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성공 비결 '격자식 사고모델'…"재무학 지식만으론 멍청이"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09.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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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부자 멍거의 투자철학⑨

편집자주 찰리 멍거의 20년간 강연과 대화가 수록된 ‘가난한 찰리의 연감’(Poor Charlie's Almanack, 2005)을 통해 투자철학의 정수를 살펴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해머를 가진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처럼 보인다.”

멍거가 격자식 사고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하는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지 않기 위해서는 해머 뿐 아니라 스패너, 렌치, 드라이버 등 다양한 공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바로 해머(경제학), 스패너(심리학), 렌치(화학), 드라이버(경영학) 등 다양한 공구들로 가득 찬 공구함이 바로 찰리 멍거가 겸비한 '격자식 사고모델'이다. 이는 우리 말로 딱 떨어지게 번역하기 어려운데, 멍거는 ‘가난한 찰리의 연감’에서 '다양한 사고모델'(Multiple Mental Model)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가지 모델(예컨대, 경제학)로만 훈련을 받았고 모든 문제를 한 가지 방법으로만 해결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멍거의 말에 따르자면, 이는 아주 멍청한 방법이다.

멍거는 기업의 재무정보로만 가치평가를 하는 대신, 투자 대상 기업의 내부 경영 뿐 아니라 그 기업이 운영되는 더 큰 생태계를 분석한다. 이때 멍거는 격자식 사고모델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한다.



모든 시스템에 다수의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학문들로 구성된 멀티플 모델이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멍거는 주장한다.

결국 격자식 사고모델은 역사, 심리학, 수학, 공학, 생물학, 물리학, 화학, 통계학, 경제학 같은 전통적인 학문으로부터 분석 도구, 방법론, 공식을 빌려와서 바느질로 꼬맨 하나의 틀인 셈이다. 이는 복잡한 투자 문제에서 내재하는 혼돈을 제거하고 명확하고 정형화된 펀더멘털을 도출할 수 있는 있는 분석 도구를 제공해준다.

멍거는 다양한 학문들로부터 유용한 개념을 빌려왔다. 바로 수학의 복리 개념, 물리학의 티핑 포인트(임계점), 화학의 자가촉매, 생물학의 현대 진화이론, 심리학의 인지적 오판 모형 등이다.


재밌는 사실은 멍거의 격자식 사고모델은 멍거가 독학을 통해서 만들어낸 모형이라는 점이다. 멍거는 대학에서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화학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럼에도 멍거의 지적 능력, 기질, 그리고 몇 십 년 간 축적된 경험이 멍거를 버핏이 인정하는 비즈니스 분석의 일인자로 만들었다.

대학교육에 대한 멍거의 평가도 상당히 냉혹하다. 멍거는 버핏과 자신이 각자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비즈니스 분야에서 예측가능한 패턴의 명백한 불합리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불합리성을 파악하는 것은 사업에 아주 중요했지만, 교수들이 한번도 말한 적이 없는 문제들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멍거는 교수들이 다학문적인 접근방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자신의 모형만 과대 사용하고 타학문의 중요 모형은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가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멍거가 격자식 사고모델을 만든 이유는 투자가 본질적으로 복잡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멍거는 다음과 같은 말로 격자식 사고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만약 20개의 요인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면, 당신은 그 상황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당신은 다윈(진화이론 주창자)이 한 것처럼 지속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지에 놀랄 것이다.”

게다가 멍거는 격자식 사고모델 안에는 큰 돈이 들어있다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솔깃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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