)을 가면서도 충전은 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전기차는 현재의 가솔린·디젤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꾸지 않고, 미래 친환경 배출가스제로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이는 충전 시간, 개인 주차장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스티븐스 박사의 경우 캘리포니아에서만 13년을 살았는데 아직 개인 차고가 없다. 전기차는 집이나 회사에서 최소 1시간 이상 꽂아놓고 사용해야 하는데 개인 주차장이 없는 경우 전기차를 잘 쓸 수가 없다고 했다.

2013년 설립된 FEF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19개의 '트루 제로(True Zero)' 수소 충전소를 운영 중이며 12개 충전소를 추가로 짓고 있다. 토요타와 혼다로부터 각각 1380만달러(약 154억원)에 달하는 자금조달(funding)을 받은 바 있다.

기자가 찾은 FEF 사무실 내에서는 이 회사가 운영 중인 개별 수소충전소의 모습이 실시간 영상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소비자가 충전기 연결 등 문제를 지적하면 바로 뛰어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민간 수소충전업체 '퍼스트엘리먼트퓨얼'에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아이작 김 퍼스트엘리먼트퓨얼 CFO, 조엘 이와닉 CEO, 팀 브라운 COO./사진=황시영 기자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뉴포트비치에 위치한 민간 수소충전업체 '퍼스트엘리먼트퓨얼'에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아이작 김 퍼스트엘리먼트퓨얼 CFO, 조엘 이와닉 CEO, 팀 브라운 COO./사진=황시영 기자
◇"100% 재생가능한 전력망, 연중 상시공급 가능"=브라우어 국립 수소연료연구센터장은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구성되는 전력망(grid)은 대규모의 연중 상시 공급 및 저장 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배터리 전기는 이런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를 대규모 전력망으로 구축하려면 수소연료보다 훨씬 더 비싸고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료인 코발트는 전 세계에 매장량이 충분치가 않다"며 "우리가 아는 모든 배터리는 어느 정도 방전되며, 따라서 1월에 배터리를 저장하면 9월이 되면 얼마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수소의 경우 1월에 저장하면 9월에 거의 다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수소는 방전 없이 비축이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연중 저장능력(seasonal storage)'이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은 수소가 '가장 안전한 연료'라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아이작 김 FEF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소의 안정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모든 연료는 에너지 밀도가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며 "이 가운데 수소가 가장 안전한 첫번째 이유는 피부에 접촉되거나 마셨을 때 무해하다는 점, 1시간에 44마일을 가는 가장 가벼운 원소라는 점, 위로 증발해버린다는 점,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어도 찾아서 나간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토요타가 개발, 미국 LA 인근 롱비치 항만에서 실증 운행중인 2번째 대형 수소전기 화물차/사진=토요타토요타가 개발, 미국 LA 인근 롱비치 항만에서 실증 운행중인 2번째 대형 수소전기 화물차/사진=토요타
◇민-관 힘 합쳐 확 커지는 수소전기차 시장=캘리포니아주는 민관 합동으로 '수소연료 파트너십(Califonia Fuel Cell Partnership)'을 구축해 수소전기차 보급 및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를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연방정부, 자동차 회사(GM,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차 등 총 7개사), 에너지 회사(쉘) 간의 파트너십이다.

이들은 2025년까지 200개의 충전소 개발과 함께 2030년까지 총 100만대의 수소전기차 차량 운행 및 충전을 위해 1000개의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13년 수소충전소 건립의 85%를 지원하는 'AB8' 법을 제정, 2023년까지 매년 우리나라 돈으로 약 240억원씩 수소충전소 설립을 지원한다.

지난 6월에는 '스트라토스 퓨얼'사가 캘리포니아주 모레노밸리시(市)에 100% 신재생 수소 생산기지도 개발했다. 또 LA 인근 롱비치 항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수소충전소와 함께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가축 분뇨에서 생기는 바이오가스를 통해 수소를 추출, 발전에 사용하는 것으로 하루 2.35㎿(메가와트)의 전기와 1.2t(톤)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2.35㎿는 미국 일반가정 2350세대의 하루 평균 전기 소비량으로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고, 남는 일부는 토요타의 롱비치 물류거점에 공급될 예정이다. 1.2t의 수소는 약 1500대의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이며, 일본에서 롱비치항구로 수출되는 미라이 승용차와 롱비치항 내를 오가는 대형 수소전기 화물차 충전에 사용된다.
전 세계에 상용화된 수소전기차(승용차 및 SUV)는 단 3개 차종 밖에 없다. (왼쪽부터) 현대차 '넥쏘', 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사진=각 사전 세계에 상용화된 수소전기차(승용차 및 SUV)는 단 3개 차종 밖에 없다. (왼쪽부터) 현대차 '넥쏘', 토요타 '미라이', 혼다 '클래리티'/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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