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베스트로코리아, ‘글로벌 화학소재 챔피언’ 꿈꾼다

더리더 편승민 기자 2018.09.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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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대표이사, “신재생 에너지·하이테크 솔루션으로 4차산업 강자로 떠오를 것”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 4차산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강소기업들인 히든챔피언이었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평균 60년 이상 기업 수명, 매출액 평균 4300억 원, 연평균 성장률 8.8%, 분야별 세계 시장점유율 33% 이상 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에 주목하고 있다. <더리더>에서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만나보고, 청년실업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코베스트로코리아, ‘글로벌 화학소재 챔피언’ 꿈꾼다


2015년 9월 바이엘(Bayer) 화학소재사업부에서 분사한 코베스트로(Covestro)는 독일 히든챔피언이다. 코베스트로 대표 상품인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PC)는 바이엘사가 1953년 최초로 개발한 플라스틱 중합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어디에 쓰일까? 장용석 코베스트로코리아 대표이사는 “우리 생활 어디에나 쓰이는 물질이 폴리카보네이트인데 몰라주니 참 억울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은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많이 듣지만 CD로 음악을 듣던 1990~2000년대에 CD 한 장쯤은 누구나 사봤을 것이다. CD의 재질이 바로 폴리카보네이트다. 이외에도 자동차 내,외장 부품,전기 전자 제품 본체, 스마트폰 케이스, 안경, 의료기기, 건축자재, LED 렌즈 등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안 써본 사람은 없는 재질이 폴리카보네이트다.



코베스트로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자동차, 태양광비행기 등 차세대 모빌리티에 적용될 폴리카보네이트 응용, 폴리머 원료인 탄소를 이산화탄소에서 추출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장 대표이사는 “신성장 동력이자 누군가는 도전하고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코베스트로 본사 /사진=코베스트로코리아 제공독일 레버쿠젠에 위치한 코베스트로 본사 /사진=코베스트로코리아 제공
-코베스트로는 독일 종합화학기업 바이엘에서 분사해 만들어진 회사다. 코베스트로 설립 배경을 설명한다면

▶코베스트로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바이엘 그룹부터 따지면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코베스트로는 바이엘 산하 화학 소재 사업부였던 머티리얼사이언스(Bayer Materialscience)가 분사하면서 새롭게 탄생한 기업이다.
바이엘은 생명과학과 유전공학이 주요 산업분야다. 쉽게 말해 모든 지구상에 서식하고 있는 인간은 물론, 동식물이 먹는 약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다. 제약이 주력군이다 보니 회사의 모든 전략과 정책, 운영방침이 제약산업 코드에 맞춰져 있다. 반면에 화학제품인 폴리머를 생산하는 머티리얼사이언스부는 상대하는 산업 영역이 자동차, 전기 전자 및 화학산업군이어서 바이엘의 생명과학과 다소 연관이 없었다. 그래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덩치가 큰 공룡 기업 형태보다는 별도 회사로 독립해 독수리처럼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이런 필요가 생명공학으로 특화하고자 하는 바이엘 그룹 비전과도 맞아떨어졌다. 그런 판단 하에 2015년 9월 코베스트로로 분사하게 됐다.
분사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 결과, 코베스트로는 주식 상장 2년 반만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시가 총액 기준 상위 30개 회사로 구성된 DAX 지수에 편입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 한국지사는 2015년 9월부터 코베스트로코리아로 사명이 바뀌었다. 코베스트로코리아가 생겨난 배경도 궁금하다

▶1989년 바이엘A.G.가 100% 출자해 바이엘코리아가 설립됐다. 바이엘 내 사업부로 속해 있을 때에도 머티리얼사이언스, 크롭사이언스, 헬스케어 3개의 사업부가 별도 법인으로 운영됐다. 이 중 소재사업부가 2015년 9월 바이엘에서 분사되며 코베스트로로 사명이 변경됐고, 그에 따라 바이엘 머티리얼사이언스 한국지사는 코베스트로코리아로 사명이 변경됐다. 한국지사 위치나 취급 제품 등은 모두 분사 이전과 동일하다.



