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페북 급락…올 여름 '상투' 잡은 해외주식 직구족들 울상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09.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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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34>세상에 쉽고 안전한 해외주식은 없다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테슬라·페북 급락…올 여름 '상투' 잡은 해외주식 직구족들 울상


“알리바바와 테슬라, 페이스북 등 해외주식 투자로 20% 가량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소위 해외주식 직구족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해외주식 매매규모는 2016년 125억6086만 달러에서 2017년 227억1417만 달러로 1년 새 81% 늘었고, 올 들어 현재(9월 6일 기준)까지 234억932만 달러가 거래돼 작년 매매규모를 8개월여 만에 훌쩍 뛰어 넘었다.

온라인으로 미국 등 해외주식을 쉽게 매매할 수 있도록 국내 증권사 HTS가 편리하게 개선된데다, 아마존 등 일부 해외 성장주들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국내 투자자들로 하여금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소위 ‘FANG’이라 불리는 초고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을 칭하는 이들 종목은 올해 미국 증시의 상승을 이끌었다. 일각에선 여기에 애플(Apple) 주식을 추가해 'FAANG'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애플 주식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었고, 뒤이어 아마존 주식도 이번 주 장중에 1조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애플 주식은 올 들어 현재(9월 7일 기준)까지 31% 상승했고, 아마존은 67%나 뛰어올랐다. 몸집이 1조 달러가 넘는 초대형 주식이 8개월 새 30~70%씩 상승한다고 하니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이 큰 주식일수록 상승률이 낮은 게 보통이고 증권가에서는 이를 대수(大數)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라 부르는데, 애플이나 아마존 등은 이런 대수의 법칙을 완전 무시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 성장주라고 해서 모두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아니다. FANG이라고 부르는 초고성장주 가운데서도 페이스북은 최근 주가가 급락하며 올해 주가상승률이 마이너스(-7.6%)로 추락했다. 만약 해외주식 직구족이 최근 3개월 내 페이스북 주식을 샀다면 투자손실은 13.6%로 커지고, 7월 중순 무렵에 투자했다면 지금 25% 달하는 손실을 입고 있을 것이다.

전기차의 선두주자인 테슬라(Tesla)도 올해 주가 하락률이 10%에 달한다(요즘 회사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기이한 행동이 화제다). 만약 최근 1개월 내 테슬라 주식에 투자했다면 투자손실률은 31%로 올라간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거래한 미국주식 가운데 매매규모 기준으로 6위와 7위(해외 ETF 제외)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거래된 주식이다. 이는 커다란 투자손실을 입고 있는 해외주식 직구족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거래한 해외주식 가운데 전체 2위에 올라 있는 알리바바(Alibaba)는 올해 주가성적이 –5.8%로 저조하고, 최근 3개월 간 주가는 20%가 넘게 하락했다.

이처럼 해외 성장주 가운데 최근 3개월 내 주가가 급락한 종목이 많아 올해 해외주식 직구에 나선 투자자들이 지금 마음 편안히 지낼 상황은 아니다. 구글(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1개월간 주가가 6.2% 하락했고, 넷플릭스은 최근 2개월 새 주가가 16.8% 떨어졌다. 구글과 넷플릭스는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거래한 미국주식 가운데 매매규모 기준으로 4위와 5위에 오른 종목이다.

그렇게 보면 FANG 가운데 아마존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은 모두 최근 3개월 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아마존도 9월 들어선 3일 연속 하락하며 3% 넘게 떨어졌다. 아마존은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거래한 해외주식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텔(Intel)도 최근 3개월간 주가가 15.6% 미끌어졌다. 홍콩에 상장된 텐센트(Tencent)는 올 들어 주가가 무려 22% 추락했는데 특히 최근 3개월 동안 26.2% 급락했다. 텐센트는 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많이 거래한 해외주식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해외 성장주들만 주가 약세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인 우량주인 소위 블루칩으로 구성된 미국 다우지수(Dow) 30개 종목 가운데서도 올해 주가가 오른 종목은 절반가량인 16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14개 종목은 올해 주가 성적이 마이너스다.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Nasdaq)도 9월 들어 4일 연속 하락했다. 나스닥지수의 올해 9월 초 하락률은 2.6%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빠진 2008년 이후 최악의 9월 초 하락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지금 해외주식 직구에 뛰어든다면 '상투'를 잡을 위험성이 크다.

한편 해외주식 직구족들 가운데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를 찾는 이들도 꽤 많다. 미국 다우지수 구성종목 중 버라이존(Verizon)이나 IBM 같은 종목은 배당수익률이 4%를 훌쩍 넘는다.

다우지수 구성종목은 모두 3개월 마다 배당을 지급하는 분기 배당을 한다. 따라서 높은 배당수익을 노린다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다우지수 종목이 좋은 수익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

그러나 높은 배당수익률에도 함정은 있다. 배당수익률이란 주식을 현재 매입해서 1년간 보유하고 배당금을 수령할 경우의 기대수익률로 주가 변동을 제외하고 순수히 배당금만으로 얻는 기대수익률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가가 크게 하락하게 되면 배당수익률은 올라간다. 배당수익률 계산 산식에서 분모가 작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은 주가가 올해 크게 하락한 종목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다우종목 가운데 3% 이상의 높은 배당수익률을 가진 종목들은 대부분 올해 주가가 떨어졌다.

9월 7일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4.3%가 넘는 IBM은 올해 주가가 5.2% 하락했고, 배당수익률 3.9%인 쉐브론(Chevron)은 주가하락률이 -8.5%에 달한다. 엑슨모빌(Exxon Mobil)은 배당수익률이 4%로 높은데 주가는 올해 2.2% 떨어졌다. 프록터앤갬블(Proter & Gamble)는 배당수익률이 3.5%이지만 주가는 올해 11% 하락했다.

따라서 높은 배당수익률을 가진 해외주식을 골라 직접 투자를 한다 해도 투자위험은 상존한다. 경기사이클이 하락세이거나 펀더멘탈이 악화돼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엔 장기간 주가하락을 피할 수 없다.

세상 어디에도 쉽고 안전한 주식은 없다. 그게 해외주식이든, 미국의 'FANG'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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