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품절주와 서울 집값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8.09.1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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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나노스라는 종목이 화제다.
 
14개월 전 퇴출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날 정도로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이른바 ‘품절주’가 되면서 주가 급등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품절주는 유통주식 수가 현저히 적어 매수세가 조금만 붙어도 이상 급등하는 종목을 말한다.
 
2016년 품절주 코데즈컴바인은 유통주식 수가 적으면 시장을 어떻게 왜곡시킬 수 있는지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줬다.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 회사는 품절주라는 점이 부각되며 급등에 급등을 거듭했고 시가총액을 6조원대까지 불리며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당시 코데즈컴바인의 유통주식 수는 25만여주로 총 발행물량의 0.67%에 불과했다.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대주주 지분 거래를 묶는 보호예수제도가 코데즈컴바인을 품절주로 만들었다.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서울 집값을 보면서 ‘품절주’가 연상됐다.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이 적다 보니 극단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이 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게 품절주와 닮았다.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빠르면 이번주 세제와 공급 등을 아우른 종합부동산대책을 또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것과는 다를 것 같아 이번에도 맥을 제대로 짚은 대책은 아닐 듯싶다.

부동산시장에선 서울 도심의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집값 급등의 원인이라고 보지만 정부는 대출규제 중심의 수요억제책과 서울 외곽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주택이 빠르게 노후화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포인트다. 중산층 이상은 기반시설과 교육여건이 좋은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집값을 부추길 수 있다’며 도심 재건축 등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지난 5일 최소 17억원 이상인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보류지 입찰에 참여한 한 전업 투자자는 “어느 정도 돈을 벌어서 강남에 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새 아파트 공급을 막아놓으니 집값이 이렇게 날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가 공급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급은 하되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지 공급을 늘려야만 지금과 같은 급등장을 막을 수 있다. 당장 재건축규제를 풀면 집값이 또 얼마나 오를지 걱정되겠지만 결국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균형점을 찾아갈 것이다.

코데즈컴바인 사태는 어떻게 마무리됐을까. 코데즈컴바인은 보호예수 해제로 상장주식 수의 54%인 2050만주가 시장에 풀리면서 결국 급등분을 모두 반납하고 시장 가치로 되돌아왔다. 정부는 품절주가 된 서울 아파트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과열된 시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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