-코베스트로 대표상품은 폴리카보네이트다. 잘 와닿지 않는데 얼마나 널리 쓰이는 소재인가
▶폴리카보네이트(PC)라는 폴리머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회사가 코베스트로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인식은 잘 안되어 있지만 모두에게 익숙한 제품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 쓰이는 고기능성 첨단소재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헤드램프 (전조등)에 폴리카보네이트가 쓰이며 TV 주변 재질, 백커버, 휴대전화 케이스 등의 원료도 폴리카보네이트다.
과거 LP로 음악을 듣다가 CD로 대체되는 시대가 왔었다. CD의 사이즈는 다 똑같은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을까? 당시 필립스에서 처음으로 오디오 콘텐츠가 들어간 CD를 만들었는데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을 담을 수 있는 79분, 12cm로 만들면서 이 사이즈가 표준이 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CD를 이용해 처음 음반을 낸 그룹은 1982년 ABBA였으며, CD 재질을 만들어낸 최초의 회사가 바로 코베스트로다. DVD (영화 콘텐츠) 재질도 물론 폴리카보네이트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하고 굉장히 단단하며, 잘 깨지지 않고 충격에도 엄청나게 강하다. 고강도라는 특징은 금속을 대체할 만한 정도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초기에 필름으로 개발된 후 시트 및 영상 저장 매체로 제품 종류를 확장했다. 현재는 자동차, 전자, 전기, 사무용기기, 건설, 의료용, 스포츠 레저 등 산업의 거의 전 영역에서 사용된다. 특히 폴리카보네이트 사업부는 오랜 시간 자동차 경량화 및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위한 하이테크 플라스틱인 글레이징을 개발해왔다. 이 폴리카보네이트는 유리 대비 30% 이상의 무게를 줄일 수 있고, 강도는 유리의 250배다.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선루프 재질이 유리가 아닌 폴리카보네이트이며 한국에서도 국내 자동차 회사와 함께 개발 중으로 조만간 글레이징 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론칭할 예정이다.
2016년 10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고무박람회에서 새로운 전기 자동차로 코베스트로가 선보인 컨셉카. 이 차는 외형 전체(차체, 창문, 헤드라이트, 휠 등)를 폴리카보네이트 기술로 만들었다. /사진=코베스트로코리아 제공2016년 10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고무박람회에서 새로운 전기 자동차로 코베스트로가 선보인 컨셉카. 이 차는 외형 전체(차체, 창문, 헤드라이트, 휠 등)를 폴리카보네이트 기술로 만들었다. /사진=코베스트로코리아 제공
-현재 한국지사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군과 매출 성장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코베스트로코리아 성장전략은 일반 국내 화학회사와는 다르다. 코베스트로는 전 세계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 특정 국가에서의 성공보다는 50여개국에 있는 글로벌 코베스트로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성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역할이 있다. 한국의 경우는 미래 먹거리, 신기술을 빠르게 캐치하고 선도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대표기업인 S사와 L사, H사 등과 함께 미래 프로젝트 소재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코베스트로코리아의 업무다.
최근에는 폴리우레탄, 폴리카보네이트 사업부가 코베스트로코리아의 성장을 견인했다. 주 사업영역은 자동차, 전기, 전자, 그리고 의료, 레저 분야에서 주 성장세가 있었다. 병원 수술실 및 중환자실에서 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이 많이 쓰인다. 수술실 및 중환자실에서 쓰이는 생명 유지 장치, 혈액 투석, 호흡기 및 의약품 투입 장치의 경우 화학물질이 사람 몸으로 들어가고 나오기 때문에 투명하게 들여다보여야 하고 사용 중에 어떠한 유해물질도 나오면 안 된다. 미국FDA에서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통과한 제품만 쓰일 수 있다. 또한, 일회용도 있지만 스팀으로 살균해서 다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열에도 강한 재질이어야 한다. 이런 용도의 플라스틱은 의료용으로 특수 개발된 폴리카보네이트밖에 없다. 참고로 코베스트로는 2017년에는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을 했으며, 올해도 상당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이다”를 정의한다면
▶요즘 모든 화두가 4차 산업혁명이다. 어떤 분들은 초연결, 융합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그걸 뒷받침하는 게 사물인터넷(IoT), 5G, 인공지능(AI)이라고 한다. 코베스트로가 정의한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한 단어로는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이다. 5G 같은 엄청난 속도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통신 기술이 생기면서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의 실현이 가능해졌다. 예전에는 공장장이 아침에 회의해서 각 라인에서 문제가 있으면 조치를 취했다면, 이제는 Big Data 분석을 이용한 자동 수치화·디지털화를 통해 컨트롤 타워가 알아서 조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디지털라이제이션이 제조업 분야에서는 핵심적인 4차 산업혁명이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2차는 전기, 3차가 인터넷과 컴퓨터의 발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그걸 처리하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산업이 진정으로 달리는 때가 온 것이 4차 산업혁명이며 매개는 디지털라이제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산업에서는 패권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준비가 잘 되어있고,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은 신흥 강자로 떠오를 것이다.

코베스트로코리아, ‘글로벌 화학소재 챔피언’ 꿈꾼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코베스트로의 신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미국자동차기술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가 분류한 자동차 자율주행 레벨은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운전자 보조시스템, 2단계는 지능형 운전자 보조시스템, 3단계는 자동차 스스로 조향, 가·감속 제어(상황에 따라 운전자 제어가능), 4단계는 안전 자율주행(운전자 개입 없이 도심주행 가능), 5단계는 완전 자율주행(운전자 없이 자율주행 가능)이다.
현재 자율주행자동차 기술은 레벨4까지 와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에는 라이다(LightDetection And Ranging, LIDAR)라는 센서가 있어 레이저 신호를 주고 받아 분석한다. 이 특수한 센서를 통해 신호가 반사, 산란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장애물이나 차량 간 거리 등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이다. 라이다에는 특수한 주파수, 적외선, 자외선을 통과시키거나 차단하는 재질이 들어가는데 여기에 바로 폴리카보네이트가 쓰인다. 자동차 외관에 쓰이는 글레이징 기술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에도 코베스트로의 기술이 쓰인다.
또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도 있다. 이는 실제 사물을 만들기 전 가상으로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 모의실험을 하는 것이다. 가상의 작업자가 조립라인에서 조립해보고 문제가 있을 경우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시뮬레이션해 봄으로써 불필요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산업에서는 고용이 줄어드는 여지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런 인력은 미래를 준비하는 다른 분야에 투입함으로써 고용에 영향이 가지 않는 착한 스마트 팩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신성장 동력이다.


-올여름은 지구환경 변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절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코베스트로는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혁신에도 힘쓰고 있다고 하던데
▶침대 매트리스에는 폴리우레탄 쿠션이 많이 들어간다. 이 쿠션은 폴리올(PPG)과 이소시아네이트(MDI)의 중합에 의해 만들어진다. 폴리올은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인 톨루엔, 벤젠, 아세톤 등으로 만들었던 건데 이 물질들의 성분에는 모두 탄소기가 있다. 이 탄소기를 ‘화학 물질이 아닌 공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해 탄소(C)만 따로 뽑아서 폴리우레탄 원료로 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천진난만한 생각이 신기술의 발단이 됐다. 독일 아헨(Aachen)공대에 CAT촉매연구센터(CAT Catalytic Center)를 공동 설립해 연구를 진행해 폴리우레탄 폼 상용화에 성공했고, 응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의 연구기관과 학교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연락이 온다. 모든 기술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어도 기술의 콘셉트와 탄생 배경, 지구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 정도는 공유하지 않을까 싶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해 만든 CO2 폴리우레탄폼 보드 /사진=코베스트로코리아 제공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해 만든 CO2 폴리우레탄폼 보드 /사진=코베스트로코리아 제공
또한, 태양광 비행기인 솔라 임펄스(Solar Impulse)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비행기는 날개에 태양전지판이 탑재돼 있어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일으킨 전기로 프로펠러를 돌려 항공유를 쓰지 않고 날 수 있다. 코베스트로는 이 프로젝트의 공식 협력사다. 비행기체 일부에 폴리우레탄 재질이 들어간다. 아직 상용화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일이고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솔라임펄스 /사진=코베스트로코리아 제공솔라임펄스 /사진=코베스트로코리아 제공
-코베스트로는 독일 히든챔피언이다.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판단하나
▶독일 인구는 8000만 명 정도이며, 면적(35만7022㎢)은 한반도(22만1000㎢)보다 좀 더 크다. 그러나 그 어떤 도시도 인구가 500만 명이 넘지 않는다. 베를린(360만 명), 함부르크(180만 명), 프랑크푸르트(70만 명), 뮌헨(130만 명), 모두 몇백 만 인구로 인구지역균형발전이 잘 되어 있다. 또한, 각 주마다 대학의 특징도 골고루 분산돼 있다. 하이델베르크는 철학, 쾰른은 화학 분야에 강하고, 뮌헨은 기계공학에 특화돼 있다. 아마도 100년도 훨씬 전부터 대학과 지역 사람들이 지역에 맞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독일의 교육제도는 중학교까지 다니면 그때부터 기술을 배울 것인지, 고등교육을 받을 것인지로 나눠져 있다. 나는 독일의 이런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잘 엮여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독일은 국민성이 좀 차고 쉽게 흥분하지 않으며, 논리적이고 잘 따진다. 헤겔, 칸트의 철학을 공부해서 논리적이고 토론하기를 좋아한다고 본다. 우리는 높은 분들께 반대의견을 내는 것을 꺼리지만 글로벌 회의때 보면 독일 사람들은 지위에 크게 상관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 반하는 의견도 자유롭게 제시하고, 자기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
왜 독일은 히든챔피언이 많을까. IQ가 높아서? 나라가 잘 살아서? 대학이 좋아서? 정책이 좋아서? 어떤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기본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이 되어 있고, 특화된 기술과 산학연이 잘 되어 있으며 교육시스템도 뒷받침되고 있고, 무엇보다도 법치, 준법이 굉장히 엄하고 잘 세워져 있는 것이 그 이유라고 본다. 목소리가 크다고, 모여서 소리 지른다고 절대 통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통합돼서 히든챔피언이라는 힘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한국형 히든챔피언이 양성되기 위해서 필요한 정부의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규모가 100명, 50명 이하 강소기업들의 경영, 자금 문제와 같은 고충을 들어줄 곳이 없다. 대기업 회장이 뜨면 청와대도 움직이고 기업인들과 대화도 하지만, 잘 모르는 회사나 중소기업의 얘기를 들어주는 기관이나 창구가 없다. 대책이나 정책보다 들어주는 데만 있어도 좋겠다.
그리고 들어보고 나서는 그 다음으로 공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 거품이 낀 벤처도 있을 것이고, 실력이 있지만 어필이 안 되는 곳도 있을 것이다. 평가위원회가 있어서 누군가는 옥석을 가려내 우선권을 매겨 자금 지원을 한다든지, 하다못해 이자 대폭 할인 등의 금융혜택을 줘야 한다. 이런 작은 것부터 해준다면 어떨까 싶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자성어로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알 속에 새끼 병아리가 있는데 어미닭이 바깥에서 함께 알을 쪼아 주면 병아리가 쉽게 나온다는 말이다. 안에 있는 병아리는 포텐셜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고, 바깥의 어미닭은 정부나 스승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어미닭이 모든 알을 쪼아주진 못하기 때문에 잘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안에 있는 병아리는 밖의 어미보다 훨씬 더 힘을 내서 쪼아야 한다. 즉, 정부의 정책, 지원이 있더라도 마냥 기다리기보다 치열하게 자기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다는 말이다. 히든챔피언들이 더 치열하고 절실해져야 한다.

-코베스트로의 미래비전은 무엇인가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코베스트로의 글로벌 비전이고 미션이다. 개인적으로 코베스트로코리아 직원들이 적어도 ‘화학분야의 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다. 나는 회의에서 늘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일당백 요원이다’라고. 코베스트로는 글로벌 회사이기 때문에 사람을 뽑을 때 영어가 자유자재로 되는지를 보고, 다양한 문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기질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내가 보는 1순위다.
코베스트로 출신은 어디 가서든 ‘아 거기 출신이구나’라고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규모의 특성상 우리 회사가 연봉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 행복해서 다른 회사를 가는 데 한 번 더 주저했으면 좋겠다. 그런 회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게 내가 바라는 코베스트로코리아의 비전이다. 그러면 직원들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밝아지고, 그럼으로써 세상이 좀 더 밝게 보이지 않을까.

코베스트로코리아, ‘글로벌 화학소재 챔피언’ 꿈꾼다

장용석 코베스트로코리아 대표이사

1965년 10월 20일생(서울특별시)
한양대학교 기계공학 석사
쌍용자동차 연구소 근무
바이엘코리아 자동차 부품 사업부 과장
바이엘코리아 폴리우레탄 사업부 대표
코베스트로코리아 폴리카보네이트 쉬트 사업부 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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